
후보자 가상대결의 경우 지지율 차이가 오차범위 이내라면, 순위는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발표기관, 또는 발표자가 이를 굳이 1, 2위 등 순위로 발표하는 것은 유권자의 선택, 표심에 영향을 주고자 하는 꼼수일 수도 있다.
올해는 6.3 지방선거가 있는 해이다. 새해 들어 일찍이 선거와 관련한 정당 지지율, 후보자 선호도 조사 등 수많은 여론조사가 전국 및 지역 단위로 행해지고, 그 결과가 각종 미디어, 정당을 통해 발표되고 있다. 언론사들은 각각 대통령, 정당 지지율을 매주 조사하여 주요 기사로 보도한다. 여론조사 결과 자체가 주요 뉴스원이 되는 상황이다.
여론은 사회 대중의 공통된 의견으로 국민 사회생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일이 발생하여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정치적 또는 사회적 필요성이 있을 때 형성된다. 여론을 측정하는 도구인 여론조사는 국가의 정치, 사회 등 전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여론 형성과 정책 반영 자체가 핵심 정치 행위가 되고 있다.
그래서 국가는 수시로 여론을 조사하여 그 결과를 중대하게 받아들인다. 특히 민주주의 정치의 핵심인 선거에서 여론조사의 역할과 기능은 그 중심에 자리한다. 여론과 여론조사의 결과를 최고 권력이라고 말하는 이까지 있다. 따라서 여론조사, 특히 선거 여론조사는 바르게 이뤄져야 하고, 결과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여론조사는 우리 민주주의 발전과 올바른 구현, 건강한 여론 형성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리 여론조사에서 드러나고 있는 문제들을 짚어보고, 경계해야 할 바를 살펴본다.
여론조사에 대한 일반적인 불신 현상
여론조사 결과를 불신하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이번의 여론조사 결과는 참 이상하다, 믿을 수 없다. 여론의 흐름을 충실하게 반영치 못하는 듯하다, 공정성이 의심이 간다”는 등등. 제22대 국회의원 총선 당시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 모두, 여론조사 결과가 유리하면 크게 홍보하고 불리하면, '편파적 여론조사’라고 반발하곤 했다.
예를 들면, 지금은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여러 해 전만 해도 지지율이 하락하여 고민하던 더불어민주당은 당내 기구로 ‘여론조사 검증 및 제도 개선 특별위원회’를 설치한 바 있다. 또 당시에 여당이던 국민의힘과 특정 여론조사연구소, 여론조사 업체와 관련한 정치적 청탁, 금품 수수와 관련한 소송이 지금까지도 끝나지 않고 진행 중이다. 한편 유명 여론조사기관의 설립자이자 임원으로 등재된 인사가 모 대선캠프 기획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맡자, 그 기관의 여론조사가 공정성 시비에 휘말린 적도 있었다.
이제 지방선거가 두 달 남짓 남았다. 선거에 있어 여론조사는 정당 공천자 결정, 후보자 선호도, 표심 등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여론조사의 신뢰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수없이 많고, 매우 복합적이다. 조사업체, 조사 의뢰처, 설문 작성, 모집단 설정, 조사 방법, 조사 기간, 가중치, 보정 방법 및 오차 범위, 보도 매체, 피조사자 수준, 정치 상황 등등. 주위에서 행해지는 여론조사에 주목하여 신뢰성이 유지되고 있는지 잘 살펴보고, 감시해야 할 것이다.
여론조사의 표본집단
조사 결과의 신속성이 요구되는 선거 여론조사는 특성상 짧은 시간에 유권자들의 정보를 알아야 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조사의 편의성, 시간 및 비용의 한계성 등 여러 이유로 전체를 조사하는 방식이 아닌 대표성 있는 표본집단을 추출하여 전화 면접이나 자동응답 조사(ARS 조사)를 통해 조사하는 방식으로 행해진다. 조사하게 되는 표본집단은 전체 대상(모집단)을 대표할 수 있도록 연령, 성, 지역 등을 인구수 또는 유권자 수에 비례하여 할당된 수만큼 표본을 만들어 선정된다.
이때 제일 중요한 것이 표본집단을 공정하고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선정하는 것이다. 과거에 특정 후보나 정당에 유리하도록 표본을 선정하고, 설문 내용, 설문 배치 등을 편파적으로 구성하여 문제가 된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여론조사 조사 전문가들은 특히 표본집단의 선정에 대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모집단 특성이 고르게 반영되도록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샘플을 추출하는 것이다.
그래서 샘플이 오염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조사에서 유권자의 성별, 지역별, 연령별 분포에 치우침이 없도록 해야한다”라고 강조한다. 이렇게 선정된 표본집단을 대상으로 조사한 정보를 바탕으로 보정, 조정, 분석 등 여러 작업을 거쳐 전체 여론을 추정하여 발표하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가 흔히 접하는 여론조사 결과이다.
여론조사 응답률을 아십니까?
선거 여론조사는 일반적으로 전화 면접조사 또는 자동응답조사(ARS) 방식으로 하는데, 가장 큰 문제는 응답률이 낮다는 점이다. 최근 자료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ARS 조사의 응답률은 10% 이하이며 최하 3%인 경우도 있고, 전화 면접조사의 응답률은 13-20%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느 해의 대통령 선거 여론조사 자료를 기초로 ‘전화 선거 여론조사 응답률’을 산출했는데, 평균 약 14.4%에 불과했다.
특히 전화 자동응답 조사 등 전화 여론조사의 경우, 응답률이 3%라는 것은 100명 조사 대상 가운데 응답자가 불과 3명이라는 이야기이다. 무응답이 발생하여 초기에 할당된 수만큼 조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응답자의 가중치를 조정하여 추정보완 작업을 한다 해도, 3% 응답자 정보를 가지고 나머지 97% 정보를 추정하는 것은 조사의 신뢰성에 있어 문제가 크다는 생각이다.
앞에서 인용한 대통령 선거 여론조사 분석자료 중 '전화 선거 여론조사에 대한 의식조사'에서 응답자들이 선거 여론조사에 응답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귀찮아서'를 가장 많이 선택하였고, 응답률이 가장 낮은 20대도 가장 큰 이유는 '귀찮아서'였다.
여론조사에서 무응답률은 응답하지 않은 표본 비율로 무응답자와 응답자 간의 성향 차이가 크면 결과가 왜곡될 가능성도 있다는 생각이다. 무응답률 자체만으로 편향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아무튼 여러 지표를 통해 편향 가능성을 점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 전화 여론조사의 응답률을 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여론조사기관의 전문성
정부 관계 당국은 2024년 22대 총선 과정에서 여론조사 위반을 127건으로 발표한 바 있다. 위반 사항을 내용별로 보면, 등록 사항 위반·미등록 여론조사 공표가 29건, 거짓·중복 응답 지시 27건, 여론조사 결과 왜곡·공표 보도 24건, 여론조사·공표 준수 위반이 22건, 정당·후보자 실시 조사결과 공표 11건, 표본 대표성 미확보 7건 등이다. 그리고 이어서 다음과 같은 발표가 우리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을 더욱 키운 바 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최소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판정된 부실 여론조사기관 30곳의 등록을 취소하기로 했다. 이는 전국 여론조사기관 88곳 가운데 34%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등록 취소 기관은 절차를 밟아 이번 주 안에 공고할 것이다"라는 기사이다.
선거 여론조사를 선호하는 우리 정치권의 풍토 속에서 매년 수많은 여론조사 업체가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일부 업체가 신뢰성 있는 조사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 업체의 목적 또한 의심스럽다고 하니 걱정이 크다. 우리 여론조사기관의 수는 인구가 3배가 넘는 일본이 16개인데 비해서 월등히 많은 70여 개에 이른다고 한다. 정부 관계 당국의 철저한 규제와 관리, 감독이 요구된다.
여론조사 신뢰에 먹칠하는 행위
여론조사 설문 작성 시 설문 용어를 명확히 해야 하고, 방향성과 가치성을 탈피해야 하는 것은 공자님 말씀이다. 그런데 특정 계층, 성향의 대상자가 거부 반응을 보일 수 있는 질문을 고의로 삽입하는 것, 후보자 가상대결 조사에서 비중 있는 후보자를 고의로 빼거나 첨가하는 행위, 특정 정당, 후보자에 대한 호감 또는 비호감을 유도할 수 있는 설문을 작성, 배치하여 문제를 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유형별로 예를 들면, 실제 응답자가 500명임에도, 보고서에는 대답하지 않은 1500명을 합해 2천 명의 응답자로 부풀리는 ‘표본 부풀리기’, 선거의 기본 방식인 성별, 지역별, 연령대별로 피조사자인 표본을 선정하게 되어 있으나, 지키지 않고 조사하는‘표본 자체를 왜곡하기 즉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하기’, 문항을 곁들일 때 일부 응답자 듣기에 거슬리는 내용의 문항을 추가, 감정 등을 상하게 하여 전화를 중간에 끊도록 하고 대신 다른 응답자를 과표집하여 많게 하는‘설문지 문항으로 조사를 포기하게 하기’ 등이다.
이와 같은 행위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여론조작에 가까운 행위로 선거 결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리므로 주의를 환기한다.
여론조사, 알고 주의하고 경계해야
다가오는 6.3 지방선거에서 여론조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한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선거 여론조사가 투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항에 유념하여 여론조사 결과를 잘 이해하고, 피조사자로서 조사에 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먼저 선거 여론조사를 누가 했느냐(여론조사 의뢰처), 조사 기관(여론조사 업체), 응답률을 잘 파악해서 여론조사 결과를 해석, 이해하는 데에 참고했으면 싶다. 여론조사 주체가 여론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응답률이 저조하면 신뢰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후보자 가상대결의 경우 지지율 차이가 오차범위 이내라면, ‘지지율 범위가 중요하지, 순위는 별 의미가 없음’을 알아야 한다. 발표기관, 또는 발표자가 이를 굳이 1, 2위 등 순위로 발표하는 것은 유권자의 선택, 표심에 영향을 주고자 하는 꼼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현대 사회는 우세한 여론, 수가 많은 집단, 강한 권력과 함께하고자 하는 대중 심리 즉 강한 쪽으로 편중되는 ‘동조심리’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후보자 가상대결 조사의 경우 후보자 구성 및 설문 문항 내용과 배치, 휴대전화 포함 여부 등은 조사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다. 문제가 없는지 잘 들여다보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여론조사 대상이 되어 조사 전화를 받으면‘ 귀찮아서’라는 이유로 조사에 불응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응하시라는 당부이다. 여러분 의견 대신 반대 의견이 조사에 반영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