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은 2년 후 광암 이벽 성지 방문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포천시는 불과 2년 후를 예견 못하는 근시안적 정책만 펼치는 것 같아 답답하다. 시의회는 최근 이벽 성지 주변 둘레길 예산 전액을 삭감했고, 포천시는 교황 방문을 염원하는 시민들의 대대적인 서명 운동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다.
올해 새로 선출된 레오 14세 교황이 내후년 한국을 방문한다. 2027년 8월 3일부터 8일까지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WYD)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전 세계 가톨릭 청년의 신앙 축제인 세계청년대회는 교황과 청년이 직접 만나서 대화와 토론을 하는 행사로, 한국에서 개최하는 최초의 세계청년대회다. 한국 천주교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이 대회에 참가하려는 청년은 적게는 50만 명에서 80만 명 정도로 예상한다.
교황의 한국 방문 소식에 맞추었는지, 지난달 포천에서 광암 이벽에 관한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포천시청 신관 2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이 세미나에는 시민 200여 명이 참가하는 등 한국 천주교의 창립 주역으로 알려진 포천 출신 광암 이벽 선생에 대한 관심이 컸다.
포천시와 (사)포천미래포럼에서 주관해 진행한 이 세미나는 올해 85세 된 변기영 몬시뇰을 초청해 '광암 이벽 강론'을 들었다. 천주교에서 몬시뇰은 65세 이상 사제 중 교황이 직접 임명한 특권 사제인데, 이날 변기영 몬시뇰은 1979년 포천 화현면에서 광암 이벽이 묻혀있는 묘지를 발견하기까지 무려 50번을 넘게 화현면을 찾았다고 술회했다.
그런데 이날 세미나의 주 발표자인 이경구 한림대 교수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는 전혀 다른 내용을 발표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 교수는 "이벽은 자진(자살)했고, 출생지도 포천이 아니라는 논란이 있다. 또 한국 최초의 순교자가 아니다"라고 주장한 것.
이런 주장에 대해 화현면 이벽 성지 고봉연 주임신부는 "광암 이벽은 자살하지 않았다. 이 교수께서 잘못 연구한 것 같다. 이벽이 자신의 신앙을 버리지 않자, 대들보에 목을 매고 자살을 시도한 것은 그의 아버지였다"고 반박했다.
고 신부는 또 "현재 이벽 선생은 로마 교황청에 복자로 시복되어 있는데, 천주교에서는 자살한 사람은 절대 성인품에 오를 수 없다"고 자살설을 부인했다. 자신은 "2009년 포천시청을 찾아가 이벽 유적지 사업을 최초로 권유했고, 2010년 이벽의 출생지 문제까지 모두 정리하고 사업을 시작했다"며 이경구 교수의 잘못된 발언을 지적했다.
고봉연 신부의 반박에 이경구 교수는 "자신이 잘못 알았던 것 같다"며 토론회 자리에서 관객에서 조금 전 자신이 발표한 내용을 번복하며 사과하는 촌극을 벌였다. 포천시와 (사)포천미래포럼이 모처럼 좋은 기획으로 시민들의 관심을 모았던 '광암 이벽 학술연구 세미나'에서 초청된 주 발표자가 찬물을 끼얹은 셈이 됐다.
레오 14세 교황은 2년 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에서 현재 교황청에 복자로 시복된 광암 이벽을 성인품에 올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와 함께 광암 이벽 성지기 있는 화현면을 전격 방문할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만 된다면 이벽 성지는 세계 각국에서 1년에 수백만 명씩 방문하는 세계적인 성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포천시와 시의회는 불과 2년 후를 예견하지 못하는 근시안적 정책만 펼치는 것 같아 답답하다. 지난 시의회에서는 문화체육과에서 올린 광암 이벽 성지 주변 둘레길 예산을 전액 삭감했고, 포천시는 교황의 이벽 성지 방문을 염원하는 시민들의 대대적인 서명 운동에도 적극적이지 않다. 이제는 포천 시민들이 대대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