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문학산책

하은 시인의 시 '괴테와 한 걸음' 외 2편

시인ㆍ수필가,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 포천시지부 이사

 

 

괴테와 한 걸음

 

 

들꽃 흐드러진 산상

후미진 곳에서 가는 신음이 흘러나왔어

-아프니?

-그렇진 않아

-마음이 힘든 거야?

-그렇지 조금은

 

단단한 가시를 달고 싶었지

장미를 본 적 없었지만

전설 속 맹독 같은 가시를 꿈꿨어

작은 무기를 생산 했네

저들이 솜털이라 부르는 말랑 가시를

 

미움 없는 한 걸음은

속을 나누며 걸으려던 그만큼의 거리

괴테는 진작부터 알고 있었을까

가시를 키우는 내 맘

독설 속에는 정작 독이 들어있지는 않아

무지한 담합을 지우기 위한 방편이었던 거지.

 

 

 

모짜르트와 베짱이

 

 

아마데우스 볼프강 모짜르트

그게 뭐야

천재 작곡가 이름이지

이름이 너무 길다

그 중에 난 볼프강이 부르기 좋으네

그렇게 부르겠어

모두들 모짜르트라고 하는데 너만?

그래도 난 볼프강

깊숙이 흐르는 강을 좋아해

 

강물 소리가 춤이 되는 세상

가는 다리로 건반 두드릴 일 없겠지만

베짱이의 귀는 아직 성성하다

이해하려 말고 볼프강 그대로를 반겨

힘껏 대문을 열자

모짜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3번이

마당으로 뛰어 들어온다

행복 그거 별 것 아니라니까

그냥 즐겨.

 

 

 

푸른 밤을 그리다가

 

 

빈 자리가 서운해 달을 앉혔다

휑한 구석을 볼 때마다

눈물이 습관처럼 나겠어서 서둘러

달을 자리에 앉힌 것이다

눈물샘 막기로 한 이상

저물 때까지 옆자리를 지켜보기로 했다

오로라의 유영은 한시적이다

천만 반딧불이 별보다 귀한 이유를 찾았다

창호를 뚫는 달빛은 살아있는 첫사랑

하늘 아래 가난한 자들은

성근 가슴 메웠던 시절을 기억하기 위해

뜨겁지 않은 것으로 날마다 마음을 데우며 산다

응원하는 수만 풀벌레 소리가 화살 같던 밤

허공을 하얗게 메우던 청년시절에는

봇도랑 물처럼 날마다 할 말이 많았지만

원고지 구석으로 비켜선 손은 움직임이 없다

일그러진 영혼의 마지막 쓴 소리

은둔을 용납하지 않는 훈수 앞에서

귀를 접은 지도 이미 오래다.

 

 

 

하은 河銀 

시인ㆍ수필가

월간 <문학세계> 시 등단

월간 <스토리문학> 수필 등단

사단법인 한국문인협회 포천시지부 이사

사단법인 우리詩진흥회 회원

한국스토리문인협회 회원

시섬문인협회 이사

문학공원 동인

종합문예지 《스토리문학》 편집위원

시집 『달맞이꽃』 『다시 꽃이다』

메일: haeun5709@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