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의 늦가을 농촌 풍습-고사 이른 봄부터 땀 흘리고 애태우며 키워낸 농작물을 거둬들인 농부들은 마치 기말시험을 끝내고 겨울방학에 들어가는 학생처럼 가벼운 심신으로 사랑방에서 만나 그동안의 농사 이야기를 나누고, 논밭 언저리와 집 주위를 둘러보며 한 해 농사를 뒤돌아보고 정리한다. 그래도 가을 일이 모두 끝난 건 아니다. 추수 뒷정리와 겨울 준비가 남아있다. 특히 농촌 아낙들이 할 일은 아직도 지천이다. 음력 시월에는 집안의 여러 신께 수확에 감사하는 고사(告祀)를 지내야 한다. 고사는 집안의 성주, 터주, 제석, 삼신, 조왕 등의 가신(家神)에게 집안 안녕을 기원하고 감사하는 의례이다. 시골에서는 보통 추수가 끝나고 좋은 날을 정해 그 예를 올린다. 먼저 집안의 신을 모신 성주 항아리와 안방 제석항아리에 햅쌀을 갈아 넣고, 뒤꼍의 터줏가리 나락을 바꾸고 집을 새로 짓는다. 그리고 떡을 놓고 고사를 지낸다. 쌀가루, 찹쌀, 수수, 무 등을 켜켜이 올리고 맨 위에는 반드시 붉은 팥을 뿌린 시루떡과 작은 시루에 쪄낸 백설기 등을 고사떡으로 쓴다. 붉은 팥을 쓰는 이유는 귀신을 쫓기 위해서이다. 떡을 한 조각씩 그릇에 담아 부엌의 조왕, 외양간, 대문의 수문장,
우리 정치의 현안 해결 방안으로 거론되는 정치체제, 정치환경의 변화 등을 포함한 모든 현안은 결국 국민 선택의 몫이다. 국민의 수준이 정치인, 정치 수준을 결정한다 정치, 도대체 왜 이 지경이 되었나 대학 등 동창 모임, 가족 모임 등에서 금기시되는 화제가 있다. 정치 얘기, 지역 얘기, 종교 얘기, 자식의 취업과 결혼 얘기 등이다. 모임의 분위기를 해치거나 참석한 이들에게 갈등과 스트레스를 주고 감정을 상하게 할 수도 있는 민감한 화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강한 이슈 거리가 되어 갈등과 감정 유발 효과가 큰 것은 ‘정치 얘기, 지역색 얘기, 이데올로기’와 관련된 얘기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셋을 포괄적으로 묶어 소위 ‘정치 얘기’라고 말하곤 한다. 정치라는 존재가 우리에게 도대체 무엇이며, 국민 모두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어떤 갈등 요소를 제공하고 있길래 가까운 사람의 모임에서 금기시되는 화제가 되었는지 궁금해진다. 그래서 최근의 관련 자료를 찾다가 발견한 2023년의 자료를 소개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6~8월의 19세 이상 미혼 남녀 3,950명 면접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58%가 정치 성향이 다른 사람과는 연애나 결혼을 할 수 없다고 한다. 또
잘못된 말과 글은 모든 사람을 잠시 속일 수는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국민, 우리 사회가 모순과 잘못된 현실을 고치는 것을 사필귀정이라는 하늘의 순리에만 맡겨 놓을 수는 없습니다. 거짓말쟁이들에게 주어지는 가장 큰 큰 시련과 형벌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믿지 않는 것입니다. 최근 본 스마트폰 카톡 속의 문자를 소개하며 글을 시작합니다. 공지 사항 알림과 문자 댓글 -ㅇ -ㅇ 안부 인사와 문자 댓글 -ㅈ 아름다운 꽃 그림과 좋은 글을 받은 후의 답례 문자 -B6 -ㄴㄷ 카톡 속 문자 댓글은 암호나 다름없습니다. 뜻을 알 수 없어 여러 사람에게 물어보아도 시원스레 답을 주지 못했습니다. 내가 무지한지 아니면 언어 사용에 있어 시대 조류에 뒤진 게 아닌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어안이 벙벙합니다. 전광석화 같은 전자통신기술의 발전은 지구의 역사를 다시 쓰도록 합니다. 인류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산업, 정신세계, 생활 습관, 인간관계 등 모든 걸 통째로 바꿔놓고 있습니다. 지구라는 물리적 공간으로 한정되었던 인간의 삶의 공간이 인터넷 등 가상공간과 융복합 공간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지나온 2000년 역사를 뛰어넘는 변화가
가을볕에 목화가 좀 더 익어가며 가지가지에 달린 타래 속에서는 하얀 솜꽃이 망울망울 피어오르는데, 이때의 눈이 시리도록 하얀 모습은 그야말로 보는 이의 눈을 감탄하게 한다. 그런데 사실 솜꽃은 낮보다는 달밤에 더 일품이다. 여름 지나 본격적인 가을이 되면 자연은 성장을 멈추고 다음 세대를 준비하기에 바쁘다. 수확의 계절이다. 열매와 씨앗으로 새로운 생명을 준비하는 시기이다. 가을걷이를 마친 들판과 냇가에 종류별로 앉아 있는 철새들이 어울려 우는 소리에서 계절을 깨닫는다. '은혜로운 풍요한 가을바람’이 불어온다. 그를 환영하는 듯 코스모스, 칸나, 금잔화, 가을 장미, 설악초, 목화, 메밀, 부용화 등 온갖 꽃이 황홀하다. 나이가 들어 하늘은 퀭하니 높은데 고추잠자리 몇 마리 날아오르고, 하늘거리는 색색깔의 코스모스 모습을 보노라니 마음이 애잔하다. 내 고향 포천 인근의 한 공원을 찾았다. 산책로 옆 벤치에 무심하게 앉아 있자니 한기가 조금 느껴진다. 가을빛이 완연하다. 가로수로 심은 마가목에는 진노랑 열매가 성숙해 가고, 가을이 물들어 가는 노란색의 산수유나무 잎 사이사이에서 발그레한 열매가 수줍은 듯 얼굴을 내보인다. 구름 한 점 없이 드높은 연파랑 하늘과
소득이 늘어나며 살림살이가 좋아져 더 많은 소비를 할 수 있고 넉넉해져서 사는 재미와 행복감도 증가할 듯싶지만, 그렇지만은 않다는 게 사회학자들의 연구이다. 경제가 좋아지면 행복감이나 즐거움이 일정 수준까지 오르다가 멈추거나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름 내내 계속된 장마, 열대야 등 엄혹한 날씨가 우리를 지독히 괴롭혔다. 기록적인 호우, 고온 다습한 장마가 끝나나 싶더니 본격적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며 기상 관측 이래 최대 열대야 기록을 남기고 떠났다. 한편, 남북 간의 긴장 상태가 극에 달해 북한은 해괴한 오물 풍선을 남한의 수천 곳으로 날려 보내고, 남한은 모든 휴전선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에 나섰다. 남북의 군사적 긴장 수위도 함께 고조되었다. 우리 22대 국회는 개원식도 치르지 못하고, 탄핵과 필리버스터 정국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연봉 1억 5700만 원, 지원금 1억 1276만 원 모두 합해 2억 6976만 원이 지급되고, 후원금까지 받는 국회의원 한 명이 10여 시간 넘게 밤을 새워 국회의사당 본회의장 연단에서 뭔가를 열심히 연설하거나 말하거나 읽고 있는데, 그 넓은 회의장에서 듣는 이는 고작 몇 명뿐. 그나마 몇은 끄덕끄덕 졸고, 몇은 파
수많은 역경을 헤치고 노력하는 사람이 대부분인 우리 사회에서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라고 외치며 편법과 불법을 쓰며 불공정하게 경쟁하는 것은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스포츠 경기에서 승부 조작이나 반칙과 다름이 없다는 생각이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프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전통적으로 혈연을 바탕으로 한 대가족 중심의 사회였습니다. 사촌은 부모 형제보다는 한 다리 건너의 친척입니다. 그래서 부모 형제가 땅을 사면 배가 아프지 않았을 터인데 사촌이 땅을 사니 시기와 질투로 배가 아프다는 속담까지 생긴 게 아닐까요? 그런데 언제부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이 말 속에는 자신의 가난이나 배고픔보다 다른 사람이 잘 되는 것을 시기하고 질투하여 못 참겠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또 배 아픔의 대상이 되는 이들의 불공정한 경쟁으로 이룬 성공, 성과를 용인할 수 없다는 부정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국가나 사회 구성원이 재산 명예 출세 업적 보람과 가치 등을 상대 비교하여 시기하고, 질투하고, 나아가 경쟁하려는 공중 심리를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미국이 1905년 가쓰라 태프트 밀약에서 일본의 대한제국 지배권을 묵인한 일, 을사늑약과 경술국치의 치욕, 미군 철수 뒤 1950년 1월에 공산국에 대한 극동 방어선 ‘애치슨라인’에서 대한민국을 제외한 일, 소련의 스탈린과 중공의 모택동이 김일성의 남침을 허용(?)하고, 지원한 일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8월에 들어서면 생각이 깊어지고, 마음이 무거워지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대한제국(조선왕조)이 멸망하고 한일병합이 이뤄진 경술국치일(8월 29일)이 있고, 일제 식민지에서 해방된 광복절이 있고, 8월에 한반도가 실질적으로 분단되었기에 관련 역사가 생각나서 그렇습니다. 한국전쟁은 종전이 아닌 정전 상황으로 남북 분단의 비극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반도 코리아는 남쪽의 대한민국과 북쪽의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으로 양분되어 첨예한 이념 대결의 상황, 서로를 주적으로 하는 엄혹한 정전 상황에 있습니다. 그리고 세계의 열강들은 태평양과 유라시아 대륙을 연결하는 중요 거점 한반도, 남북한 코리아를 둘러싸고 무력을 집중하며 대립하고 있습니다. 대한제국으로 이어진 조선왕조가 막을 내리기 직전인 1900년 전후에도 세계의 열강들은 이곳 한반도에서 힘의 각축을 벌인 바
현대 사회는 정보 및 통신 기술 발전으로 형성된 디지털 사회입니다. 디지털 형식에 의해 정보가 생성되어 전달, 저장, 가공되며 관련 기기와 기술이 널리 보급, 활용되는 사회가 디지털 사회 핵심입니다. 디지털 사회 현대인은 컴퓨터 기기, 스마트폰, 방송 등 미디어 기기, 기타 수많은 디지털 생활 기기를 생필품 및 무기 삼아 일상생활을 합니다. 그래서 광의의 디지털 사회는 이제는 생필품 디지털 기기는 물론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 소셜 미디어, 인공지능 등 기술과 관련된 사회적 변화와 현상을 모두 포함하는 사회입니다. 한편, 우리 디지털 사회의 정치, 사회, 문화적 현상들은 대부분은 일반적이지만 일부는 우리만의 독특한 양상을 보인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디지털 사회를 형성하고 변화시키는 중추는 인터넷, 소셜 네트워크서비스와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입니다. 이를 중심으로 한 정보의 생산, 전달, 저장, 유통 과정 또는 결과에 나타나는 특징적인 현상 가운데 두드러진 몇 가지를 살펴보고 문제점을 찾아봅니다. 아울러 개인과 집단의 슬기로운 대처 방안과 바람직한 삶을 찾아봅니다. 다중에 휘둘리는 여론, 침묵하는 소수 우리의 미디어(매스미디어를 말함) 가
인간은 지구의 주인이 아닙니다. 지구는 모든 생태계와 무생물, 광물질 등 자연이 공존하는 공간입니다. 사람은 최고의 지능과 지혜, 문명과 문화, 훌륭한 네트워크를 가진 지구의 최강자 생명체입니다. 그러기에 인간은 지구에 있는 생명체와 자연과 환경을 배려하고 사랑해야 합니다. 프랑스 출신 비행사 작가인 생텍쥐페리, 어른을 위한 그의 동화 ‘어린 왕자’ 내용입니다. 집채 크기의 아주 작은 별에서 가시가 돋은 꽃, 풀 몇 포기, 양과 함께 단조롭고 고독한 삶을 살던 어린 왕자는 여러 별을 여행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곱 번째 별, 지구를 찾는다. 지구에는 백 명이 넘는 왕, 많은 수의 지리학자와 사업가, 그보다 더 많은 수의 주정뱅이, 삼억 명이 넘는 허영꾼을 포함한 약 이십억 명 정도의 어른들이 살고 있다. 어린 왕자는 지구에서 뱀, 시시한 꽃, 메아리, 여우, 오천 송이 장미꽃, 철도원, 장사꾼, 그리고 고장으로 사막에 불시착한 비행사 아저씨 등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많은 것을 느끼며 배운다. 여우로부터는 훌륭한 지혜를 배우고 사막에서 비행사 아저씨와 우물을 찾아 달콤한 샘물을 마신다. 어린 왕자는 별을 떠난 지 일 년이 되는 날, 메마르고 뾰족뾰족하고
시간의 흐름에는 세 가지가 있다. 미래는 주저하면서 다가오고, 현재는 화살 같이 날아가고, 과거는 영원히 정지하고 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유치원에서 생일잔치한다. 난 다섯 살, 그런데 할아버진 몇 살이야?” 오랜만에 만나는 손자의 당돌한 깜짝 질문이다. 얼버무리며 대꾸는 했지만, 나이 예순을 넘겨 마음에 따라 행하면 자연스레 법도에 따르게 된다는 공자님 말씀의 ‘종심 나이’가 되었건만.... 아하, 아직도 벌컥벌컥 화를 내고, 내 감정, 내 것을 주장하니, 제대로 나잇값을 못 하는 것 같다. 순진무구한 손자 아이는 다섯 살 나이답게 티끌 없이 맑다. 국어에는 연령대를 이르는 어휘(약관이니 불혹이니 이순이니 하는)가 다양하다. 그 말에는 생각, 행위를 제대로 하며 살아야 한다는 선현의 가르침과 지혜가 담겨 있다. 생각, 언행이나 얼굴 모습 속에는 살아온 세월, 지나온 시간, 삶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 모두는 그 사람이 나잇값을 제대로 하는지를 대변한다. 일생이란, 삶이란 생명의 고향, 영혼과 정신의 심연에서 발원하여 지구라는 이승의 공간에서 시내처럼 흐르는 시간과 함께 인연에 따라 행위를 하고 사고를 하다 다시 심연의 바다로 회귀하는 것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