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원 칼럼] 살며 생각하며

‘스마트 폰’에 대한 경계와 우려

차의과학대학교 교수, 전 KBS프로듀서, 아나운서

 

스마트 폰은 대단한 존재이다. 스마트 폰보다 폭넓고 깊게, 자주, 그리고 가까이 인간의 사랑을 받은 문명의 이기가 또 있을까? 그는 이제 문명의 이기를 넘어 인간의 친구요, 지구, 우주와도 비교되는 또 다른 세상이 되었다.

 

사람들은 이제 스마트 폰 없이는 불안해서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아침에 눈 뜨면 제일 먼저 찾는 것도 바로 스마트 폰이다. 그가 없으면 사람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존재가 되어버린 것 같아 무서워지기까지 한다.

 

스마트 폰과 우리와의 인연

 

핸드폰은 스마트 폰의 사촌 형님 정도가 된다. 스마트 폰을 말하려면, 훨씬 일찍 태어난 카폰과 핸드폰과의 인연을 먼저 말해야 하기에 스마트 폰의 조상에 해당하는 ‘카폰’ 이야기를 먼저 한다.

 

카폰은 우리나라에서는 1961년에 출시되었는데, 당시 이용자가 80여 명밖에 되지 않았고 이때가 핸드폰의 고대 시대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일반 유선전화로 시외 교환원을 호출하여 차량 전화번호를 알려 주면, 교환원이 선택 호출장치 버튼으로 전파신호를 발신하여 차량 전화의 벨을 울리는 복잡한 방식이었다. 통화 질도 나쁘고, 수요도 충족할 수 없었기 때문에 카폰은 일반인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카폰이 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84년에 한국 이동통신 서비스가 설립되고 셀룰러 시스템을 도입해서 주로 차량 전화 서비스를 개시했을 때인데, 이때가 실질적으로 이동전화 대중화가 시작된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카폰은 당시 자동차와 더불어 부와 권력의 상징이었던 때로 크기는 무려 30cm 정도 길이로, 군에서 소대장 등이 사용하는 무전기 크기였다.

 

카폰에서 한 단계 진화한 것이 핸드폰(핸디 폰)이다. 88서울올림픽의 영향으로 공급과 가입자가 갑자기 증가하였다. 그래서 카폰에서 실질적인 이동전화 핸드폰(Handy Phone)으로 1988년에 일반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핸드폰 가격이 좀 저렴해지고 통화 서비스도 좋아져 대중화를 시작한 해가 1992년인데 ‘모토 핸드폰 로라’가 뚜껑을 여닫는 플립형 핸드폰을 시장에서 팔기 시작한 해이다. 핸드폰에 획기적인 변화가 생긴 것은 1996년이다. 메모리 기능을 비롯한 편리한 기능들을 가진 스마트 폰의 형뻘 되는 ‘지능형 핸드폰’이 탄생한 것이다. 디지털로 핸드폰 서비스를 하고, 폴더형 전화기도 첫선을 보이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지금의 스마트 폰과 유사한 기능을 가진 핸드폰이 탄생한 것은 2001년이다. 어느 환경에서나 음성은 물론 고속데이터와 영상서비스까지 가능한 멀티미디어를 제공하고, 세계 어디서나 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것이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스마트 폰 이야기를 하자면, 스마트 폰이 지구에 처음 탄생하여 일반 대중에게 공개된 것은 1993년인데 1996년에는 휴대전화에 PDA를 결합한 스마트 폰이 탄생했다. 그러다가 2000년대 중반에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와 대중화를 시작한 후 터치스크린 기술과 결합 되어, PDA를 대체하는 것은 물론, 휴대전화를 제치고 시장의 선두 주자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스마트 폰이 나온 것은 2009년 말에 나온 아이 폰(iPhone) 열풍 덕이었다. ‘아이 폰 스마트 폰’에 대한 관심과 이용자가 갑자기 증가하자 우리나라 여러 개 회사에서 스마트 폰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스마트 폰은 개인용 컴퓨터처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모바일 운영체제를 실어 놓은 핸드폰’으로 태어났다. 그래서 그 기기 이름이 ‘스마트 폰’이라는 이름이 된 것이다.

 

스마트 폰 명칭으로 사용되는‘스마트(smart)’를 직역하면 ‘똑똑한, 영리한, 지혜로운’이라는 의미지만, 그 의미를 한 발짝 더 나아가서 확대해 보면 ‘모든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을 충족시킬 정도로 영리하다, 상호작용을 하며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줄 정도로 영리하다, 사람이 요구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정도로 영리하다’라는 의미로까지 해석할 수 있다.

 

스마트 폰은 이처럼 엄청난 능력과 진화의 가능성을 갖고 탄생을 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사람들과 스마트 폰과의 인연은 이처럼 시작되었다.

 

스마트 폰에 대한 걱정과 경계

 

세상에 나온 지 30여 년 만에 오늘과 같이 빠르게 발전했으니, 미래에 어떻게 진화할지는 가늠이 되지 않는다. 인간의 스마트 폰에 대한 사랑과 집착, 스마트 폰의 진화 속도와 방향 등으로 보아서 예측 불가능이다.

 

필자는 제일 먼저 스마트 폰을 이용하는 횟수와 시간이 지나치게 많은 것이 불안하고 걱정이 된다. 그중에서 작년에 조사한 수치에 따르면 스마트 폰 영상을 보면서 다른 행위를 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 걸 보면 안전이 제일 먼저 걱정이 된다. 운전, 횡단보도 등 도로 보행,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이용 시의 스마트 폰 이용은 절대적으로 자제가 필요하다. 대화와 식사 시의 스마트 폰 이용은 결례 정도로 끝나지만, 목숨을 걸어 놓고 스마트 폰 이용을 하는 것은 정말 삼가야 한다.

 

여러 해 전의 조사에 따르면 거의 매일(주 5일 이상) 미디어 매체를 이용하는 비율은 스마트 폰, TV, PC·노트북, 신문 순인데, TV는 나이가 많을수록, 스마트 폰과 PC‧노트북은 적을수록 이용 빈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는 스마트 폰을 통해서 TV 시청뿐 아니라 PC, 노트북 기능을 모두 할 수 있으니 이용 비율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대가족 가정을 예로 들면 일반적으로 나이가 많은 구성원은 거실 등 개방된 공간에서 TV를 볼 터이고, 나이가 어린 구성원은 혼자 밀폐된 공간에서 VOD 서비스 등을 시청하거나 컴퓨터 기능을 스마트 폰 또는 PC, 노트북을 통해서 이용할 것이다. 즉 아이들은 주로 자기 방 등에서 홀로 미디어를 이용하고, 어른들은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가족 간의 소통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심지어는 가족이 모이는 시간, 예를 들면 식사 시간, 대화 중에도 스마트 폰을 들여다보는 구성원이 있어 얼굴을 붉히는 사례가 자주 있으리라 예측한다.

 

스마트 폰으로 인해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 속의 풍속도도 많이 달라졌다. 앉아 있는 승객, 서 있는 승객 막론하고 일반적으로 승객의 반수 이상은 스마트 폰을 이용하고 있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필자의 인상으로는 나이가 적을수록, 남성보다 여성이 스마트 폰을 많이 이용하는 듯이 보인다.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 폰에 심각하게, 열심히 집중하는 모습은 엄숙함이 느껴질 정도이다.

 

신문 특히 스포츠 신문은 사실상 스마트 폰으로 인해 지하철 등에서 퇴출당했다고 말할 수 있다. 책도 일종의 피해자라고 볼 수 있는데 아무튼 이제는 신문이나 책을 보는 사람은 거의 사라진 게 현실이다. 가끔 학생 등이 책 보는 것을 보면 어찌 기특하게 대견한지 모른다.

 

스마트 폰은 기능적 측면에서 책, 신문과 비교해서 월등한 것이 많이 있지만 미흡한 것 또한 많은 게 사실이다. 간단한 뉴스, 정보나 음악, 게임 등을 아주 빠르고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미디어가 스마트 폰이다.

 

그러나 차별화된 깊은 사고가 필요하거나, 심층적인 정보, 지식을 제공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지하철, 버스의 자투리 시간에 스마트 폰을 이용하는 것은 매우 효율적이고 편리해서 좋은데 그를 통해 얻은 지식과 정보나 여론에 의존하여 중요한 결정을 하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단편적이고 단선적인 정보를 감각적으로 받아들여 빠르게 판단하고 행동하는 데에는 적합할 수 있지만, 보다 심층적이고 복합적인 사고가 필요한 경우는 적합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너무 ‘스마트 폰 미디어’를 비판하는 것 같아서 그가 가지고 있는 세계나 사회 이야기로 글을 끝내고자 한다. 사람들은 스마트 폰이 가지고 있는 세계를 물리적 공간과 비교해서 ‘온라인 세계, 가상 공간, 사이버 공간’이라고 한다. 그곳에서 체험하는 현실을 ‘가상현실’이라고 하는데 그 안에서 이뤄지는 현실이나 사회를 놓고 길게 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나 스마트 폰 및 인터넷 등과 관련하여 그곳에서 벌어지는 문제점, 범죄에 대해서는 매우 걱정스레 말할 수밖에 없다. 그곳에 너무 집착하고, 가상현실을 실제 현실(또는 사실)과 혼동하면, 큰 문제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가상현실에 빠지면 그것을 현실과 혼동해 엉뚱한 행동, 즉 비현실적인 행동을 저지를 수도 있고 병적으로 집착하거나 빠질 경우 이상한 성격의 인간 유형이 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사이버불링(사이버 공간에서 특정인을 집단적으로 따돌리거나 욕설, 험담 따위로 집요하게 괴롭히는 행위) 등과 같은 폭력적인 행위, 범죄 행위, 증후군 등을 특히 우려하는 바이다.

 

아무튼 스마트 폰이 용어에 사용된 ‘스마트(smart)’라는 어휘처럼 지금까지 내가 걱정한 우려들을 모두 불식한 진정한 ‘스마트 미디어 기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재원 이력

. 창수초등학교, 포천중학교, 포천일고등학교, 서울대학교 졸업

. 한국방송 KBS 편성국장, 편성센터장(편성책임자)

. 차의과학대학교 교양교육원장, 부총장

. 포천중.일고등학교 총동문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