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원 칼럼] 살며 생각하며

양극화 사회, 소통과 신뢰로 풀어야 합니다

차의과학대학교 교수, 전 KBS프로듀서, 아나운서

 

 

양극화, 대한민국만의 트렌드인가

 

대한민국이 IMF 외환위기를 겪기 직전, 흔히 말하는 경제발전 고도성장기에 해당하는 시기에는 경제.사회적 측면에서 어떤 가구나 개인이 그런대로 상대적으로 성공하였느냐 그렇지 못하였느냐 잣대는 일반적으로‘중산층’에 속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였다.

 

당시는 중산층에 대한 열망과 기대치가 보통 높은 게 아니어서 스스로 중산층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는 가구 수가 실제로 OECD 분류 기준치를 훨씬 넘어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곤 했다. 대한민국 국민의 체감 중산층 수치와 실제 OECD 수치를 비교할 때 꽤 큰 괴리가 있을 정도였다. 그러던 것이 IMF 외환위기 이후에는 서민층이 확대되고 중산층이 축소되는 경향을 보이기 시작해 오늘에 이르렀다.

 

모두가 너무 길었다. 모 대학교에서 작년 말에 발표한‘트렌드 코리아 2023’의 첫 번째 키워드가 ‘평균 실종, 양극화로 중간이 사라진다’였다. 이 조사 연구발표가 경제 분야에서 소비 중심 조사연구발표라 하더라도 한국사회의 방향성을 시사하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이 발표에 따르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는 이미 경제, 사회, 정치, 이념 등 부분에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와 같은 트렌드가 국가 사회적으로 매우 우려되는 현상들을 양산한다는 점이다. 양극화는 일반적으로 경제적 양극화, 사회적 양극화, 정치.이념의 양극화 등으로 나뉠 수 있다. 경제적 양극화는 어쩌면 자본주의 사회의 숙명이라고 할 수 있다.

 

원인이 되는 소득의 격차, 빈부의 대물림, 일자리의 차별성, 고용의 문제 등은 대부분 국가가 중심이 되어 총체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사회적 양극화는 그 양상이 여러 부문의 불평등으로 인한 심리적 현상, 대립과 갈등으로 나타나는데 집단과 구성원에게 일반적으로 박탈감, 상실감, 열등감, 피해의식, 불안감을 조성하고 생활 전반에서 무질서, 혼란, 불편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치, 이념의 양극화는 그 현상이 알려진 바와 같으니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으나, 특정 정치세력 등 우리 사회 핵심 세력이 전략적인(?) 팬덤 정치(다수의 민심이나 상식에 의한 정책이나 입법행위가 이루어지는 정치 행위가 아니라, 일부 극성 지지자들의 입김과 이득만 반영되는 정치 행위)를 기도하여 매우 부정적이고 파급 효과를 가늠하기 어려운 강력한 양극화를 만든다면 큰 문제이다.

 

그런데 양극화 현상은 형태와 정도는 달라도 일부 OECD 선진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트럼프와 바이든 정부의 미국이 그렇고, 마크롱 정부의 프랑스도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양극화가 모두에게 주는 심각한 스트레스와 불편함

 

걱정스러운 바는 양극화의 형태와 양상이 다양하고 심각하다는 것이다. 앞에서 말한 여러 바람직하지 않은 심리 현상이 우리 사회 구성원에게서 나타나고 있고, 공적 사적 네트워크 모두에서 극심한 대립과 갈등, 다툼, 투쟁, 시위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모두에게 총체적 스트레스와 불편함을 안겨주고 있다.

 

몇 년 전에 교수신문이 ‘공명지조(共命之鳥 : 머리가 두 개인 상상 속의 새로 한 머리가 시기와 질투로 다른 머리에 독이 든 과일을 몰래 먹였다가 둘 다 죽고 만다는 설화 속의 새)’를 그해의 사자성어로 선정한 기사가 생각난다. 서로를 이기려고 하고, 자기만 살려고 하지만 어느 한쪽이 사라지게 되면 모두 죽게 되는 한국사회의 안타까움을 꼬집는 기사였다. 특정 정치집단이 패권정치를 지향하며 승자독식이라는 전체주의적 권력, 이익 등의 분배 행태를 보이는 모습,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전투구에 대한 혐오감이 기사의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혈연, 학연, 지연의 모임과 추석, 설 등 명절 모임에서 양극의 대립이 되는 의제를 화제로 올리는 것이 금기시된 지도 꽤 오래되었다. 양극화의 문제는 결국 정치, 사회 공적 차원의 문제를 넘어 사적 공간으로 확산, 인간관계에도 심각한 영향과 스트레스를 안겨주고 있다.

 

 

민주적 소통과 새로운 세대가 해법이다

 

경제적 양극화든 정치적 양극화든 모두 그것을 완화하거나 해소하는 처방은 있다.

 

필자는 무엇보다 양극화가 가져오는 여러 문제를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의견과 입장이 서로 다른‘계층, 세력, 집단, 개인’간 민주적 절차에 따른 소통과 합의, 이행, 양보, 배려 등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민주적 커뮤니케이션(소통)이 원활히 이뤄져야 한다. 서로가 신뢰하고 인정하는, 솔직한 커뮤니케이션은 민주주의의 시작이다.

 

이와 같은 커뮤니케이션은 서로의 말을 잘 듣고, 이해하려 노력하고, 생각을 좁히려는 소통을 이른다. 민주주의는 커뮤니케이션과 이해, 사랑을 먹고 성장한다. 양극의 핵심이 되는 당사자 간 ‘쟁점 사안, 의제’에 대한 소통을 시작해야 한다. 만약에 여러분과 가까운 부부, 부자, 친구 간에 심각한 견해 차이를 보이는 이슈나 현안이 있다면 솔직하고 이성적인 토크, 토론의 자리를 마련해서 감정적, 육체적 다툼 없이 합의점을 찾아가는 인내의 커뮤니케이션을 권한다.

 

그리고 힘(?) 있는 정치집단과 세력들은 국가와 정부, 사회 등의 힘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일반적 경향, 거리낌 없는 의식에 대해서 철저히 성찰하여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국의 철학자이자 정치 사상가 존 로크는 정치 권력은 오로지 공공선을 위해서만 행해져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국가 사회 등의 모든 공적 행위는 국민의 평화, 안전 등 공공선을 정치 사회의 목표로 삼아야 하고, 국민의 복지가 최상의 법이라고 했다. 공사를 구분하지 않음이 가장 큰 문제이다.

 

우리 사회에는 ‘개인화 현상’ 이 ‘양극화를 부추겨 집단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기주의 경향’을 제어하는 특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알파세대, MZ세대의 정치 사회 경제 등 제 측면에서의 영향력이 무섭다.

 

얼마 전 태국 선거에서의 이들 역할을 주목해야만 한다. 특히 ‘N명에게는 N개의 취향이 있다’라는 문장으로 그 특성을 대변하는 세대- 1990년 중반 이후에 출생한 소위 잘파세대 가운데 용기 있는 젊은이가 간간이 날리는, 우리 정치 사회를 향한 돌직구 화살이 국민의 속을 시원케 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우리 사회의 흐름이 양극화를 제어하더라도 민주적 소통을 통한 사회적 합의, 이행에 의한 혁신은 꼭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우리 국가 사회는 양극단의 이견과 갈등이 심화하고, 이익이 상충하여 타협점을 찾지 못함으로써 극심한 혼란이 일고 있다. 국가의 시스템조차 제대로 가동하지 못함은 물론 국력이 낭비되는 경우가 많아 걱정이다. 이 와중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소외 계층, 삶조차 포기하는 이들은 늘고 있다. 관심과 배려, 사랑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다. 이를 우려하여 지은 필자의 시를 소개한다.

 

사랑으로

 

개나리가 만약 겨울 추위에 꽃을 피우면,

민들레가 만약 가을에 꽃 피워 홀씨를 날리면,

우리는 사랑으로 그들을 살펴보아야 한다.

서녘 하늘을 발갛게 물들여가는 황혼 물결을 바라볼 때,

가을 햇살에 빛나는 시월 가을 장미의 현란한 오색 향연을 볼 때,

감흥이 없는 모두는 사랑 연습을 해야 한다.

세상에 상처를 받고 가슴 저며 하는 사람에게

모든 것을 잃고 혼자 외롭게 아파하는 사람에게

관심과 사랑의 배려가 있어야 한다.

 

 

양극단이 줄고 폭넓은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 

 

가족, 사회 구성원 간의 인정 또한 엷어지고 있다. 삭막하게 변화하는 세태에 대한 우려가 크다. 먼저 내 것을 내려놓으면서 남의 것을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내려다보고는 살아도 쳐다보고는 못 산다고 하는 우리 속담을 생각하며 깊은 성찰을 하고 반성을 해야 한다. 현대는 개성과 다양성의 시대이다. 우리 사회가 모든 영역에서 폭넓게 다양성이 존재하고 그것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싶다. 내 고향 포천 사회 역시 중요한 현안 모두에서 신뢰하는 커뮤니케이션으로 양극단이 축소되고 중도, 중용, 중간, 평균의 의견을 폭넓게 수용했으면 싶다. 그리고 중간지대에 있는 ‘말이 적은, 다양한, 많은 사람’을 배제하지 않아야 한다.

 

 

 

 

 

서재원 

.창수초등학교, 포천중, 포천일고, 서울대 졸업

.한국방송 KBS 편성국장, 편성센터장(편성책임자)

.차의과학대학교 교양교육원장, 부총장

.포천중.일고등학교 총동문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