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에의 향수 속에서' 그 후 내가 철학자이신 연세대학교 김형석 교수님을 처음 만나게 된 것은 교수님의 저서 '조국에의 향수 속에서'라는 에세이를 읽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당시 새파란 청춘이었던 나는 그저 교수님이 처음 미국 유학을 떠나면서 겪은 생소한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워서 별 어려움 없이 책장을 넘겼는데, 하와이에 도착해서 배가 고파 음식을 시키려고 음식점에 들어가셨단다. 메뉴판을 봐도 아는 것이 없어서 그냥 파인애플 망고 레이를 시켰더니 밥이 아니고 온통 과일만 나왔더라는 이야기였다. 그 당시 가난한 대한민국에서는 파인애플이나 망고는 구경조차 할 수 없었던 시기니까 당연한 이야기였다. 벌써 50년도 넘은 아득한 시절의 이야기가 되었지만, 교수직에서 물러나신 노철학자님은 아직도 103세라는 연세에도 글을 쓰시고, 가끔 후세들에게 본받을 만한 말씀을 해주시니 얼마나 존경스러운지 모른다. 1920년에 태어나셔서, 일제강점기와 해방공간을 지나 신생 대한민국이 70년 동안 성장하는 모습을 고스란히 겪어오신 산 역사의 증인이시자 새로운 시대의 정신적 지주이셨던 김형석 철학자님! 17세에 도산 안창호 선생의 강연을 직접 들었고, 광복 후 학교 선배인
고토(古土) 작게 매우 가늘게 젖은 꽃잎 스물 그 중 하나 또 하나 떨어져 가늘고 긴 줄기에 위태롭게 올라 앉아 바람에 휘둘리다 운악산 바라보는 분홍빛 구절초 여린 시선 별처럼 하얗게 모여 소곤소곤 젖어 생을 짓는 방울 꽃 비처럼 깊게 자라는 게 보이지 않았는데 비처럼 깊게 나무처럼 굵게 자랐습니다 고양이 겨울을 창문 너머로 즐길 때 헤아비 흙은 밤에도 빛을 발하고 농부는 고단에 고단을 더해 흙을 뒤집는다 발걸음으로 땅에 선을 만들고 씨앗을 넣어 숨은그림 만들기를 준비한다 달도 없는 밤 화가의 붓칠처럼 섬세하게 내일에 내일을 그려낸다 비바람 천둥 농부의 뜻을 헤아려 쨍한 햇볕 시간으로 대지에 채색을 시작한다 초록초록 똑같이 생겼다고 하지만 각자 다른 사투의 시간 이슬을 기다린다 생의 끝에서 말없이 잎을 틔우며 햇살에 햇살을 살아 낸다 송동현 본명 송계원 1975년 포천 출생 2001년 시집 『꿈을 펼쳐!』로 작품활동 시작 포천문인협회 전 사무국장 맥놀이창작동인회 부회장 사랑방시낭송회 회원 도담도담한옥도서관 시창작교실 강사 도서출판 담장너머 대표 시집 『꿈을 펼쳐!』, 『사랑水』 jinu514@hanmail.net
건강 새벽 4시만 되면 알람 시계처럼 잠에서 깬다. 무릎이 아프고 혈액순환이 안 되니 저절로 눈이 떠진다. 비가 오려나 보다. 내 나이가 몇 살인데 이렇게 오른쪽이 콕콕 쑤시고 아플까? 벌써 할머니가 되었나 보다. 예전에 어머니께서 비가 내리면 온몸이 쑤신다고 하셨는데 지금 내 심정이 그러하다. 조금이라도 일찍 운동했다면, 스트레스도 받지 않고 일을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리고, 부탁한다고 다 들어주지 말고 못 한다고 했으면 좋았을 텐데 지나고 후회하는 인간의 습성은 과연 무슨 심보인지 모르겠다. 그러면 거절도 할 수 있는 내가 되었을 때. 승낙하고 전전긍긍 앓지 말고 가감 없이 안 된다고 이야기했으면 나의 건강에 이런 불상사는 없었을 때 말이다. 이제부터는 상대방의 기분을 배려하여 거절하는 방법을 배워야겠다. 건강을 잃으면 다 소용이 없다. 지금 나를 되돌아보니 무리한 과로와 스트레스를 받으니, 몸을 망치게 된다. 지금 내 상태에서 운동에 집중하여 백 세 인생 자녀 고생시키지 말고 살아야 한다. 요즘은 삶의 나이가 의료의 발달로 늘어나 건강한 몸으로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 내가 갖고 있는 욕심도 조금 버리고 놀아야겠다. 근데 그게 가능할까? 삶은 어떻게
삶에 대한 단상 도처에서 무분별한 탄소배출 등으로 인한 기후 재앙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양산되는 시대에 머나먼 유럽 산티아고 순례길을 찾기보다 유네스코생물권공원 광릉숲 월초대사-의암성사 삼일혁명 순례길을 걸어 보면 어떨까요?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은 슬퍼할 시간이 없습니다. 게으르고 나태한 사람만이 불필요한 고민을 하고 자신의 마음뿐만 아니라 세상을 상하게 합니다. 하고자 하는 의로운 일에 즐겁게 집중하다 보면 어두운 마음과 두려움은 사라지게 되는 법입니다. 하고자 하는 일에 행복으로 집중하기도 시간이 부족한데 어찌 슬퍼할 시간이 있을 수 있겠는가요? 진정한 행복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사람은 열심히 일하지만 여유가 있어 보이고 불행과 실패만을 일삼는 사람은 게으름에 분주하지 않나요? 기름 먼지 뒤집어 쓰고 공장에서 땀 흘리는 사람이 카지노에 신사보다 아름답습니다. 차분하게 역사를 인문학 적으로 고찰해 보면 지난날의 광복은 면암 윤원세 선생님과 같은 분들의 멸 왜 기도와 윤봉길 시인님과 같은 분들의 투쟁의 결과입니다. 우리시대의 문제도 윤봉길 문화마을 임강서원 순례길과 유네스코생물권공원 광릉숲 월초대사-의암성사 삼일혁명 순례길 걷기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선택
紅葉 가슴을 토해내듯 가쁜 숨간에 올려다 본 하늘엔 홍엽이 별을 그리고 그 별빛들이 가을을 탄다. 붉은 빛이 내려와 그녀의 얼굴에 홍조를 뛰우니 설렘가득 일렁이는 파도에 紅葉이 계단가득 내린다. 오늘 나는 가을향기에 붉게 물들며 익어간다. 紅葉 한잎 주워들어 구름위에 뛰운다. 는개비 품속에 돌아와 갇힌 파도는 포말로 기쁨을 토해낸다. 곧 다시 큰마음 품고 떠나겠지만 얼마지 않아 다시 돌아올 거란 것을 당신은 알고 있다. 멀리서 해안을 큰 팔 벌려 보듬은 노송사이로 는개비는 소리 없이 눈썹을 적신다. 가을 사랑에 물들다 바람에 가을이 떨어져 뒹굴고 그중에 사랑도 하나 있어, 주워들었다. 어느덧 시린 바람은 겨드랑이를 건드린다. 빗속 세상 함석지붕 위에 내리는 빗방울이 추녀에서 낙하산을 펴고 개구리 등위로 내립니다. 떨어진 빗물이 흘러 매미 집을 지나니 어디는 홍수이고 재난입니다. 어제 일찍 부지런 떤 개미집은 문을 굳게 닫은 탓에 안전합니다. 오늘도 떨어지는 낙수 소리에 누군 커피 향 그윽한 창가에서 향수에 젖고 우산을 든 농부는 논둑을 걸으며 그래도 풍년을 기원합니다. 내일은 아마도 푸른 하늘에 그림을 그릴 수 있겠죠. 고한종(高漢鍾) * 시인, 아호 갈매
공간 시나브로 내리는 빗줄기 메마른 땅이 목을 길게 쳐들고 얼굴 가득히 받아내고 있다 잔잔하게 적셔지는 땅의 숨결 오랜만에 느껴보는 고요한 평화 외로운 자만이 의미를 찾고 고독한 자만이 사색하고 집중한다 외로움과 고독은 텅 빈 공간이 아닌 또 다른 성찰과 성장의 공간 정갈한 찻잔에 담긴 지난 가을이 주고 간 따뜻한 국화향기 얌전하게 놓인 작은 방석 하나를 꺼내 고즈넉이 자리 잡는다 늦장마 돌아오는 길은 지루하고 무더웠다 진회색의 촘촘한 하늘 틈새로 빗방울이 떨어졌다 윈도브러시를 쓰기도 애매한 거리의 사람들은 무표정한 얼굴로 걷고 그들을 바라보는 내 표정 또한 시들하고 여름 끝에 물폭탄을 맞아 사람들을 경악시킨 강남역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뻔뻔하다 쇼윈도에 선명하게 번쩍이는 외국산 마크를 달고 거만하게 들어앉은 자동차는 더 가증스럽고 허공에 매달린 40억짜리 아파트는 아래 삶들과는 무관하게 위풍당당했다 변두리 반지하방에 살던 여자는 고양이를 찾으러 갔다가 끝내 돌아오지 못하고 어느 하늘 길로 들어섰는지 열린 맨홀 속으로 물결에 휩쓸려 떠내려간 황당한 사람들은 지금쯤 한강 어느 언저리에 떠 있는지 어제 일들을 말끔하게 걷어낸 대한민국 수도 서울은 여전히
풋콩 천지사방 부지깽이라도 불러다 써야 한다는 계절이다. 핑계 없는 무덤 없다는 말처럼 일 부리려는 마음에 하는 말인가 싶지만, 오죽 바쁜 철이면 한낮 부지깽이에 도움을 청할까 싶다. 봄 백수는 있어도 가을 백수는 없다는 말 또한 추수를 기다리는 밭작물이 떠오르니 그럴 만도 하다. 고사리손까지 필요했던 돌아가신 조모가 떠올라 울컥 어린 날의 추억 저편 옛이야기를 꺼내 멍석에 깔아 본다. 아침 이슬이 채 마르지도 않은 논두렁 길을 축구공을 차듯 신발을 적시며 할아버지를 따라 걷는다. 벼 이삭에 알이 차기 시작하니 알곡을 탐내는 새 떼가 무리 지어 달려든다. 풋풋한 단맛을 훔치려는 새와 알곡 하나라도 지키기 위한 전쟁의 시작이다. 목이 터지도록 소리 질러보고 깡통과 북을 두들겨 보다가 작전을 바꾸어 본다. 거울을 이용한 눈속임이다. 햇빛을 총알 삼아 일발 장전하고 새를 향해 기울여도 보고 반짝이는 거울을 올렸다 내렸다 기습작전을 펼친다. 새들과 숨바꼭질을 하며 뛰어다니다 보면 아이는 콩대와 옥수숫대 온갖 잡초까지 어린 종아리를 훌치고 위협을 가한다. 새 쫓는 일이 끝나고 씻으려면 몸이 쓰리고 아프다. 새 떼는 훼방꾼이 분명하다. 한여름 장맛비 시련과 폭염에도 농
신발 가는 곳에 따라 바뀌어서 때론 편하게 또는 멋지게 아낌없이 내어주고 내 품에 들어와 포근하게 동침한다 인생 계급장은 예쁜 것보다 편한 게 좋다고 한마디 덧붙이네 매일 아침 만나며 저녁엔 파김치가 된다. 아트밸리 주말 오후인데도 아트밸리는 생각보다 한적하고 여유로웠다 곤돌라도 반갑다고 웃고 꽃들과 나무들은 어서 오라고 손을 높이 들어 반긴다 천상의 소리로 흥겹게 춤을 추니 환한 미소와 박수가 환호성을 친다 천주호의 넓은 사랑에 함박웃음은 하늘을 날며 행복 바이러스가 되었다 달과 별들이 속삭일 때 집에 온 가방과 신발이 늘어지게 꿈나라 여행한다. 장경숙 시인 소설가 문학평론가 문예지도사 전문가 자격취득 (사)한국문인협회 포천지부 정회원 (사)종합문예유성 황진이문화예술상 대상(에어로폰) (사)종합문예유성 집현전 문학상 최우수상 현)mbc여성시대 2003 가을주부나들이 회장 2021 (사)종합문예유성 등단
'포천 문학산책'은 글쓰기를 좋아하시는 포천 분들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쓴 시와 산문, 수필 등을 자유롭게 발표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자신의 작품을 독자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포천 문학산책'에 문학을 사랑하시는 분들의 큰 호응을 부탁합니다. 이번 주는 포천문인협회 회원인 박선영 시인의 시 '박꽃' 외 2편을 게재합니다. 박 작가는 2018년 대한문학세계문예지를 통해 등단했고, 같은 해에 대한문학세계 시부문 신인상을 수상했습니다. 박꽃 널찍한 초록이파리 사이로 하얀 얼굴 쑥 내밀면 쌀밥 한 그릇 꿈이 굴뚝연기로 서 산 마루 노을을 맞이하고 옥수 섬 섬 발그레한 볼에 너 한잔 나 한잔 적신 입술이 백년해로 꽃잠 이였네 조롱박에 맑은 술 담아 꽃잎 하나 띄워서 너랑 나랑 짧은 여름밤 눈 안에 비치는 별빛이 보고 싶다 산딸기 산등선 넘어 밭고랑 메고 온 날 흙먼지 털어낸 헤진 옷섶 안에 뭉개질까 조심히 쥐고 펼쳐 내민 붉게 익은 산딸기 한 줌 굵은 알 따다 엄마 손등 긁힌 자국 선명한데 입에 넣을 욕심에 눈은 산딸기위에 반짝이고 달콤한 혀끝 맛에 손이 바쁘다 뙤약볕 그을린 엄마의 검은 얼굴에 땀방울이 그득하고 산딸기 오물거린 작은 입가엔 미소가 가득하다 열대야
'포천 문학산책'은 글쓰기를 좋아하시는 포천 분들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쓴 시와 산문, 수필 등을 자유롭게 발표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자신의 작품을 독자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포천 문학산책'에 문학을 사랑하시는 분들의 큰 호응을 부탁합니다. 이번 주는 포천문인협회 회원인 전당(田堂) 김순희 작가의 詩 '참 좋다'와 '지옥과 천국 사이' 두 편을 게재합니다. 김 작가는 내촌면 출신으로 월간 《스토리 문학》 시 부문으로 등단한 시인입니다. 참 좋다 곧게 뻗은 고속도로 한 없이 달려 본다 하하 호호하면서 차창 밖 너머로 세월을 흘려보낸다 미싱 소리 요란하다 쉴 틈 없이 밞아대는 누름판 위로 손은 바쁘게 움직이고 긴 머리 동여맨 머리엔 먼지가 한가득하다 손은 허우적대면 하나라도 더 빠르게 하려고 기계적으로 움직인다 야~ 집에 있냐? 하면서 큰소리로 문 여닫는 여인네의 모습에 그제야 고개를 들어 본다 성! 왜요? 일 그만하고 차 한잔하자! 하면서 들어온 당당한 그녀 늘 씩씩함이 묻어온다 언제나 신랑 등쌀에 힘겨워하면서도 호탕한 모습에 가끔은 숨 이며 지켜보지만 그것도 시간이 가면 지나가리라 나도 끼워줘! 하면서 다가선 또 하나의 그녀 마음은 호탕하게 다가서지 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