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저지, 버겐카운티 Bergen county, NJ 2023년 3월말, 워싱턴 디시에 벗꽃이 눈부시던 날, 뉴욕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이웃에 살다가 뉴욕 근교로 5년전 이사 갔으나 팬데믹으로 오가지도 못하고 그리워하던 친구를 만나러 가기로 결행한 여정이다. 뉴욕은 세계인들이 와서 살고 싶어하는 압도적으로 멋있는 도시이다. 문화와 예술이 넘쳐나는 곳, 미국의 자본주의가 어디까지 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느끼게 해주는 곳이다. 미국의 수도이지만 뉴욕에 비하면 조용하고 평화로운 워싱턴 DC 주민에게도, 뉴욕은 엄청나고 매력적인 곳이나, 관광의 목적으로 쉽게 드나들기엔 부담스러운 도시이다. 자유롭게 자동차로 이동하고 주차할 수 없으니 뉴욕을 즐기려면 체력적으로 우선 부담되고, 물가가 상대적으로 비싸니 경제적으로도 부담스러운 곳이다. 친구는 한인들이 뉴욕에 정착하여 경제적인 안정을 이룩하면 거주하고 싶어하는 지역인 버겐카운티(카운티는 주를 나눈 행정 구역으로, 한국의 도를 나눈 군과 비슷하다)에서 살고 있다. 맨해튼에서 허드슨강을 건너면 바로 만나는 곳으로, 뉴저지주에 속하는 동네이다. 문화와 예술과 경제의 중심지인 맨해튼과의 근접성뿐 아니라 허드슨 강변의 바위
12월 23일 오늘은 청명한 날씨 가운데 아스완 근처 나일강의 한 섬에 지어진 필레(Philae) 신전으로 향한다. 기원전 6~7세기에 지어져 기원후 6세기에 이르도록 신전의 역할을 담당하던 아름다운 유적이다. 원래 필레 섬에 있어 나일강이 범람할 때면 반쯤 침수되어 훼손되던 신전은 아스완 댐이 지어지면서 유네스코 주관으로 다른 섬으로 이동되어 오늘의 모습으로 관광객들을 맞는다. 이곳은 배를 타야 갈 수 있다. 눈부신 12월의 햇살 가운데 모터보트로 잠시 이동하면 물 가운데 떠 있는 듯한 아름다운 고대 건축물을 만난다. 고대 이집트 말기 왕조가 짓기 시작하였으나 지금 남아 있는 건축물들은 그레코로만 스타일로, 대부분 그리스 사람인 프톨레미 왕조가 신축한 대로이다. 지금은 없어진 고대 이집트 상형 문자가 벽면에 남겨진 최후의 신전이기도 하다. 건축물이 물가에 있으면 자동으로 아름다움을 더하게 되는데 이 신전도 나일강과 파란 하늘과 쾌적한 바람 가운데 아득한 옛날 엄청난 정성으로 아름답고 거대한 건축물을 지어 신께 바치고 사라진 사람들을 생각하게 한다. 마치 현대 미술 작품처럼 보이는 상형 문자로 벽에 남겨진 고대 이집트인들의 이야기는 1822년에 그 문자를 해
12월 21일 오늘 아침은 유람선에서 휴식한다. 우리를 태운 유람선은 나일강을 따라서 비교적 느린 속도로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길고 긴 나일강 유역을 바라보며, 쾌적하고 따스한 12월의 햇볕을 만끽한다. 유람선이 빠르게 움직이면 ‘유람’(돌아다니며 구경함)이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을 듯하다. 내가 사는 동네는 엄동설한이라는 소식을 들으면서, 4층 건물 같은 유람선의 옥상에서 눈부신 12월의 햇빛을 감사함으로 누린다. 핫셉수트 여왕이 모세를 건져내었다는 나일강 강가에는 갈대 같은 모습의 식물이 무성하다. 갈대가 없었다면 아기를 태운 광주리는 하염없이 강 가운데로 흘러가 버렸을 텐데, 갈대밭이라 천천히 떠다니다가 강가에 나와 있던 공주의 눈에 띌 수 있었을 것 같다. 나일강이 운송과 교통을 책임져줄 뿐 아니라 잦은 범람으로 온갖 퇴적물을 쌓아 비옥한 토지를 강가에 펼쳐준다. 경관을 바라보며 고대 왕국이 부를 누릴 수 있는 모든 이유가 나일강에 있었음을 시야로 확인한다. 배가 천천히 움직이고 있는데, 현지 가이드가 미리 얘기해 준 대로 조각배 수준의 작은 배들이 모터를 달고 빠르게 다가와서 해적선 이야기에서 들은 것처럼 우리 유람선에 갈고리를 걸고 바짝
12월 20일 아침에 일어나니 룩소르에서 100㎞ 정도 나일강의 상류로 배가 움직여서 에드푸(Edfu)라는 곳에 정박해 있다. 오늘은 나일강 서쪽에 있는 왕들의 계곡(Valley of the kings)이라는 묘역을 보러 간다. 이곳은 멀리서 보면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없는 산인데 피라미드 모양이다. 피라미드를 짓는 것이 너무 과하다 여겼는지 피라미드를 닮은 산을 파고 들어가서 다음 생을 준비할 궁전을 짓고 그곳에서 안식하였다. 묘역으로 들어가는 길에 가장 최근에(1922년), 도굴되지 않은 투탕카멘의 묘를 발견한 영국의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가 살던 집이 언덕 위에 앉아서 우리를 맞이한다. 세계인이 지금도 열광하는 투탕카멘의 묘를 고대 이집트 역사에 대한 진정한 애정과 집념으로 발견한 업적으로 그가 살던 집도 관광객들이 들러볼 수 있도록 관리되고 있다. 거대한 바위산에 지금까지 발굴되어 번호가 붙여진 무덤만도 60여 개에 이른다. 대부분 상형 문자의 해독으로 누구의 무덤인지 알려져 있으나 거의 모든 무덤이 이미 도굴된 채 발견되었다. 금은보화가 땅에 가득 묻혀 있는 것을 아는데 호시탐탐 훔쳐 가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너무 강력한 유혹이었을 거다. 특히
▲필자 김은성 작가. ▲파라오들의 거대한 석상과 오벨리스크가 맞아주는 룩소르 신전. 12월 19일 오늘은 아침 7시 비행기로 나일강의 상류, 룩소르로 떠나는 날이다. 새벽 3시반에 기상 전화가 올거라는데, 호텔이 아침 7시까지 단수라고 한다. 어린 날, 단수 소식을 들으면 어른들이 물통에 물을 잔뜩 받아두던 기억이 나서, 욕조에 물을 받아두고 잤는데 일어나보니 물이 거의 빠져서 얼마 남지 않았다. 비몽사몽 가운데 물을 알뜰하게 쓰며 씻고 식당으로 내려가니 그 새벽에 아침이 준비되어 있다. 우리를 위해서 직원들을 동원해서 영업시간 몇 시간 전에 아침을 준비해줄 호텔은 미국에선 찾아볼 수 없을 것 같다. 아마도 커피와 도너스정도 준비된다면 이게 왠 횡재인가 할 거다. 최고급 호텔에서 물이 안 나오기도 하고, 새벽 4시에 화려한 조식 부페가 차려질수 있는 것이, 아직 선진국에 들지 못한 나라를 경험하는 한 예라고 생각된다. 고객의 편리함을 위하여 저렴한 보수로 동원된 인력이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것과 달리, 아무도 불편하지 않게 살기 위하여, 모두가 조금씩 불편을 감수하며 사는 나라가 선진국이라는 역설적인 이론이 성립된다. 미국에 살다가 한국에 나가면 24시간 모
12월18일 거리를 오갈 때 보이는 풍경과 사뭇 다르게 호사스러운 궁전, 아니 호텔에서 아침을 맞는다. 상다리가 휘어지고 넘치도록 차려진 호텔 뷔페로 조식을 먹고 관광버스에 오르니, 앞이 잘 안 보이는 흐릿한 날씨이다. 우리 동네는 겨울인데 이 여행에는 어떤 계절의 옷을 챙겨와야 할지 고민하게 한, 으스스한 가을 날씨이다. 수은주 온도와 체감 온도는 사뭇 다르니, 현지의 기온만으로 옷을 챙겨오면 안 된다는 것을 여러 번의 여행으로 배웠다. 어딜 가더라도, 양파처럼 여러 겹으로 입었다가 벗을 수 있는 옷들이 필수이다. 버스는 고대문명 7대 불가사의로 너무나 유명한 피라미드를 보러 기자(Giza)로 향한다. 카이로 근교로 호텔에서 7㎞ 정도 떨어져 있다. 나일강의 동쪽인 카이로에서 서쪽으로 이동한다. 이집트 고대 문명의 모든 무덤은 강의 서쪽에 있다. 나일강이 생명줄이던 그들에게 해가 떠오르는 동쪽은 현세 삶의 상징이며, 해가 지는 서쪽에는, 다시 해가 떠오르길 기다리며 잠들어 있는 곳, 무덤이 위치한다. 기자 평원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세워진 거대한 피라미드(쿠푸 왕의 무덤)과 두 개의 피라미드는 사진에서 수없이 보았으나, 실제로 보니 그냥 인간들이 쌓아 올린
보수 중인 모스크들도 아름답고 휘황찬란하나 지난 세월 동안 유지 관리가 안 된지라 빛바랜 상태로 서 있다. 선진국에 속하는 이탈리아도 너무나 많은 유적을 관리하느라 막대한 인력과 자원을 동원하며 애쓰는 것을 보고 왔었다. 유적과 유물에 신경 쓸 여유가 없던 이집트도 근래 들어서며 세계인들의 지원 가운데 벅차도록 많은 양의 문화재의 보수 관리에 나섰으나 갈 길이 하염없이 멀어 보인다. 얼핏 보면 남루하지만 자세히 보면 아름다운 건물 중에 특히 인상 깊은 건물은 물을 공급하는 집, 사빌(Sabil은 아랍어로 공짜라는 뜻이라고 한다. 공짜로 공급받는 물)이다. 대리석으로 정교하게 지은 집이 골목마다 있는데 부자들이 동네 사람들을 위해서 지은 건물이라고 한다. 공동 수도라는 기능을 넘어 아름답게 지어서 동네 사람들에게 사용하게 해준 부자들의 넉넉한 마음을 좀 더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이 나라에서는 부자들이 항상 이웃에게 베풀고 나누는 사람들로 존경받는다고 한다니 자본주의 나라에서 온 나에게 사뭇 낯선 정서이다. 경주의 최부잣집이 늘 이야기되는 이유는 그렇게 풍성히 나누는 부자들은 흔하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이집트는 빈부의 차이가 매우 크다고 하는데 부자들이 존
카이로 공항은 깔끔한 현대식 건물 1억 인구가 나일강 유역에서 살아가는 이집트 이집트 여인들의 히잡은 스스로의 선택 헬레니즘 느낌의 카이로의 첫인상 팬데믹으로 지구촌이 출렁이던, 3년간의 격동의 세월을 지나 2022년도 저물어가고 있었다. 백신이 보급되고 사망률이 줄어들자 여행이 재개되었으나 노약자로 분류되는 우리는 여행을 자제하며 지내왔다. 참을 수 없어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으나 참을 수 있는 사람들은 무조건 집에 있어 주는 것이 팬데믹을 빨리 끝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책임 의식도 있었다. 그러나 세월은 늙어가는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으니 아직도 팬데믹이 종료된 것은 아니지만 조심스레 여행을 재개해 보기로 했다. 연중행사로 만나본 주치의도 팬데믹이 끝날 때를 기다리다가는 영영 못 갈 수도 있으니 여행을 시작하라고 부추긴다. 미국 동부에서 가장 가깝고 익숙한 유럽으로 가는 여행이 우리에게는 제일 편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파동으로 불편을 겪는 시민들이 여기저기서 시위 중이라는 소식과 난민들로 인하여 뒤숭숭하다는 보도를 접하며 유럽을 비껴 다른 대륙으로 가보기로 했다. 고통받는 사람들 옆에서 유람 다니는 것이 미안하다는 생각
▲필자 김은성 작가. 몽펠리에(Montpelier) 버몬트주의 행정수도 몽펠리에는 인구가 8천명에 불과하여 50개 주 중에 가장 인구가 적은 행정수도이며, 행정수도 중 유일하게 맥도날드가 들어와 있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금박으로 칠한 동그란 지붕을 얹은 의사당의 자태와 조용하고 깨끗한 도시는 정말 평화롭고 아름답게 보였다. 마침 의사당 안 투어도 할 수 있었는데, 버몬트 사람들의 정치 성향과 그들의 자긍심 등을 충분히 느껴볼 수 있었다. 인구 60만명인 작은 주의 의사당이지만, 화려하고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어서 의회 민주주의의 위용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느꼈다. ▲1859년 금박으로 동그란 지붕을 얹어 재건축한 버몬트주 국회의사당. 의사당 안의 대리석 장식은 건축 당시 대리석 장사를 하던 정치인이 기부의 형식으로 장식했으나, 누가 봐도 '샘플' 같이 보이는 대리석 조각을 보고 오가는 사람들이 주문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니 요즘 유행하는 PPL이었던 것 같아서 웃음이 났다. 자기의 이익을 위해 일하지 않고 진정한 섬김으로 골몰하는 정치인은 환상에만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의사당 안에 장식된 대리석 조각은 기증한 사람이 팔고 있는 대리석의 견본이기도 하여
▲필자 김은성 작가. 버몬트주는, 이반 데니소비니치의 하루라는 책으로 노벨상을 받고 반체제 인사로 소련에서 추방된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이 1976년부터 구소련이 붕괴하여 러시아로 돌아간 1994년까지 살던 곳이기도 하다. 인구 1,400명이 사는 캐번디시(Cavendish)라는 작은 마을에서 은거할 때, 마을 사람들은 그가 어디에 사는지 알았으나 방문하는 누구에게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조용히 살고 싶어 한 그의 바람을 한 마음으로 존중해준 것이 버몬트 사람들의 정서를 대변해준다. 캐번디시의 도서관은 솔제니친이 떠나며 선물로 준 그의 서명이 있는 저서를 보물처럼 전시하고 있다고 한다. 2백년 전쯤에 시간이 멈춘 듯한 모습의 버몬트주에 단풍이 불타는 계절은 시간을 거꾸로 돌리고 싶어 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타지로부터 불러 모은다. 신생국 미국에서 만나는 옛 모습은 불과 2백년 전으로 돌아가니 수천 년의 흔적을 간직한 구대륙에 비하면 옛것이라 부르기도 빈약하지만, 수천 년이 아닌 2백년이라 시간의 체감이 더 선명할 수도 있다. ▲우리가 들러본 마을들을 빨간 점으로 표시해봤다. 스트래튼(Stratton) 도시나 산업단지 등으로 개발된 곳이 별로 없는 버몬트주는,
▲필자 김은성 작가. 미국은 면적이나 독립적인 행정체계나 경제력으로 봐서 하나의 국가 같은 50개의 주가 모여 미연방 합중국(United States of America)이라는, 거대한 국가를 이루고 있다. 기회가 허락된다면, 지나가는 길에 자동차 바퀴로라도 50개 주를 한 번씩 밟아보고 싶다는 바램을 갖고 있는데, 아직 가보지 못한 주가 일곱 주 정도라 실현 가능성이 있을 것도 같다. ▲버몬트주는 바다를 면하고 있지 않은 주이다. 동서로 80마일, 남북으로 160마일, 남한의 1/4 정도 크기의 작은 면적에 인구는 우리나라 경기도 일산과 비슷한 60만 명이 산다. 2022년 가을에는, 미디어보다는 그곳을 다녀온 자인들로부터 아름답다고 많이 들은 바 있는 최고의 단풍을 보러 버몬트주를 방문해 보았다. 좋은 여행이 되려면, 날씨가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일정 지역을 어느 계절에 방문하는가에 따라서 여행의 추억과 만족도가 달라지니, 한번 가볼 거라면 그곳을 가장 아름답게 보여주는 계절에 방문할 수 있다면 최고의 행운이다. 버몬트주는 코네티컷, 메인, 매사추세츠, 뉴햄프셔, 로드아일랜드주와 함께 17세기 초 유럽인들이 건너와 정착하기 시작한 신대륙의 땅, 뉴잉글랜드
▲필자 김은성 작가. 내가 사는 동네, 미국의 수도 워싱턴 디시의 가장 아름다운 장소로는, 벚꽃 필 때의 제퍼슨 기념관을 꼽는다. 1912년 일본에서 배로 실어 와서 선물로 심어준 3천여 그루 벚꽃이 만개한 워싱턴 디시의 벚꽃 축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볼거리이며 사진작가들이 사랑하는 풍광이 펼쳐지는데, 제퍼슨 기념관이 보이는 사진이 가장 많고, 가장 아름답다고들 한다 . ▲토마스 제퍼슨. 1800년, 50대의 모습이다. 벚꽃이 만개하면, 관광객으로 뒤덮이는 디시에 가서, 제퍼슨 기념관 앞 층계에 앉아서 일본에서 온 꽃과 인공호수 건너편으로 보이는 미국 수도의 건축물이 어우러져 펼치는 찬란한 아름다움을 바라보며 망중한을 즐기곤 한다. 주로 외관과 주변의 아름다움만 즐기곤 하다가, 여유가 있어진 요즘에야 기념관 안의 주인공 제퍼슨에 관한 전시물을 자세히 읽고 나니, 토마스 제퍼슨(1743년~1826년)은 미국의 다빈치(1452년~1519년)라고 생각되었다. ▲네오클래식 건축양식으로 지은 제퍼슨 기념관. 제퍼슨의 생애와 업적에 관한 방대한 전시물이 있는 박물관이다. 미술에 관심이 별로 없어도, 수십만 점의 소장품을 자랑하는 루브르 미술관의 최고 인기 작품인 모나리
▲필자 김은성 작가. 본문에 들어가기 전에 김은성 작가의 이번 원고는 이미 6월 초에 포천좋은신문 편집부에 도착했는데, 편집자인 제가 병원에 입원하느라 이제야 원고를 게재합니다. 김은성 작가님과 독자들에게 죄송한 마음 전합니다. Marseille 마르세유 테제베 고속철(TGV) 역에서 걸어서 5분도 채 안 걸리는 역전에 잡은 숙소를 잘 이용해주는 차원에서, 오늘은 기차 타고 길을 떠나본다. 다행히 마르세유(현지 발음으론 '막세이'에 더 가깝다) 최고의 구경거리인 옛 항구도 역에서 걷기 좋은 거리에 위치하여 오늘 기차여행은 탁월한 선택이라고 느꼈다. 단지, 알람을 해놨는데도 아침에 꼭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잠을 설쳐서 종일 몸이 고달팠다. 별거 아닌 걸로도 잠을 설치는 신경의 노쇠함을 이럴 때 절감한다. 한적한 시골 여행을 선호하는지라 큰 도시에 속하는 이곳은 뺄까 싶기도 했는데, 프랑스 국가에도 등장하고 수많은 소설과 역사 속에 등장하는 이 도시를 안 찍고 갈 수는 없다고 결론짓고, 살짝만 보려고 기차를 선택한 이유도 있다. 아비뇽에서 새벽 기차를 타고 마르세유역에 내리니 '아, 역시 이곳은 굉장한 곳이다!' 인정하게 하는 모습으로 방문객을 맞는다.
▲필자 김은성 작가. 론강변을 따라서(Cote du Rhone) 아비뇽의 북쪽에는 론강이 흐른다. 론강변의 포도밭과 알프스산맥과 론강이 펼치는 프로방스의 자연경관을 보라고 가이드북이 엮어준 코스를 따라서 돌아보는 여정을 따라가 본다. 와인에 심취해 있진 않으나 여행 떠나기 전에 맛보고 아주 맘에 들었던, Chateauneuf du papes(교황의 새 샤또)에서 온 와인이 생각나서 우선 그곳으로 가본다. 아비뇽 유수 70년도 안 되는데 교황청이 소유했던 포도밭이 바다같이 넓다. 농지 가운데 높이 솟은 언덕 위에 여름 궁전을 지은 교황청의 유적이 있어서 교황의 새 샤또, 샤토네프뒤팝(Chateauneuf du papes)이라는 이름의 마을이다. ▲교황의 여름 궁전에서 보이는 마을과 포도밭. 여기서부터 종일 자동차로 달려도 내내 끝 모를 포도밭이 펼쳐져 있다. 여기저기 와이너리 구경하다가 호텔에서 맛볼 와인 한 병만 샀다. 미국으로 보내면 송료가 병당 20유로라길래. 우리가 미국에서 마시는 와인이 20불도 안 되는구먼. 송료 생각하니, 미국산 와인이 가성비가 더 좋을 거라는 계산을! 하게 된다. 와인의 가격은 너무나 정직하여, 모든 이가 공감하진 않으나 값이 품
▲필자 김은성 작가. 니스에서 이탈리아를 향하여 지중해 연안으로 니스의 호텔에서 숙박하고, 이탈리아 방향으로 지중해 연안 도로를 따라가니 모나코 왕국이다. 그레이스 켈리가 운전하고 달리다가 사망한 가파른 절벽 위의 좁은 길이다. 유럽에는 아찔한 절벽 위의 좁은 길이 많은 편이라 고소 공포증이 있으면 운전하기 힘들 거 같은 길을 많이 만나는데, 현지인들은 익숙해서인지 우리 기준으론 마구 달린다고 느껴진다. 이성계의 후손들은 500년 동안 조선을 다스렸는데, 모나코의 그리말디 가문은 800년 동안 계속 다스리고 있다. 그리말디 가문은 원래 이탈리아에서 왔다고 한다. 쪽빛 바다 위 천혜의 철옹성에서 800년을 이어온 이 작은 왕가에 그레이스 켈리를 데리고 온 건, 이 나라 인지도에 큰 공헌을 했음이 분명하다. 유럽의 홍콩 같은 모습의 모나코는 인구 3만여 명인데 인구밀도 세계 최고라니 초미니 국가다. ▲모나코 왕국을 지켜준 절벽과 푸른 바다. 12시에 운 좋게 궁전에 도착하여 근위병 교대식을 관람했다. 그들은 군인이라기보다 관광객을 위한 공연 중인 장난감 병정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궁전 앞 근위병의 교대식. 그레이스 켈리가 1956년 결혼했고 묻혀있는 아름다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