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사람들

서영석 포천문인협회장, 시집 '낙원의 입구' 발간

9년 만에 네 번째 시집 출간, 24일 오후 5시 포천시근로자종합복지관 4층서 출판기념회 연다

 

서영석 포천문인협회 회장이 지난 15일 새 시집을 냈다. '낙원의 입구'라는 제목의 자신의 네 번째 시집이다. 그는 24일 오후 5시에 포천문화원 옆 건물인 포천시근로자종합복지관 건물 4층에서 지인들을 모시고 조촐하게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서 회장은 2011년 '문학광장'의 시 부분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데뷔한 그해 1집 '당신에게 부치는 편지'(2011년)를 펴냈고, 그다음 해에 2집 '물이 되고 공기가 되고 별이 되리'(2012년)를 냈다. 그리고 2년 후 3집 '시간의 향기'(2014년)를 내놓았는데, 이번 4집 '낙원의 입구'는 3집 이후 무려 9년 동안의 침묵 끝에 펴냈다.

 

"올해로 등단한 지 만 12년이 됐습니다. 3집 이후 한동안 시집을 내지는 않았지만, 시를 쓰는 일은 멈추지 않았어요. 그동안 써왔던 시들 가운데 나름대로 엄선해서 이번에 출판하게 됐습니다. 시집의 구성은 1부~5부로 나뉘어서 꼭 100편의 시를 담았습니다."

 

특히, 그의 이번 시집은 포천문화관광재단(대표 이중효)에서 문화예술가들에게 제작비를 지원한 '포도당(포천에 도착한 당신의 예술) 사업'에 응모해 받은 3백만 원의 지원금으로 제작해 더욱 뜻이 깊다.

 

서영석 시인은 1962년 신북면 삼성당리에서 출생했다. 그의 집안은 포천에서 7대를 살아온 토박이다. 초등학교는 하심곡의 외북초등학교를 다녔고 중학교는 포천중학교를 나왔다. 어릴 때부터 글 쓰는 것이 좋았던 소년은 중학교에 가서도 부지런히 책을 읽었다.

 

그런데 포천에서는 읽을 만한 책을 구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그는 용돈이 생기면 우체국으로 달려가 통신판매를 통해 책을 주문하곤 했다. 포천에도 서점은 있었지만, 새 책은 값이 비쌌다. 우체국에서 통신 판매로 좀 오래 된 책이나 과월호 잡지 등을 구입하면 조금이라도 헐값에 살 수가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잭과 콩나무'나 '황금박쥐' 등의 책을 즐겨 읽었다. '잭과 콩나무'는 번안 동화였다. 책의 내용은 어느 날 잭이 시장에 가서 콩나무를 사 왔는데 밤새 그 콩나무가 하늘에 닿을 정도로 자랐고, 잭이 그 콩나무를 타고 하늘나라에 가서 금이며 은이며 보물들을 많아 가져고 내려왔다는 줄거리였다. 그 책을 어찌나 많이 읽었는지 나중에는 표지가 다 닳아서 떨어질 때까지 읽었던 기억이 있다.

 

포천중학교 시절에 처음으로 시를 접했고, 의정부공고에 진학해서는 문예부장을 하면서 시화전도 많이 열었다. 그러다가 사회생활을 하고 결혼하고 자식들을 낳아 키우면서 시와 조금은 멀어졌던 떄도 있었지만, 오십 대에 들어서 다시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는 2011년 '문학광장'에서 공모한 시 부문에서 쉰 가까운 늦은 나이에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늦깎이 시인으로 등단했다.  

 

"워낙 시 쓰기를 좋아했습니다. 시는 처음에는 쉬운 말로 쉽게 쓰게 됩니다. 그렇게 쓰다 보면 한계에 오게 되고, 나중에는 어려운 시를 쓰게 됩니다. 시의 주제도 처음에는 주변 식구들이나 친구들 대상으로 시를 쓰다가, 나중에는 차츰 사회적인 것이나 인생, 삶 등에 대한 것으로 바뀌게 됩니다."

 

 

 

 

 

낙원의 입구

 

한 바보가 낙원을 찾아 정글을 지나 금단의 강을 건넜다

모진 세상에서 잡초처럼 짓밟혀 피로 얼룩진 육신을 끌고

낙원 입구에 다다른 바보는 입궁 심사대에서 미션을 받았다

 

그곳에는 낙원으로 가는 길과 지옥으로 가는 길이 있었고

입궁 심사 탈락자는 되돌아가지 못하고 지옥으로 가야 한다

숙제는 심사대 앞 가시산에서 금단의 열매를 따는 것이다

 

바보는 피투성이 몸을 이끌고 험난한 가시산을 오르는데

심장과 살들을 깊숙이 찌르는 아픔은 죽음보다 더했다

그는 아직도 금단의 열매를 따려고 가시산을 오르고 있다.  

 

"우리들은 어쩌면 낙원을 꿈꾸면서 평생을 가시산을 오르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오늘 못 오르면 내일은 오르겠지' 하는 희망을 갖고 살아갑니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먼 곳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인생을 걸고 있습니다. 자신의 능력으로 할 수 없는 것들을 잡으려고 까치발을 하고 뛰어오릅니다."

 

이번에 발간된 서영석 시인의 시 '낙원의 입구' 전문이다. 처음에 이 시를 읽으면 '행복을 찾아다니는 인간 군상'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시인의 말은 다르다. 행복은 바로 가까운 곳에 있다고 역설한다. 그의 이야기는 계속 된다.

 

"평생을 올라가도 보이지 않는 낙원을 찾기보다 나의 색도 아니고 너의 색도 아닌 제3의 색으로 서로 물들이면서 세상을 살아내는 것은 어떨까요. 낙원, 그 파라다이스는 먼 곳에 있지 않습니다"라며 시인은 행복은 가까운 곳에서 찾으라고 말한다. 

 

서영석 시인의 아호는 녹정(鹿井), 천주교 신자로 세례명은 요셉이다. 현재 (사)한국문인협회 포천시지부 회장이며 포천문화원과 동농 이해조선생 기념사업회 이사다. 경기도문학상 공로상을 받았고, 2018년에 프랑스 칸 시화전 칸 문학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