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說]신읍동에서

'장애인의 날'과 손세화 포천시의장

본지 발행인 및 편집인

▲박윤국 포천시장이 무대 밑에서 휠체어에 앉아 있는 장애인 인권강사 김대준 씨에게 상장을 전달한 뒤 격려하고 있다.

▲손세화 시의장이 "장애인이 주인공이 장애인의 날에 주인공을 무대에 오르지 못하게 해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나라에서는 1981년부터 이날을 '장애인의 날'로 정하고 매년 기념행사를 해왔다. 올해로 벌써 41회째다.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정한 것은 4월이 1년 중 모든 만물이 소생하는 달이어서 장애인의 재활 의지를 부각할 수 있다는 데 큰 의미를 둔 것이고, 20일은 다수의 기념일과 중복을 피해서 이날로 정했다고 했다. 

 

매년 '장애인의 날'이 되면 각 시도와 지방자치 단체에서는 장애인들을 위한 각종 기념식을 준비한다. 기념식은 장애인 인권선언문 낭독과 장애인 복지유공자 포상, 장애인 극복상 시상, 축하공연 등으로 진행된다. 또 이날을 전후해 약 일주일간을 '장애인 주간'으로 정하고 여러 가시 행사를 벌인다.   

 

포천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코로나 시기와 겹쳐 많은 사람을 초대하거나 요란하지는 않았으나, 이날 군내면 반월아트홀 대강당에서는 포천시가 주최하고 포천시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장애인분과에서 주관하는 '장애인의 날'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장에는 박윤국 포천시장, 손세화 포천시의회 의장, 이철휘 더불어민주당 포천가평 지역위원장과 송상국 임종훈 조용춘 강준모 박혜옥 연제창 등 시의원 전원과 이원웅 경기도의원이 참석해 '장애인의 날'을 축하해 주었다.

 

사회자는 기념식 순서에 따라 시장의 표창장을 받을 수상자 13명을 두 번에 걸쳐 무대 위로 불러올렸다. 상장이 전달됐고 기념사진을 찍는 시간도 마련됐다. 수상자들이 모두 무대에서 내려갔을 무렵, 사회자가 자리로 돌아가는 박윤국 시장을 다시 불러 세웠다. 수상자 한 사람이 더 있는데 "시장님께서  따로 상장을 전달해 주셔야겠다"라는 부탁이었다. 

 

마지막 수상자는 휠체어에 탄 채 무대 밑에 있었다. 그는 장애인 인권강사 김대준 씨였다. 다리가 불편한 지체장애인인 그는 이날 무대에 오를 수가 없어 단상 밑에 있었던 것이다. 반월아트홀 대강당 무대가 휠체어를 타고 오르내리기가 어려운 구조였기 때문이었다. 박 시장은 그런 그에게 다가가 따뜻한 축하 인사를 건넸고 상장을 전달했다.  또 사진 촬영을 위해 오랫동안 포즈를 취해줬다. 

 

잠시 후 손세화 포천시의회 의장이 축하인사를 전하려 무대 위로 올라왔다. 그는 사전에 준비한 축하 인사말 대신 이렇게 서두를 꺼냈다. 그는 약간 목이 잠겨 있었고 조금은 흔들리는 목소리로 '송구스럽다'며 사과의 말을 먼저 전했다. 

 

"오늘은 장애인 분들이 주인공인 날이다. 그런데 오늘의 주인공이며 수상자이신 김대준 장애인 인권 강사께서 무대에서 수상하지 못하고 단상 밑에 계시도록 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싶다"라고 말문을 꺼냈다. 

 

손 의장은 이어서 "저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시의회에서도 좀 더 고민하면서 세심하게 장애인의 인권과 복지에 대해 검토하겠다. 정말 송구하다"고 말을 맺었다. 

 

이 말을 듣고 필자는 다시 한번 반월아트홀 대강당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자 강당의 맨 윗쪽 꼭대기 좌석 뒤에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 예닐곱 분이 동그마니 흩어져 무대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그나마 엘리베이터로 3층까지 올라가서 겨우 그곳에 자리 잡고 행사를 관람하는 분들이었다. 

 

강당 맨 꼭대기에서 휠체어를 탄 그 분들을 보는 순간 "오늘은 장애인 분들이 주인공인 날"이라는 손세화 시의장의 말이 새삼 감동으로 가슴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오늘 주인공이신 수상자께서 무대 위에 오르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는 그의 말이 오랫동안 귓가를 맴돌았다.  

 

▲강당의 맨 윗쪽 꼭대기 좌석 뒤에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 예닐곱 분이 동그마니 흩어져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날은 장애인들이 주인공인 '장애인의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