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석완 칼럼]

포천교육을 어항같은 집으로 만들 건가

 

생태계(ecosystem)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이 말은 생태학(ecology)에서 유래한 것이다. 생태학은 집을 뜻하는 라틴어 'eco'와 학문을 뜻하는 'logics'가 합쳐진 단어이다. 즉 '집에 대한 학문'이라는 뜻이다. 'eco'라는 단어가 들어간 또 다른 예는 경제를 뜻하는 'economy'가 있다. 'eco'에 '법, 또는 다스린다'의 뜻을 가진 'nomos'를 합친 단어로 '집을 다스리는 법' 쯤으로 해석된다. 그러면 생태계(ecosystem)라는 말은 '집을 이루고 있는 체계'라는 뜻이 된다. 이 용어들에서 'eco'라는 라틴어가 들어가는 단어는 어떤 형태로든 '집을 이루는 것'이 필수이다.

 

지난 1월 24일 포천시 신청사 2층 대회의실에서 교육발전특구 지정을 위한 의견 수렴을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 포천시는 교육발전특구 지정을 위해 포천만의 교육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진학시 관외 유출이 되지 않도록 초·중·고·대학을 포천에서 다니고, 직장과 결혼도 포천에서 해서 정착하는 교육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했다.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해서이다.

 

이 발표가 끝나고 간담회 시간에 한 여학생이 발언을 했다. 기자가 볼 때, 핵심을 찌른 질문이었다.

 

"우수한 학생이 누가 포천에 있는 대학을 가고 싶어할까요?"

 

물론 포천에 있는 대학들은 아주 좋은 대학이다. 이 대학들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다. 현실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탁월한 학생들은 소위 말하는 SKY를 가고 싶어하거나, 요즘 유행인 의대에 진학하고 싶을 것이다. 이 계획을 입안한 공무원들에게 묻고 싶다. 자신의 자녀가 탁월한 학업 성적을 보인다면 SKY나 의대에 진학시키지 않고 포천에 있는 학교에 진학시킬 것인가?

 

기자가 생각할 때, 전형적인 탁상 행정이다. 단지 교육 발전 특구에 지정되기 위해 억지로 짜맞춘 것이다. 교육은 이런 식으로 만들어 가면 안된다. 교육 특구에 지정된다고 해도 발표된 교육 생태계를 이룩하려면 교육 특구로 지원받는 1년, 3년이 아니라 최소한 30년 정도의 시간을 두고 만들어 가야 하는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생태계 즉 집의 이야기로 다시 돌아오면, 포천만의 교육 생태계를 만든다는 것은 어항안에 물고기 몇 마리와 수초를 집어 넣고 생태계라고 하는 것과 같다. 이 어항에는 끊임없이 먹이를 넣어야 하고, 산소를 주입시켜야하며, 죽은 물고기 대신 다른 물고기를 집어 넣어야 한다. 즉, 돈과 시간이 밑빠진 독 처럼 소모된다는 뜻이다.

 

포천같이 작은 도시에서는 교육 분야는 고립 생태계를 만들면 안된다. 오히려 큰 집, 즉 더 커다란 생태계에 붙어서 순환하는 흐름 가운데서 일부분을 차지하여야 한다. 어항에 대비해서 말하자면 바다라는 커다란 생태계의 흐름을 이용해서 물고기를 기르는 가두리 양식장 같은 모델이 포천이 취해야 할 적절한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설명을 좀 추가하자면, 포천시는 1월 24일 간담회에서 포천의 우수한 중학생이 인근의 다른 학교로 빠져 나가는 것에 대해 상당한 경각심과 안타까움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포천만의 현상이 아니다. 전국의 작은 지자체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이다. 하지만, 이런 일은 개인이 발전하기 위한 향상심의 발로로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억지로 막는다고 막아지는 것이 아니다.

 

인재 유출에 대한 대응책은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첫째는 지역 내에 그들이 가고 싶어 하는 수준의 학교와 같은 또는 그 이상의 수준인 학교를 설립하거나, 유치하거나, 기존 학교를 성장시키는 방법이 있다. 두번째는 또다른 방식의 좋은 학교를 만들어서 타 지역의 학생들이 들어오게 하는 것이다. 최근 포천의 화현면과 화현초등학교가 이에 대한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두 방법 모두 다른 곳으로의 인재 유출이 있으면, 포천으로의 인재 유입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즉 포천만의 닫힌 생태계는 답이 아니다. 대한민국 교육이라는 커다란 생태계 안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가고, 흘러들어오는 생태계를 꿈구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교육의 메카 포천' 같은 방향이 어떤지 제안해 본다.

 

[ 포천좋은신문 문석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