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오늘날 환자들의 열 중 여덟아홉은 식생활과 같은 생활 습관과 라이프스타일만 바꾸면 더 약을 쓸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다. 꼭 필요한 환자들에게는 약을 잘 써야 하겠지만, 대부분 환자에게는 건강을 돕기 위해서 참으로 해야 할 일은 약을 끊게 하는 것이다. 오늘날 사람들의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농업, 축산업, 수산업의 기본 구조는 반 생태적이고 반 자연적이다. 농업을 예로 들면 일부에서 친환경농업, 유기농업, 자연농업을 하고 있으나 아직도 주류는 화학농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화학농법이란 화학비료와 제초제, 농약에 의존하는 농사법이다. 토양을 살리는 퇴비 대신에 화학비료를 쓰면 땅이 굳어지며 산성화되고 미생물들이 죽어 지력이 떨어지게 된다. 지력이 떨어지면 농작물에 병충해가 많아지는데, 그러면 곧바로 농약을 쓰게 된다. 농약을 써서 병충해가 잘 해결되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곡식이나 채소, 과일 등을 수확할 때까지 수십 번씩이나 농약을 쓴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어패류와 축산물 생산과정도 별반 다를 바 없다. 몇 년 전 구제역 바이러스 감염으로 짐승 수백만 마리를 폐사한 일이 있었다. 왜 야생동물들에는 구제역 감염이 거의 없
가차 저널리즘의 보도 형태는 미국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비롯됐다. 2000년대에 들어 일부 보수 언론들이 후보자의 정책은 외면하고, 오로지 제스처와 말실수만을 부각하면서 비판적인 내용을 집중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부 방송과 인터넷 언론은 격정적인 연설 장면을 의도적으로 편집하여 유권자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작은 말실수를 빌미 삼아 정치생명을 위협한 사례가 여럿 있었다. 영어 'I got you'는 ‘가차(gotcha)’라는 연음(連音)으로도 읽는다. 술래잡기할 때 '잡았다!' 정도의 해석이 가능하다. “너, 딱 걸렸어!”라는 뜻으로도 쓰여, 특정인의 사소한 말실수나 해프닝을 꼬투리 삼아 반복적으로 보도하는 행태를 ‘가차 저널리즘(Gotcha journalism)’이라고 부른다. 이를테면 '꼬투리 잡기 저널리즘'이라고나 할까. 가차 저널리즘은 “손 좀 봐주자”는 그릇된 의도로 취재하고 편집하는 흥미 위주의 보도를 뜻하기도 한다. 학술용어로 자리매김한 가차 저널리즘은 언론매체에서 내용을 자신이 의도하는 쪽으로 편집하는 경우인데, 주로 정치인을 비롯한 유명인사의 사소한 말실수 등이 ‘먹잇감’이 된다. 최근 가차 저널리즘이 자주 도마 위에
참 이상도 하다. 생각하면 20년을 거스르는 아득한 시간인데 또한 그렇지도 않다. 어쩌면 나는 시간을 할인하는 천재인지도 모른다. 가능만 하다면 20년의 시간을 통째로 할인한들 그건 또 어떠랴. 그때 그 결별(訣別)의 시간에는 손 한번 흔들어주지 못했던 사람인데, 그 사람은 늘 그 모습으로 그렇게 있었다. 아득한 꿈의 정류장. 그곳은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는 조그맣고 허술한 간이역이다. 다만 그 한 사람, 떠나고 보내야 하는 설움마저 삼켜야 했던, 그 사람이 거기 서성이고 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아니 20년의 시간이었지. 20년의 강물이었지. 창백한 얼굴의 그 모습으로 그렇게 거기에 그 사람이 있었지. 침묵하면서. 그 사람의 옷자락엔 아직도 시린 시월(十月)의 그 바람이 묻어있다. 그래, 지금은 아무것도 말하지 말자. 이대로가 좋다. 우편배달부가 던지고 간 봉함 편지엔 아무 글자도 적혀 있지 않았다. 빈자리에 무덤처럼 치쌓인 침묵의 언어, 나는 지금 그것을 듣는다. 내 머릿속에 울려오는 무궁한 그 음성을 듣는다. 이 세상의 끝과 시작의 언어 이 세상의 시작과 끝의 침묵 그것이 동질의 것임을 나는 안다. 실존주의 책갈피에 구겨 넣었던 스무 살의 침묵은 마흔
▲150cm보다 작은 키의 프랑스 출신의 미국작가 루이스 브루즈아. 아이러니컬하게도 그의 예술은 스페인 독감과 관계가 있다. 루이즈 브루즈아(Louise Brougeois)는 프랑스 파리에서 1911년에 태어나, 1938년 미국인 남편과 결혼하여 뉴욕으로 이주해서 2010년 98세로 사망할 때까지, 주로 초현실주의로 분류되는 설치미술로 활발한 작품활동을 한 아티스트다. 2018년 늦여름 우연히 내가 사는 동네에 신흥 부자가 새로 지은 미술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부자들이 사후에 자신이 살던 저택을 박물관으로 기부하여 소장품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미술관은 많이 가봤다. 한적한 주택가에 거의 숨어있듯 위치한 것만으로도 그 정도의 규모일거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글렌스톤(Glenstone)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현대미술관은 그 규모와 건축의 아름다움과 소장품들이 세계적으로 손꼽힐 수준이다. 명실공히 워싱턴 DC 근교의 숨은 보석이다. 부자들의 여우 사냥터로 남겨져 있던 230에이커(1에이커는 1200평 정도)의 넓은 땅을 구입하여 아름답게 조경하고, 건물 자체로도 예술품인 현대식 건축물의 미술관을 지었다. 설립자는 1956년생으로 우리 동네 출신의 사업가였다.
▲ '007 시리즈'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 역할을 가장 훌륭하게 소화해 낸 영국배우 숀 코너리가 10월 31일 별세했다. ▲ 숀 코너리는 2000년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사작위를 받았다. 숀 코너리는 영화 '인디아나 존스'에서 존스 박사로 출연했다. 영국 여왕이 귀족이 아닌 평민에게 작위(Knight Bachelor 또는 Knighthood)를 수여하는 경우가 있다. 60년대를 풍미한 영국의 4인조 록밴드 <비틀스>의 멤버 링고 스타가 그랬고, 세계적인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이 기사작위를 받았다. 이른바 ‘대영제국’을 세계에 알리는 데 현저하게 기여했다는 이유에서다. 최하위 서열이기는 하지만 가장 유서 깊은 기사 계급으로, 헨리 8세 때 처음 등장했다. 한때 유럽 다른 나라에도 있었으나 지금은 영국에서만 이 기사작위를 수여한다. 역사적으로 하급 기사는 기사단에 속하지 않아 휘하에 부하를 거느리고 출전할 수는 없는 사람들이다. <햄릿(Hamlet)>의 명연기로 이름을 떨친 연극배우 로렌스 올리비에(Laurence Kerr Olivier)도 1907년에 기사작위를 받아 시선을 끌었다. 작위를 받으면 존경의 의미로 ‘써(Sir · 卿)’라는 칭
타임지는 커버스토리 인물을 표지에 올리는데, 이 커버스토리는 세계인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그런데 2020년 미 대선을 앞두고 창간 97년 만에 타임지는 제호 ‘TIME’이 아닌, 투표를 뜻하는 ‘VOTE’라고 써넣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타임스 스퀘어(Times Square)는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유명한 상업적 교차로이다. 뉴욕에서 발간되는 170년 역사의 대표적인 미국 일간신문 <뉴욕 타임스>의 사옥 빌딩이 자리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부른다. 타임스 스퀘어는 라스베이거스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로, 줄잡아 한해 1억 3,000만 명이 이곳을 다녀간다. 1904년 4월 ‘뉴욕 타임스’ 본사가 이곳에 오면서 타임 스퀘어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런데 실제로는 타임스 스퀘어보다 ‘타임 스퀘어’라고 부르는 이들이 많아 세계 최대 규모의 주간지 중 하나인 ‘타임(Time)’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헷갈리기도 한다. 미국과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사 문제에 대해 체계적이고 간결한 정보를 전달하고자 신문기자 헨리 R.루스와 브리턴 해든(Henry R. Ruth & Brittan Haden)이 1923년 3월 3
야외에서 진행된 수클래식 콘서트. 바리톤 임준식 콘서트. 책방에 모인 관객들의 표정이 진지하다. 어쩌다 보니 연이어 이틀 동안 큰 행사를 치렀다. 지난 10월 23일 금요일 오후 2시에는 ‘시인 이병률 with 수클래식의 아름다운 위로’, 10월 24일 토요일 오전 10시에는 아동문학가 박혜선과 함께하는 ‘환경 동시 쓰기 대회’, 오후 4시에는 바리톤 임준식과 소프라노 박성연의 ‘듀엣 콘서트’. 이병률 시인과는 새 시집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가 나온 직후인 9월, 독자와의 만남을 하기로 약속했었다. 동네서점 에디션과 함께 독자와의 만남 신청 일부를 먼저 받고, 에디션이 금방 마감되는 바람에 독자와의 만남은 행사 전에 다시 공지하기로 했다. 그러는 사이, 경기콘텐츠진흥원과 경기동네서점전 관련 이야기를 하다 경기도에 있는 동네 책방주인들이 함께하면 어떨까 말이 나왔다. 종일 작은 책방에 콕 박혀 일하는 책방주인들에게 작은 휴식 시간을 갖게 하고 싶다는 담당자의 뜻이었다. 그렇다면 이병률 시인만 초대하지 말고, 클래식 콘서트도 같이하면 좋지 않을까. 이왕 위로를 줄 바에는. 해서 행사가 조금 커졌다. 일반인 접수도 받고, 책방주인들도 초대하고.
▲박윤국 시장과 심춘보 포천교육지청 교육감이 혁신교육지구 추진 합의서 체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민선 7기 출발 이후 박윤국 포천시장은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시정 정책을 펼쳐왔다. 그 가운데 교육 분야에 대한 박 시장의 관심은 상상 이상이다. 그는 평소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주장하면서 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역설해왔다. 취임 이후 박 시장은 이전의 다른 시장과는 차별화된 획기적인 교육정책을 잇달아 발표했고 또 실천해왔다. 지난 9월 포천좋은신문 창간 인터뷰에서도 박 시장은 교육 문제에 대해서 꽤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인터뷰 당시 박 시장은 "포천시는 현재 경기도와 교육 관련 혁신사업을 추진 중이다. 저는 교육을 통해 사람을 잘 길러내야 한다는 기본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무상교육 개념이 아닌, 당연한 교육정책으로서 보편적인 교육복지 정책을 펼 생각이다"고 설명했다. 박 시장은 또 "현재 타 시도는 중학교까지만 무상교육을 하지만, 포천은 고등학교 전 학년에게 교복과 급식 문제까지 모두 무료로 해결해주고 있다. 이것은 경기도에서는 물론이고 전국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다. 여기에 본인이 하겠다고만 하면 많은 장학
살다 보면 둘 가운데 하나만 선택해야 할 경우가 많다. 아침에 눈을 뜨면 그때부터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둘 중에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를 명쾌하게 판단할 수 없는 경우에는 차악의 선택을 하게 된다. 덜 중요한 것을 과감히 버리는 지혜가 중요하다.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다는 낙관론도 때론 필요하다 “물고기를 내가 갖고 싶다. 곰 발바닥 역시 갖고 싶다. 그러나 이 둘을 다 가질 수 없다면, 물고기를 버리고 곰 발바닥을 취하리라. 생명도 내가 아끼는 것이요, 의리 역시 내가 아끼는 것이다. 두 가지 모두 동시에 취할 수 없다면 생명을 버리고 의리를 취할 것이다.” ‘웅장여어(熊掌與魚) 즉 '곰 발바닥과 물고기'라는 뜻으로, 두 가지를 겸할 수 없는 경우나 두 가지 가운데 하나를 취사선택하기 어려운 경우를 비유하는 고사성어이다. <맹자(孟子)>에서 유래되었다. 맹자가 말하는 물고기와 곰 발바닥은 요리를 가리킨다. 맹자는 물고기를 생명에, 곰 발바닥을 의리에 비유하면서 의리가 생명보다 더 귀하다고 여긴 것이다. 마치 곰 발바닥 요리가 물고기 요리보다 더 귀하듯이 말이다. 요컨대 맹자는 어떤 상황에서는 자기 목숨보다 의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강
야생동물들은 낮에는 즐겁게 운동을, 밤에는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음식물은 조물주가 지정한 것만 먹는다. 그것도 자연식과 소식을 하며 병증이 느껴질 때는 본능적으로 절식을 한다. 그리고 피부호흡을 통해 체내의 독소를 배출하고 충분한 산소를 취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야생동물들은 근심과 걱정이 없으며, 마음이 온전히 쉬고 있다는 것이다. 생태학자들의 관찰에 의하면 야생동물에게는 질병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 자연계에는 사람과 사람이 기르는 동물에게만 만성질환과 난치성 질환이 많이 있는데, 이는 사람들이 자연의 질서에서 가장 많이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생태 관리학을 살펴보면 야생동물에게 질환이 생긴다고 해도 사람들이 오염시킨 환경이 원인이 되어 생긴 중금속이나 화학물질의 중독, 기생충 감염, 몇 가지 세균성 질환을 제외하면 만성적 질환은 거의 없다. 사람들에게 흔한 고혈압, 당뇨, 심장병, 암, 비만 같은 병이 없으며, 관절염이나 중풍에 걸려 절룩거리고 다니는 야생동물은 볼 수 없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고혈압 환자가 약 1000만 명, 고지혈증 환자 700만 명, 당뇨병 환자 500만 명, 수백만 명의 비만 환자가 있고, 성인 3명 중 1명이 암에 걸리고 있
내가 이곳에서 좋다, 좋다 말하면서 사는 이유도 그렇다. 시골을 선택하고, 책을 선택하고, 커피를 선택하고, 음악을 선택하고, 나무를 선택하고 하는 것들. 즉 내가 좋은 것을 선택하니 좋을밖에. 그들이 떠난 후에야 나는 안으로 들어왔다. 비로소 세상이 편안해졌다. 책방에서의 언어, 책방에서의 대화가 나를 행복하게 했던 이유를 비로소 깨달았다. 손님은 종일 그들이 전부였다. 손님이 왔다. 그들은 커피를 주문하고 책방을 쓱 둘러봤다. 분위기가 책에 관심 있어 보이지 않았다. 역시 그들은 커피를 마시면서 대화에 집중했다. 손님이 오면 나는 내 책상에 앉아 일한다. 일에 집중하다 보면 손님들의 대화가 잘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그날은 달랐다. 중년의 여성과 남성 4명은 목소리가 컸다. 한 사람이 큰 목소리로 말했다. “매일 이 커피 한 잔 값으로 주식을 사면 10년 뒤, 20년 뒤 인생이 달라지는 거야.” 순간 그동안 내가 마신 커피값으로 만약 주식을 샀다면, 생각했다. 30년도 더 커피를 마셨으니 커피를 마시지 않고 그 돈으로 주식을 샀다면 나는 얼마나 큰 부자가 되었을까. 큰 부자가 되어 나이 든 내가 이제부터 커피를 마셔야지, 한다면 나는 아마 값비싼 커피를
대한민국에서 나랏돈으로 교육받은 인재(?)가 미국의 성실한 시민으로 이 나라의 한 구석에서 열심히 공헌했다는 자부심으로 퉁칠 수도 있겠으나, 굴러온 돌에게 박힐 곳을 내어준 이 나라가 고마운 것도 사실이다. 미국의 구호물자를 받던 나라였으나 이제는 세계 무대에 입지를 세운 대한민국 자손의 자긍심은, 세계인들이 모여 사는 이 나라의 중앙무대에서도 돌려주고 나눌 때 완성된다는 생각도 있었다. 미국에서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니 미국 주류 사회에서 평생 일했어도 나도 직장에서 퇴근하면 항상 한국으로 돌아와 살아온 듯하다. 다른 문화권 사람들과 개인적으로 삶을 나누고 친분을 쌓으며 살지 못한 것은, 언어와 문화가 다른 사람들과 친분을 나누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인들이 비교적 많은 지역에 정착한 덕분에, 나에게 편안한 문화 가운데에서만 살아올 수 있었다. 비교적 이른 나이에 퇴직을 결심한 후, 미국 사회에 뭔가를 돌려줄 수 있는 기회가 허락되었으면 하는 막연한 바램을 갖게 되었다. 이 나라에서 많은 것을 누리고 살아왔으나, 유리 지갑이라서 꼼짝없이 세금 열심히 낸 거 말고는, 한인사회에서만 나누고 주류사회에 돌려준 것이 별로 없다는 나의 결산 장부 때문이
공주–논산-전주-완주 여행기 ▲전통 기와집의 멋과 풍취를 그대로 간직한 전주 한옥마을. 전주의 맛과 멋, 한옥마을 논산의 명재고택을 뒤로하고 우리는 고속도로를 달려 호남의 고도 전주로 갔다. 남도의 풍류와 한옥의 아름다움, 맛있는 음식이 손짓하는 유서 깊은 도시다. 시간은 벌써 오후 1시가 지났다. 맛의 본고장에 와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재미를 놓칠 수야 없다. 전주의 명소 한옥마을엔 수많은 맛집이 있지만 우리는 비빔밥의 명소로 알려진 집을 찾았다. 빈 좌석을 찾아 앉았지만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복이 있다고 했다. 한참을 기다린 보람은 컸다. 전주비빔밥의 명성이 결코 헛되지 않은 것임을 실감했다. ▲전주시 한옥마을의 경기전 담장위에 곱게 핀 배롱나무꽃. 식사 후 비빔밥 맛의 여운을 안고 근처의 경기전 담장을 따라 걷고 건축된 지 100년이 넘었다는 전동성당도 구경했다.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의 진본 어진이 보관돼 있었던 경기전은 조선왕실의 상징적 존재라고 할 수 있겠다. 진본 어진은 서울로 옮겨가고 지금은 사본이 모셔져 있단다. 전동성당은 외관의 아름답기로 유명하지만 지금은 수리 중이어서 전부 가림막에 가려
지구를 덮친 팬데믹으로 지난봄에 시작된 집콕이 계속되는 가운데 2020년을 마감해 가고 있다. 하늘도 맑고 공기는 청명한데, 2021년에도 예전의 일상은 쉽게 돌아올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중국에서 시작된 사스나 메르스가 태평양을 건너오지 않았던 전례로, 코비드 사태에 방심했던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는 바다 건너 불구경하다가 무차별 융탄폭격을 받았다. 지난 2월 말, 엎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결행한 그리스 여행을 떠날 때만 해도 그리스나 미국은 조용했다. 3월 초에 집에 돌아와서, 여행 중 환승으로 들린 파리나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혹시라도 바이러스를 묻혀왔을까 봐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그러나 2주가 끝나갈 무렵, 미국이 문을 닫기 시작하며 나의 집콕은 남들보다 2주 먼저 시작되었다. 처음엔 한 달 정도면 팬데믹이 끝날 거라고 생각하여, 집에 있는 양식으로 그 정도는 버틸 수 있겠다 싶었다. 냉장고 파먹기 신공이 뭔지 보여주며, 아예 시장도 안 가고 철저한 집콕으로 바이러스 퇴치에 동참해야겠다는 투지를 불태웠다. 뉴욕 맨해튼 응급실에 근무하는 친구 딸은, 자신은 코비드를 앓고 지나가게 될 테니 각오하라는 연락을 부모에게 해왔고, 다른 수많은 의료진처럼
공주–논산-전주-완주 여행기 ▲공주 영평사 대웅전. 추색으로 물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코로나에 앗긴 한가위의 즐거움을 찾으러 떠난 여행이었다. 올해 추석엔 코로나19 확산으로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명절의 즐거움을 누리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매년 명절마다 누려왔던 큰 즐거움을 놓칠 순 없는 법. 그래서 그 어딘 가엔 숨어있을 즐거움을 찾고 싶어 길을 떠났다. 비록 코로나의 횡포가 겁났고 정부의 엄포가 지엄했지만 즐거움을 향한 마음을 억누를 수는 없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올해 한가위의 즐거움은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가족 모임도 자제하라, 고향 방문도 삼가 달라’는 정부의 엄포성 당부가 방방곡곡을 파고 들였다. 심지어 조상의 음덕을 기리려는 후손들의 정성마저 정부가 ‘공동묘원 성묘나 분향 금지’조치로 막아버린 명절이었다. ‘못난 국민들’ 탓인지, ‘잘하는 정부조치’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즐거움 찾아 떠나는 길은 즐거웠다. 나와 집사람, 그리고 집에서 추석 연휴를 즐기려던 딸은 추석날 정오 무렵 서울을 벗어나 남쪽으로 차를 몰았다. 우리는 조용한 곳에서 가을 색을 만끽하는 즐거움을 찾아보려 했다. 그 방법으로 우리는 아늑한 산사(山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