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31, 태양으로 가는 길 오늘은 일어나고 싶은 시간에, 아늑한 텐트에서 부스스 일어나면 되는 좋은 날이다. 아침으론 집에서 눌려온 누룽지 팔팔 끓여서 아직 멀쩡하게 남은 밑반찬과 먹어준다. 10시 반쯤 느긋하게 집을 나선다. 햇볕이 따스하다. '태양으로 가는 길'을 조금 운전해가서 이 공원에서 손꼽는 5마일짜리 트레일, Avalanche lake로 향한다. 맘 좋은 미국 정부에서 이 멋진 숲의 입구 0.8마일에 마루를 깔아서 휠체어 탄 사람도, 멋진 숲을 즐기고 제일 이쁜 계곡의 물줄기를 볼 수 있게 해놨다. 2.5마일, 수백 년에서 천 년 이상된 향나무와 Hemlock이 주를 이루는 신비로운 숲길을 따라 걷는다. 내가 없던 날들을 이 자리에서 지켜왔고 내가 없는 날에도 이 자리에 서 있을 나무와 바위들을 보고 느끼며,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 않으나 존재하는 시간이 형체를 갖고 그 숲에 존재한다는 생각이 스친다. 숲에 쓰여 있는 문구에도 모차르트가 유럽의 귀족들을 매료하던 그때, 제퍼슨이 독립선언서를 낭독하던 그때도 이 숲은 이 자리에 있었다... 고 쓰여 있다. 태평양에서 오는 습기 덕분에, 매우 건조한 기후의 공원 동쪽과 사뭇 다른 나무들이 자란다.
▲박윤국 포천시장이 무대 밑에서 휠체어에 앉아 있는 장애인 인권강사 김대준 씨에게 상장을 전달한 뒤 격려하고 있다. ▲손세화 시의장이 "장애인이 주인공이 장애인의 날에 주인공을 무대에 오르지 못하게 해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나라에서는 1981년부터 이날을 '장애인의 날'로 정하고 매년 기념행사를 해왔다. 올해로 벌써 41회째다.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정한 것은 4월이 1년 중 모든 만물이 소생하는 달이어서 장애인의 재활 의지를 부각할 수 있다는 데 큰 의미를 둔 것이고, 20일은 다수의 기념일과 중복을 피해서 이날로 정했다고 했다. 매년 '장애인의 날'이 되면 각 시도와 지방자치 단체에서는 장애인들을 위한 각종 기념식을 준비한다. 기념식은 장애인 인권선언문 낭독과 장애인 복지유공자 포상, 장애인 극복상 시상, 축하공연 등으로 진행된다. 또 이날을 전후해 약 일주일간을 '장애인 주간'으로 정하고 여러 가시 행사를 벌인다. 포천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코로나 시기와 겹쳐 많은 사람을 초대하거나 요란하지는 않았으나, 이날 군내면 반월아트홀 대강당에서는 포천시가 주최하고 포천시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장애인분과에서 주관하는
동네 할아버지들이 책방에 오는 게 나는 참 좋다. 평생 농사만 짓고 산 그분들이 서점을 갔던 적은 먼 옛날일 것이다. 카페야 어쩌다 도시 사는 자식들이 와서 모시고 갈 수는 있지만, 서점이라는 곳을, 더욱이 이런 작은 책방을 모시고 갈 일은 없을 것이다. 한가로운 시골책방의 어느 봄날. 할아버지 세 분이 들어왔다. 막걸리를 한 잔씩 걸쳐 모두 얼굴이 불콰했다. 이곳에서 자라고 평생 이곳을 떠나본 적이 없는 어른들이었다. 한 분은 언젠가 한 번 동창회를 마치고 책방에 들러 차 한 잔씩을 하고 돌아갔고, 한 분은 딸과 손주들을 데리고 온 분들이었다. 처음에는 한 분만 들어왔다. 다른 두 분과 달리 얼굴이 낯설었다. 시골책방에 불콰한 얼굴로 들어온 할아버지를 보고 나도 모르게 경계심이 생겼다. 코로나 19로 방명록 작성이 필수라 먼저 작성을 부탁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난 글씨 몰라. 좀 이따 글씨 잘 쓰는 사람 올 테니 그 사람보고 쓰라고 하면 돼.” 그제야 나는 일행이 있다는 걸 알았다. 잠시 후 글씨를 잘 쓴다는 할아버지와 다른 한 분이 같이 들어왔다. 낯이 익은 분들이었다. 비로소 경계심이 확 풀렸다. “아무거나 그냥 주셔. 맛있는
Day-28, Dream catcher Nomad(유목민)로 살던 인디언들처럼 수요일은 우리가 이동하는 날이다. Glacier park의 동쪽에 터 잡고 산불에 막혀 그쪽에서만 놀다가 예정에 맞추어 서쪽으로 이동한다. 관통하는 도로가 아직도 산불로 막혀서 공원 밖으로 돌아서 두시간 반 걸려서 간다. 공원 밖의 동쪽 벌판은 Blackfeet Indian reservation(인디언 보호구역)이고 우리가 방문했던 Browning은 그 중심지에 속한다. 몬태나주에서 발행한 관광가이드에서 추천한 Blackfeet trading post(서부시대엔 상점을 이렇게 불렀다)에 가서 인디언들이 만든 Dream catcher 귀걸이를 사서 걸었더니 마을에서 만나는 인디언들이, 자기들 물건인 줄 알아보고 이쁘다며 자화자찬이다. 인디언들만 사는 동네에 있는, 입장료 5불 받는 인디언 뮤지엄에 가니, 인디언들의 의식주 artifact(유물)가 많이 전시되어 있다. 16세기까진 미대륙에 말이 없어서 에스키모처럼 개들하고 살며 사냥도 하고 이동도 하며 살다가, Spaniards(스페인 정복자들)가 유럽에서 들여온 말들이 도망 나와 야생마가 되고 그 말들을 길들여 타고 다니게 되며 인
Day-24, 8월 초하루는 이웃 나라 캐나다에서 오늘은 아침 7시 반에 타국을 향해 달리며 얼굴에 분칠도 하고, 호텔 커피숍에서 산 라떼도 홀짝이며 분주한 하루를 연다. 40여 분 먼지 나는 한적한 오지 같은 몬태나 땅을 달려 캐나다의 Alberta 주로 들어섰다. 여권 보여주고 통과한 산길을 1시간쯤 더 달려 캐나다 영토에 속하는 Glacier park에 도착했다. 미국에선 평생권을 끊어서 공짜로 드나들었는데, 입장료로 16불을 내고 캐나다 국립공원에 들어서니 영어와 프랑스어가 같이 쓰여 있는 표지판과, mile 대신 kilometer를 사용하는 등 여긴 딴 나라인 것이 맞다. Visitor center에서 추천한 가벼운 하이킹으로 5마일짜리 산정호수에 오르며 아침 운동을 했다. 내가 들꽃을 보면 이성이 마비되듯이, 남편은 빙하에 열광한다. 수천 년 전에 얼음이 되어 오늘 존재하는 H2O의 거대한 실체가 신비로운 건 나도 이하 동문이다. 우리가 올라가서 바라본 빙하들은 미국 영토에 속한 것들이고, 이 공원 캐나다 땅엔 빙하가 더는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1800년대 말 150개이던 빙하가 25개 남았고, 2020년엔 다 녹아버릴 거라고 하니, 한시적인 것
지난해 심은 명이나물을 까마득히 잊고 있었는데 오늘 아침 갑자기 이것들이 불쑥불쑥 사방에서 튀어나와 있는 걸 발견했다. 가까이 있어 매일 들여다보면서 싹을 기다리는 것들은 쉽게 모습을 안 드러내는데, 오히려 잊고 있던 이것들은 쑥 자라서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있다. 신통방통한 명이나물 새순 앞에서 할 말을 잃고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봤다. 이렇게 불쑥 새순을 내민 명이나물을 보고 문득 어젯밤 아들과 했던 대화가 생각났다. 몇 마디 재촉하는 말을 했더니 아들은 믿고 기다리세요, 그래야 제가 스스로 성장하지요, 라고 말했다. 자식과의 관계야말로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실 쉽지 않다. 눈에 빤히 보이는 것을 보지 않을 수 없고, 다른 집 자식들과 비교를 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다. 보지 않는 게 상책이다. 보지 않고 있다 보면 명이나물이 이렇게 쑥 새순을 내밀듯 달라진, 그래서 성장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듯 몇 마디 재촉하게 된 배경에는 사실 이유가 있다. 가까운 이가 아들 앞에서 아들 걱정을 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황당해하는 아들 앞에서 처음에는 너를 생각해서 그런 거야, 라고 말했다. 계속 봐야 할 사람이라 안
Day-19 & Day-20 Mental bootcamp 여행은 정신력 훈련장 여행은 많은 것을 요구하고 많은 것을 우리에게 채워준다. 여행을 해내기 위해서 필요한 건강, 물질, 동반자, 시간... 등 그 모든 것을 이고 앉은 기본은 우리의 마음에 있다고 본다. 마음에 어두움이 짙어서 즐거워야 할 여행이 무겁고 어두웠던 기억이 몇 번 있었다. 이번 여행도 망설임과 두려움, 그리고 무겁고 어두운 짐도 있어서, 준비하는 동안 그다지 설레고 기대되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매일 글을 쓰며 여행이 풍성해지고, 여기저기 아프려고 하던 몸도 그런대로 3주 가까이 잘 견뎌내고 있었다. 19일째 되는 어제는 비가 오고 추운 날씨였다. 그 전날 Mammoth Hot Springs에서 85도였는데, 우리가 묵는 동네 비 오는 날의 날씨는 45도 정도. 여름과 겨울을 오가며 널뛰는 험한 날씨다. 서로의 시간표에 따라 움직여주지 않음과 서로에게 느껴지는 단점들을 참으며 24시간 같이 움직이는 여행에서의 피곤함이 추운 날씨와 맞물리며 섭섭하게 느껴진 남편의 말 한마디에, 미국식 표현 melt down(멘붕?)이 왔다. 급성 우울증의 증상, 물도 마시고 싶지 않고 손가락도 까딱
설 명절 연휴에도 문을 연다고 하자 아는 사람이 큭큭 댔다. 명절날에도 문을 여는 책방이라니. 그는 아마도 조금 어이가 없었던 듯하다. 사실 책방을 시작하고 명절에 문을 닫은 적이 없다. 이렇게 말하면 마치 책방을 목숨 걸고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집과 함께 있으니 사실은 특별히 문 닫을 일이 없다. 집과 함께 있다고 하지만, 책방이 있는 1층과 살림집은 엄연히 구분되어 있다. 나는 매일 아침 가방을 메고 책방으로 출근하고, 저녁이면 가방을 메고 퇴근한다. 중간에 내가 집에 올라가는 때는 점심시간뿐인 경우가 많다. 살림은 아침 출근 전이나 저녁 퇴근 후에 한다. 무엇보다 나에게 책방 문을 여닫는 것이 큰 차이가 없다. 나의 일상은 늘 같다. 명절이라고 해서 나의 일상이 깨지는 것도 아니다. 특히나 코로나로 인해 가족 간 모임도 불가능한 때는 더더욱 그렇다. 명절 아침에도 나는 1층 책방으로 내려와 커피와 빵, 과일로 아침 식사를 하고, 화초에 물을 주고, 청소를 간단히 하고, 내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켰다. 책방이고 카페지만 이곳은 나의 소중한 작업실이기 때문이다. 작업실이라고 하면 뭐 대단한 걸 하는 것 같지만, 좋은 책을 읽는 것이 대부분이다. 책방을 하
Day-16, 천국과 지옥 누군가 옐로스톤을 천국과 지옥이 공존하는 곳이라고 표현한 것이 기억난다. 미국 국민들이 일 인당 10평 정도의 분깃이 있다고 할 수 있는 어마무시하게 넓은 이 공원을 하루에 한구석씩만 보려고 마음먹었는데, 오늘 만난 어떤 노부부는 매년 와서 한구석만 일주일간 보고 간다고 한다. 땅이 살아서 꿈틀거리며 유황 가스와 지열을 품어 올리고, 지각의 변동과 화산활동과 정체를 알 수 없는 현상들이 계속되고 있는 거대한 화산 분화구에 자리 잡은 광활한 고원이 옐로스톤이다. 오늘은 시간 맞추어 10시에 있는 레인저 프로그램에 갔다. 해안 경비군에서 퇴역한 후 7년째 ranger로 일한다는 61세 아저씨의 깊이 있는 지학적, 역사적, 생물학적, 생태학적인 설명을 들으며 부글거리며 스팀을 품어올리는 진흙 간헐천, 용의 입이라고 이름 붙은 사납게 생긴 연못들을 돌아본다. 이 진흙 가마솥들은, 온도도 뜨겁지만 pH 1.89 정도의 극한 강산성 독극물이라고 한다. 억수로 돈 써가며 전쟁 무기 만들지 말고 이 흙탕물을 물총에 장전해서 쭈악 쏴대면 전쟁 끝! 아냐? 이런 만화도 그려진다. 지열이 땅을 덥혀서 눈이 마구 오는 극한 겨울에도 푸른 초장인 온돌방
비록 프로그램 비중이 경(輕)하다 해도 연 이어져 있는 세 프로(생활의 지혜, 오늘의 요리, 주부 뉴스)를 격일로 방송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으나, 이를 갖고 가타부타 불평할 시스템이 아니었기에 그대로 감수하는 밖에 없었다. 아침 방송이 늘었음에도 여성 PD를 뽑는다는 생각은 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디지털 세상이 열리면서 세상은 급격하게, 숨 가쁘게 변해왔다. 우리가 사는 환경이나 사회구조, 기계문명의 변화는 하루가 다르게 초고속으로 바뀌고 있어 웬만큼 공부해서는 미처 따라가기도 어렵다. 참으로 억울한 것이 기존의 전통 사회를 살아온 7080세대이다. 디지털이 정착되면서 세상의 소통 수단이 달라진 것이다. 모든 기준이 인터넷으로 축약되고 수 없는 웹사이트들에 넘쳐나는 정보들 하며 이 때문에 까닭도 없이 시대의 뒤편에 밀려나, 인터넷도 제대로 못 하고 스마트폰도 제대로 활용할 줄 모르는 무지 계층으로 치부되어야 하는 일이 어찌 억울하지 않은가. 혹여 컴퓨터를 쓰다 문제가 있는듯해서 손을 놓아야 한다거나, 새로 구입한 스마트폰의 활용이 쉽지 않아 닫아버리는 일을 7080세대는 다반사로 겪고 있다. 그때마다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이, 혹은 속속 알 수 없
그런 행동을 하고 나서 곰곰이 생각하니 내가 공연히 오지랖 넓게 행동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그런 말로 무안을 준다고 그 사람들의 행동이 고쳐질는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들도 성인인데다 나름대로의 교양이나 상식이 있을 것이다. 그냥 지나갔어도 아무런 잘 못이 아니었다. 굳이 잘난 체 하거나 지적하지 않아도 달라질 게 없을 줄도 알았다. 그런데 나는 그 시간 거기에서 왜 그렇게 말했을까? 그것도 같은 날 아침에 두 번씩이나 그랬다. 내가 교양이 부족해서였는지 어쭙잖게 의협심이 과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 두 당사자에게 조금 미안했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잘못된 일은 아닌 것 같다고 스스로 위안도 해본다. 며칠째 계속되던 청명한 날씨가 그날 아침엔 잔뜩 찌푸렸었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처럼 하늘의 구름이 험상궂었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기온도 상당히 서늘했지만 운동하기엔 좋았다. 아침 운동 나가는 길에 음식쓰레기를 수거함에 버리고 나오다 아주머니 한 분을 봤다. 그 여자는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하고 있었다. 바로 앞 벽에 커다랗게 써서 붙여놓은 안내문이 무안해할 일이었다. ‘이 수도에서는 손만 씻으세요.’ ‘아무리 깨
Day -13, 어제는 hiker 오늘은 tourist 캠프에서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이곳에 도착한 첫날 유숙한 Colter bay로 간다. 이곳은 티탄이 발전해나가기 시작한 본거지이고, 가장 번화하고 규모가 큰 캠핑장이기도 하다. Jackson 호수가 워낙 방대하다 보니 배 정박하기 딱 좋은, 항만 같은 지형도 있다. 호수를 유람하는 배에 오르니, 정복을 입은 선장과 가이드가 정중히 승객들을 맞는다. 선장은 열 살 때부터 이 호수에서 아버지와 낚시하며 자랐고 45년간 소매업에 종사하다가 은퇴하고 2007년부터 크루즈 보트 선장으로 일한다고 하는, 70대의 건장한 할아버지다. 마이크 없어도 멋진 목소리가 쩌렁쩌렁하다. 1시간 반 유람하는 방송을 대부분 60대 후반의 가이드가 했으나, 소량을 맡은 선장의 얘기가 훨씬 전달이 잘되고 흥미로웠다. 발성이 선천적으로 유리한 조건이라, 준비 많이 해온 가이드의 다양한 얘기들이 선장의 한두 에피소드에 묻힌다. Colter bay는, 디즈니가 개척의 나라 시리즈로 만든 여러 서부영화의 주인공에선 누락되었으나 다니엘분이라던가 버팔로빌 등의 영웅들보다 훨씬 훌륭한 개척자라고 이곳 사람들이 굳게 믿는 John Colter에서
그가 구름과 비행기, 신호등과 물탱크. 그가 그것들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한 시간은 약 6년. 그동안 찍은 사진은 수천 장에 이른다. 그는 그중 일부를 골라 책을 내고 싶어 했다. 그는 가급적 많은 사진을 넣고 싶다고 했다. 1천여 장의 사진집. 그 많은 사진을 다 넣고 싶은 이유는 매일의 기록, 즉 일기이기 때문이다. 아는 친구가 책을 내고 싶다며 자문을 구했다. 사진기자 생활을 오래 한 그는 매일 일기를 쓰듯 사진을 찍었다. 그가 찍은 것은 구름과 비행기, 그리고 신호등과 물탱크였다. 하늘을 올려다보고 걷다 구름이 있으면 핸드폰을 꺼냈고, 비행기 소리가 나면 서둘러 핸드폰을 꺼냈다. 그가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구름을 찍기 시작한 것은 땅을 보고 걷는 것이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늘은 매일 달랐다. 하늘의 표정은 구름으로 인해 변화무쌍했다. 구름은 단 한 번도 같은 표정을 한 적이 없다. 구름은 하늘의 특권이었다. 특히나 저녁 하늘은 그의 마음을 언제나 앗아갔다. 붉게 물드는 저녁 하늘은 그를 어디에서나 멈추게 했다. 중학교 시절, 집에 갈 때마다 그는 쓸쓸하다고 느꼈다. 쓸쓸해서 하늘을 바라본 것인지, 저녁 하늘 때문에 쓸쓸한 건지 알 수 없었다. 어린
Day-10, 사랑은 움직이는 것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세탁실로 향했다. 이 캠프장은 호텔에서 운영하는 곳답게 널찍하고 깔끔한 세탁실에 신형 세탁기가 많이 구비되어 있다. 세탁실과 같은 건물에 있는 샤워 시설도 관리인들이 항시 대기하고 계속 청소해서 늘 청결하고 널찍하다. 샤워하는 동안 여행 중에 쌓인 세탁물을 상큼하게 정리하고 나니 비가 올 듯 말 듯 하다. Visitor center에서 본 정보에 의하면, 비 오는 날엔 Jackson lake lodge에 가서 놀면 된다고 쓰여 있는 게 기억나서 그리로 가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가는길에 짧은 하이킹 코스로 가장 인기있다는 Targat lake trail 코스를 살펴보자며 트레일 시작점에 들러봤다. 주차장에 들어서자 해가 날 듯 하고 비도 그치는 듯 하여, 짧고 쉽다는 3마일짜리 Targat lake trail을 아침 운동 삼아서 걷기로 하고 입구의 지도를 확인했다. 그런데 5.9마일짜리 trail을 하면, 다녀온 청년들이 아름답다고 하던 두 개의 호수와 시냇물을 볼 수 있다는 걸 발견하자, 예정은 이게 아니었는데 이걸로 가자는 충동구매형 결정을 내렸다. 시간으로 봐서 점심도 필요하고 비라도 오면 돌아오는
"읽고 있는 책을 계속 읽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독서 이야기가 아닌 일상에 관한 반복적인 이야기를 긴 시간 나누는 것에 흥미를 잃기도 했고, 서로 주고받을 농담이 이제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 들고 해서 오늘 직장 동기와의 모임에 안 갔어요. 너 나중에 후회한다는 협박을 받았는데 이러다 제 주변에 아무도 없게 될까 봐 내심 걱정도 됩니다. 제가 왜 이런 걸까요?" 함께 독서 모임을 하는 친구가 이런 글을 단체 카톡방에 올렸다. 오래 다녔던 직장을 그만두고 이제 50대 중반인 그는 요즘 책을 읽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그가 본격적인 책 읽기를 시작한 것은 이제 1년 6개월 정도. 그는 혼자 읽기보다 함께 읽는 게 좋겠다 싶어 많은 검색 끝에 유명 작가와 하는 독서 모임에 참가했었다. 그곳에서 주로 권해준 책은 자기계발서. 독서 모임에 함께했던 이들은 젊은이들. 그는 그 모임을 통해서 2, 30대의 생각을 읽으면서 책 읽기에 빠졌다. 더욱 다양한 독서를 하고 싶었던 그는 역시 검색 끝에 우리 시골책방에서도 독서 모임을 한다는 걸 알고 찾아왔다. 함께한 지 이제 9개월째. 그새 그는 유명작가의 독서 모임을 그만두고 더 자기계발서를 읽지 않는다. 자기계발서를 읽어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