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3, 어제는 hiker 오늘은 tourist 캠프에서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이곳에 도착한 첫날 유숙한 Colter bay로 간다. 이곳은 티탄이 발전해나가기 시작한 본거지이고, 가장 번화하고 규모가 큰 캠핑장이기도 하다. Jackson 호수가 워낙 방대하다 보니 배 정박하기 딱 좋은, 항만 같은 지형도 있다. 호수를 유람하는 배에 오르니, 정복을 입은 선장과 가이드가 정중히 승객들을 맞는다. 선장은 열 살 때부터 이 호수에서 아버지와 낚시하며 자랐고 45년간 소매업에 종사하다가 은퇴하고 2007년부터 크루즈 보트 선장으로 일한다고 하는, 70대의 건장한 할아버지다. 마이크 없어도 멋진 목소리가 쩌렁쩌렁하다. 1시간 반 유람하는 방송을 대부분 60대 후반의 가이드가 했으나, 소량을 맡은 선장의 얘기가 훨씬 전달이 잘되고 흥미로웠다. 발성이 선천적으로 유리한 조건이라, 준비 많이 해온 가이드의 다양한 얘기들이 선장의 한두 에피소드에 묻힌다. Colter bay는, 디즈니가 개척의 나라 시리즈로 만든 여러 서부영화의 주인공에선 누락되었으나 다니엘분이라던가 버팔로빌 등의 영웅들보다 훨씬 훌륭한 개척자라고 이곳 사람들이 굳게 믿는 John Colter에서
그가 구름과 비행기, 신호등과 물탱크. 그가 그것들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한 시간은 약 6년. 그동안 찍은 사진은 수천 장에 이른다. 그는 그중 일부를 골라 책을 내고 싶어 했다. 그는 가급적 많은 사진을 넣고 싶다고 했다. 1천여 장의 사진집. 그 많은 사진을 다 넣고 싶은 이유는 매일의 기록, 즉 일기이기 때문이다. 아는 친구가 책을 내고 싶다며 자문을 구했다. 사진기자 생활을 오래 한 그는 매일 일기를 쓰듯 사진을 찍었다. 그가 찍은 것은 구름과 비행기, 그리고 신호등과 물탱크였다. 하늘을 올려다보고 걷다 구름이 있으면 핸드폰을 꺼냈고, 비행기 소리가 나면 서둘러 핸드폰을 꺼냈다. 그가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구름을 찍기 시작한 것은 땅을 보고 걷는 것이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늘은 매일 달랐다. 하늘의 표정은 구름으로 인해 변화무쌍했다. 구름은 단 한 번도 같은 표정을 한 적이 없다. 구름은 하늘의 특권이었다. 특히나 저녁 하늘은 그의 마음을 언제나 앗아갔다. 붉게 물드는 저녁 하늘은 그를 어디에서나 멈추게 했다. 중학교 시절, 집에 갈 때마다 그는 쓸쓸하다고 느꼈다. 쓸쓸해서 하늘을 바라본 것인지, 저녁 하늘 때문에 쓸쓸한 건지 알 수 없었다. 어린
Day-10, 사랑은 움직이는 것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세탁실로 향했다. 이 캠프장은 호텔에서 운영하는 곳답게 널찍하고 깔끔한 세탁실에 신형 세탁기가 많이 구비되어 있다. 세탁실과 같은 건물에 있는 샤워 시설도 관리인들이 항시 대기하고 계속 청소해서 늘 청결하고 널찍하다. 샤워하는 동안 여행 중에 쌓인 세탁물을 상큼하게 정리하고 나니 비가 올 듯 말 듯 하다. Visitor center에서 본 정보에 의하면, 비 오는 날엔 Jackson lake lodge에 가서 놀면 된다고 쓰여 있는 게 기억나서 그리로 가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가는길에 짧은 하이킹 코스로 가장 인기있다는 Targat lake trail 코스를 살펴보자며 트레일 시작점에 들러봤다. 주차장에 들어서자 해가 날 듯 하고 비도 그치는 듯 하여, 짧고 쉽다는 3마일짜리 Targat lake trail을 아침 운동 삼아서 걷기로 하고 입구의 지도를 확인했다. 그런데 5.9마일짜리 trail을 하면, 다녀온 청년들이 아름답다고 하던 두 개의 호수와 시냇물을 볼 수 있다는 걸 발견하자, 예정은 이게 아니었는데 이걸로 가자는 충동구매형 결정을 내렸다. 시간으로 봐서 점심도 필요하고 비라도 오면 돌아오는
"읽고 있는 책을 계속 읽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독서 이야기가 아닌 일상에 관한 반복적인 이야기를 긴 시간 나누는 것에 흥미를 잃기도 했고, 서로 주고받을 농담이 이제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 들고 해서 오늘 직장 동기와의 모임에 안 갔어요. 너 나중에 후회한다는 협박을 받았는데 이러다 제 주변에 아무도 없게 될까 봐 내심 걱정도 됩니다. 제가 왜 이런 걸까요?" 함께 독서 모임을 하는 친구가 이런 글을 단체 카톡방에 올렸다. 오래 다녔던 직장을 그만두고 이제 50대 중반인 그는 요즘 책을 읽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그가 본격적인 책 읽기를 시작한 것은 이제 1년 6개월 정도. 그는 혼자 읽기보다 함께 읽는 게 좋겠다 싶어 많은 검색 끝에 유명 작가와 하는 독서 모임에 참가했었다. 그곳에서 주로 권해준 책은 자기계발서. 독서 모임에 함께했던 이들은 젊은이들. 그는 그 모임을 통해서 2, 30대의 생각을 읽으면서 책 읽기에 빠졌다. 더욱 다양한 독서를 하고 싶었던 그는 역시 검색 끝에 우리 시골책방에서도 독서 모임을 한다는 걸 알고 찾아왔다. 함께한 지 이제 9개월째. 그새 그는 유명작가의 독서 모임을 그만두고 더 자기계발서를 읽지 않는다. 자기계발서를 읽어본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아침해는 희망을 줍니다. 동녘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솟는 해는 아름답습니다. 도시의 건물 사이로 치솟는 해님이 내뿜는 찬란한 광채가 뜨겁게 느껴집니다. 유리알처럼 파란 하늘로 뻗은 가느다란 가지에 조롱조롱 달린 앙증맞은 새빨간 열매들이 귀엽습니다. 겨울바람에 흔들리는 억새꽃이 아침 햇살을 머금고 목화송이처럼 다시 하얗게 피었습니다. 시시각각 색깔을 달리하는 하늘의 변화는 경이롭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힘들고 사람들의 각종 추태가 보기 싫지만, 자연은 변함없이 아름답습니다. 날마다 바라보는 똑같은 자연이지만 느낌은 항상 다르게 다가옵니다. 때로는 붉게, 다른 때는 푸르게, 또 다른 날엔 희거나 검게 변하는 하늘도 신비롭습니다. 앙상한 모습으로 추위에 떨며 겨울을 나고 있는 나무들도 예쁩니다. 다가올 여름의 무성한 푸름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겠지요? ▲아침햇살을 받아 목화꽃처럼 핀 억새와 이름모를 빨간 열매가 겨울추위를 녹여줍니다. 정말 오랜만에 겨울다운 추위가 찾아온 새해 벽두입니다.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추위가 잠시 잊고 있었던 동장군의 건재를 알리는 아침입니다. 동녘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솟는 해가 장엄합니다. 그 해가 솟기 전부
Day-8, 티탄 국립공원의 하이라이트 'Inspiration point' 티탄 국립공원의 하이라이트 중에서도 꼭짓점은 Inspiration point라고 불리는 조망지점이다. 캠프에서 만난 청년이 아침 일찍 가지 않으면 디즈니랜드처럼 바글거린다고 알려주어 일찍 출발했다. 제니 호수 건너편으로 가기 위하여, 어제는 발품으로 간 길을 오늘은 배로 건너니 순식간이다. 오늘의 목적지까지는 호수 건너편 선착장에서 1.2마일(2km) 떨어진 곳이라고 하여 30분 정도면 도착할 줄 알았는데, 길이 가팔라서 한 시간 가까이 걸렸다. 오르는 길목 그늘마다 가다가 쉬고 있는 관광객들이 자리하고 있다. 목적지에 가까워져 오는 지점에서 부모와 아들, 그리고 할아버지로 구성된듯한 한 가족을 만났다. 앞을 보지 못하는 10대 후반 정도의 손주가 할아버지 바로 뒤에서 할아버지의 한쪽 어깨에 자기 손을 얹고 그 길을 따라가고 있다. 할아버지는 손주에게 지형물을 설명하며 친절히 천천히 걷는다. 여기서 나는, inspiration point에 다다르기도 전에 이미 충분히 inspire(감동) 되고 있다고 느낀다. 가족의 의미, 인내심, 그럼에도 불구하고( in spite of...), 포
내가 형님과 함께 식사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은 지난 추석 때였다. 온 가족이 모인 날 형님은 마치 동심으로 돌아간 듯 온갖 추억들을 살려내어 옛이야기들을 들려주셨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나는 막냇동생과 함께 약속드렸다. ‘형님 건강이 조금만 더 좋아지시면 모시고 고향에 가겠다’고. 마침 올해 35년간의 공직생활을 마치고 정년퇴직한 막내가 새 차를 샀기에 그 차로 모시겠다고 했다. 형님은 만면에 웃음을 띠우며 3형제가 함께 가게 됐다고 좋아하셨다. 몇 해 전 12월 29일 저녁 9시, 서울 용산의 전쟁기념관 마당. 한겨울 밤바람이 매섭게 불고 있었다. 그 시각 나는 맏형님과 손을 잡고 기념관에서 나와 지하철역으로 가는 중이었다. 81세인 형님은 14살 아래인 내 손이 따뜻해서 좋다고 하셨다. 나도 형님의 온기를 꼭 잡은 손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지난달 15일 그 형님이 귀향하셨다. 6·25전쟁 전 서울로 유학 온 후 군대 복무 3년, 해외 근무 4년을 제외하고 계속 서울에서 사셨던 분이다. 그런 형님이 이제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고향으로 완전히 귀향하셨다. 올해 우리나라 나이로 83세. 형님은 매우 건강하셨던 분이다. 그러나 80살을 넘기면서 급격히
다른 사람들은 어떤 대화들을 나눌까. 남편과 내가 하는 대화란 고작 시사 토크가 전부다. 그는 언제나 그의 관심이 쏠려있는 시사 문제 외엔 내게 특별히 할 말이 없는 듯하다. 나는 그것도 반갑고 고마워 열심히 경청하면서 응대한다. 그것도 안 한다면 그는 온종일 누구와 무슨 말을 한단 말인가. 사람에 따라서는 본디 말수가 많은 사람이 있고 적은 사람이 있다. 말수가 많은 사람을 흔히 다변한 달변가라 한다면 말수가 적은 사람에 대해서는 눌변(訥辯)이라 해야 할지 잘은 모르겠으나 나는 어느 편인가 하면 후자에 가까운 편이다. 재미있게 말할 줄도 모르거니와 평소 많은 말을 하지 않는 달까, 꺼린 달까, 아무튼 좋게 말하면 말을 절약한다 할 수 있고, 나쁘게 말하면 화제에 인색하여 자칫 어리숙하다는 얘기도 들을 만하다. 그런데 남편 역시 아주 말이 적은 편이어서 우리는 살면서 그닥 많은 말을 해본 일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젊어서는 서로 바쁜 탓도 있었겠지만 노년에 들어서는 바쁜 것도 아니면서 서로 말이 별로 없으니 아주 재미없는 커플인 셈이다. 그럼에도 부부는 서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눈빛 하나, 표정 하나, 동작 하나 손끝 발끝
신축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이제 작년이 된 경자년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점철된 우울한 해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코로나로 인해 평생에 한 번도 겪지 못한 경험을 했습니다. 새해 첫날 존스홉킨스대학의 통계에 의하면 전 세계 확진자 수는 8천만 명이 넘었고, 사망자도 180만 명을 훌쩍 넘겼습니다. 게다가 영국발 신규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도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는 우울한 소식도 들립니다. 새해를 맞이할 때면 울리던 제야의 종소리도 올해는 취소됐습니다. 행사가 시작된 지 67년 만이라고 합니다. 모두 코로나 때문입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소식은 영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 30여 나라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됐고, 치료제 개발도 목전에 있다니 어둠 속에서도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보는 것 같습니다. 하루빨리 코로나를 극복하고 마스크 없는 예전의 생활로 돌아가기를 학수고대합니다. 미래학자들은 코로나가 극복되더라도 예전 생활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고 전혀 다른 세상이 올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코로나 없는 세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은 바람일 것입니다. 포천좋은신문은 작년 9월 1일 창간했습니다. 해가 바뀌며 벌써 창간
▲티탄으로 가는 길에 성채처럼 솟아있는 자연의 위용. Day-6, Keep Wyoming Wild 지금도 여전히 서부시대로 살아가는 와이오밍주 Riverton의 숙소를 아침 8시에 출발, 세 시간 가까이 계속되는 scenic drive를 달려 Grand Teton으로 향한다. 사람이 사는 흔적이 드문 아름다운 황무지가 펼쳐지자, 여기까지 달려온 보람으로 가슴이 벅차오른다. 이탈리아를 여행할 때 고속도로에서도 가끔 보이던 캐슬이 떠오르면서, 자연이 세운 아름다운 성채 같은 풍경들을 감상한다. 니들이 castle이 뭔지 알어? 라고 인간에게 말하고 있는 듯, 우뚝 솟아있는 자연의 건축물이 장대하고 아름답다. 먼지 속에서 죽을 고생 하며 서부로 가던 개척자들은 이 경치가 아름답다기보다 넘어야 할 고난과 두려움의 대상이었을 거라고 상상해본다. 2시간쯤 달리니 Duboise라는 이름의, 서부영화 세트장 같은 작은 마을이 나타난다. 인구 900여 명 사는 이마을의 원래 이름은 건조하고 시원한 날씨로 인해 오랜 세월동안 Never sweat(땀이 안 나는 마을)이라고 불렸다. 우체국이 세워지며, 그 이름은 도저히 안 되겠다 하여 그 당시 아이오와 상원의원을 지낸 프랑스계
어느 날 오후, 스물셋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올해로 5번째 수능. 그러나 원하는 대학을 갈 수 없어 내년에도 수능을 준비한다고 했다. 그는 담담했다. 안쓰러운 마음을 그래서 내비칠 수 없었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다를 뿐이었다. 이제까지 다섯 번째예요. 다시 해보려고요. 힘드냐고요? 당연히 힘들죠. 그렇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요.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봐야죠. 학원에서 만난 사람 중에는 열 번도 넘게 수능 시험을 본 경우도 있어요. 그 사람은 군대에 안 가는 사람이어서 매년 시험을 봤지만, 저는 군대도 가야 하니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 싶어요. 항상 올해가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시험을 치르는데 올해도 마지막이 안 되네요. 내년에도 다시 해야겠어요. 부모님 때문이냐고요? 그렇긴 하지요. 어렸을 때부터, 아주 어렸을 때부터 넌 의대를 가야 한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저는 당연히 의대를 가야 하는 줄 알았어요. 다행히 성적은 늘 상위권이었어요. 그렇다고 전교 1등을 하는 건 아니었고요. 그런 애들은 따로 있더라고요. 열심히 한다고 해서 되는 성적이 있고, 아무리 해도 안 되는 성적이 있어요. 그건 개인의 노력이 아니에요. 공부도 일종의 재능인 거죠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세한도’라는 작품명에는 ‘고난과 역경에도 변함없이 오랫동안 서로를 잊지 말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소나무와 잣나무가 오래도록 푸르다는 것을 겨울이 온 뒤에야 알게 되는 법(歲寒然後知 松栢之後凋).” 논어 자한(子罕) 편에 나오는 말이다. 공자가 이르기를 “그 해의 추운 겨울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더디 시드는 것을 알 수 있느니라”고 했다. 즉 사람들이 위급한 일을 당했을 때의 모습을 보면 군자인지 소인인지를 가늠할 수 있으니, 급할 때라도 차근히 생각하고 처신을 하라는 교훈이 담겨있다. 그의 이 같은 가르침에서 “지혜로운 사람은 현혹되지 않고, 온전한 사람다움을 갖추면 근심하지 않고, 용감한 사람은 두려워하지 않는다”라고 전한다.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가 소나무와 측백나무를 보고 "가장 추울 때도 너희들은 우뚝 서 있구나"라면서 자신의 처지를 표현한 그림 세한도(歲寒圖)에 이 뜻을 담아 오늘날 그 가치를 높여준다. 추사 김정희는 19세기 조선 시대 대표적인 문인이자 서예가이다. 50대 에 이르러 종2품 벼슬까지 오르며 권력의 중심에 있었지만 정치적 풍랑에 휘말려 제주도 유배형에 처해진다. 지위와 권력을 박탈당하고 제주도로 귀
그렇게 불안에 떨며 꼬박 나흘이 지나갔다. 마침내 36.5도! 월요일 아침의 체온이었다. 나 자신, 아니 인간의 나약함을 깨닫는데 걸린 시간이기도 했다. 생각하기에 따라 길었다고도 할 시간이었다. 무서운 암 검사 후 건강판정 결과를 받기까지의 시간도 이보다는 덜 하지 않았을까? 이날따라 동쪽 하늘의 일출광경이 그렇게 아름다워 보일 수가 없었다. 입천장과 코 안쪽이 바짝바짝 마르는 것 같았다. 침을 삼키려니 목구멍 쪽에서 뜨끔거리며 가벼운 통증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틀 전 낮에 10여 명이 만나 떠들며 식사하고 자리 옮겨 맥주까지 한 잔 했던 일들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혹시 코로나에 감염된 게 아닐까? 엄습하는 불안감을 감출 길이 없었다. 코로나 확산세가 다시 강해지던 12월 3일 점심 무렵의 일이다. 전날 저녁 때부터 코가 약간 가려워지며 미열이 느껴지기 시작했었다. 체온을 재보니 36.7∼36.9도를 오락가락 했다. 집사람에게 코로나 검사부터 받아볼까 물어봤다. 아내는 오늘 하루를 기다려 보자고 했다. 집에 비치돼 있는 코감기 약을 먹고 쉬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다. 열도 정상으로 내렸
무릇 세속적인 출세나 성공, 혹은 명예란 얼마나 슬픈 이름의 영예인가. 슬픈 이름의 영예―, 그것은 그들의 탐욕스러운 얼굴, 위선에 찬 표정만큼이나 슬프다. 그러니 내 그것들을 위해 찬양할 까닭이나 탐할 까닭이 하나도 없지 아니한가. 나는 세상에서 무릇 출세한 이들을 결코 선망하지 않는다. 나는 세상에서 무릇 성공한 이들을 결코 추종하지 않는다. 나는 세상에서 무릇 이름을 떨친 이들을 결코 존경하지 않는다. 이렇게 말하면 누군가는 대뜸 나에게 화살을 겨누리라. 그것은 네가 이를테면 세상에서 그들만큼 출세하지 못했으며 성공하지 못했으며 이름을 떨치지 못한 까닭이 아니겠느냐. 그 때문에 그들을 투기하며 시기하며 혐오하며 외면하는 것이 아니겠느냐. 그럴지도 모른다. 나는 세상에서 결코 그들만큼 출세하지 못했으며 성공하지 못했으며 이름을 떨치지 못했으니 그런 공격을 받는다면 그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람은 살면서 특히 어떤 이들을 선호하며 어떤 이들을 선호하지 않느냐 하는 것은 극히 개인적인 일이긴 하나 자신의 소견대로 이야기해볼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내가 그들을 마땅치 않게 바라보며 기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한마디로 그런 그들이 아름답지
▲세계 최고의 부자 중 한 사람인 워렌 버핏이 사는 집 앞에서 포즈를 취한 필자.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그의 집은 너무나 소박해서 유명하다. Day-4, 나의 버전으로 "Nebraska" 영화를 찍다. 오늘은 7시간 동안 네브래스카 땅만 달렸다. 7시간 달려야 겨우 횡단하는 넓은 땅에, 인구 180만 명이 사니까 인구밀도 희박함이 에베레스트 산소 수준 동네다. Nebraska는 인디언 언어로, 평평한 물, Omaha는 절벽 위에 사는 사람들이란 뜻으로 부족의 이름이라고 한다. 작년에 너무 재미있게 본 영화, Nebraska를 생각나게 하는 차창 밖 풍경을 바라보며, 오늘은 내 버전으로, 영화 Nebraska를 머릿속으로 찍었다. 이 주에서 가장 큰 도시 Omaha에서 유숙한 호텔을 나서는데, 아침부터 90도 찍고도 사정없이 올라가는 불볕더위다. 짐 가지고 먼저 내려간 남편이, 왜 안 내려오나 하고 기다릴 것 같아서 샴푸 한 머리가 젖은 채로 로비로 내려오니 호텔 정문 앞 명당에 주차해놨던, 꽃바구니 머리에 인 우리 차가 안 보인다. 효율적으로 시간 쓰려고 혼자 주유소에 갔나 하며, 젖은 머리를 더운 바깥 공기로 말리며 느긋하게 기다렸다. 그러나 주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