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성 작가 현재 미국 워싱턴 디시에 거주하는 김은성 작가는 포천좋은신문 창간 1주년을 맞아 새롭게 유럽여행기를 연재합니다. 김 작가가 연재할 유럽여행기의 첫 번째 도시는 이탈리아 피렌체. 김 작가는 피렌체가 어떻게 르네상스의 발원지가 되었으며, 그 르네상스는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2년 전 겨울 피렌체를 찾았습니다. '피렌체에서 만나는 르네상스'라는 제목으로 연재되는 김은성 작가의 유럽여행기에 많은 응원 바랍니다. -편집자 주- 첫째날, 르네상스를 만나러 피렌체로 향하다 미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꿈꾸는 여행은 이탈리아의 토스카나(영어로 Tuscany) 지방에서 한 달 지내는 것이라고 한다. 2016년 여름, 초등학교 친구들과 환갑여행 삼아서 피렌체(영어로 Florence) 근교에서 한 달 묵으며 토스카나 지방을 여기저기 둘러본 후,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충분히 공감해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의 여행 중 가장 아름다운 여행이었던 듯 생각되는 한 달간의 사연은 너무 길어서 다른 기회에 나눌 수 있길 바라며, 이번 연재에서는 피렌체 중심부 구도시에서만 2주를 지내고온 2019년 겨울 여행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첫 번 여행은 8월에서 9월에 걸쳐
나는 책방을 차리고 한 번도 후회한 적 없다. 책방을 차리길 백만 번 잘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책방 주인들이 아마 나와 같을 것이다. 이유는 큰돈을 벌어서가 아니라, 책방 하는 즐거움이 크기 때문이다. 그 즐거움은 바로 ‘책’과 ‘사람’에서 나오는데, 그건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아주 은밀한 것이다. 이 즐거움을 책방을 찾는 아름다운 사람들과 오래 누릴 수 있으면 좋지 않겠는가. 텅 빈 책방에 한 사람이 들어왔다. 그는 대뜸 책방 사용에 대해 문의했다. 그 질문은 책방을 최소한 한 곳 이상 다녀온 사람이나 가능한 것. “큰 책장에 꽂힌 책은 그냥 보셔도 되고, 그 외 진열된 책들은 새 책이므로 구입해서 보시면 됩니다. 책이 낡아지면 판매를 할 수 없어서요.” 우리는 카페를 겸하고 있어 음료도 판매한다고 덧붙였다. 그랬더니 그는 혹시나 몰라 먹을 걸 싸 왔다고 했다. 아마도 시골책방이라 하니 먹을 것이 마땅찮겠다 싶었던 모양이다. 그는 차 한 잔을 시키고 책들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가끔 책 사진을 한 장씩 찍었다. 처음 한두 번은 그럴 수 있지 싶어 가만있다 찰칵찰칵 소리가 계속 나서 망설이다 결국 다가가 말했다. “저, 죄송하지만 책방 분위기
▲르네상스의 대표작, 아테네 학당. 라파엘로가 그리스의 유명했던 학자들을 표현하면서, 얼굴은 자신을 포함한 ‘르네상스를 이끈’ 예술가들로 그려 넣었다. 포천좋은신문을 통해 '포천의 르네상스'를 기대하며 연일 전국에서 십만 명 이상의 감염자를 기록하며 잦아들 줄 모르는 바이러스 재난의 불길과, 늦여름의 폭염으로 뜨거운 2021년 8월의 끝자락, 워싱턴 디시 근교 나의 뒷뜰에는 몰래몰래 단풍이 들고 있다. 어김없이 가을이 스며들고 있다는 증거이고, 포천좋은신문에 글을 써 보내기 시작한 지도 1년이 되어온다는 것을 기억하게 해주는 시각적인 메시지기도 하다. 한 달 정도 냉장고를 비우며 집콕으로 견디면 끝나는 건 줄 알았던 팬데믹이 더욱 심각해져 가고 있던 지난해 봄, 포천좋은신문이 태동하고 있었다. 학연으로 연결된 편집장이 고국을 떠난 지 40년이 넘는 나에게, 정기적인 칼럼을 부탁해왔다. 그가 꿈꾸는 신문의 비전이 나의 가치관이나 비전과 다르지 않다고 느껴져서 흔쾌히 수락했다. 불특정 다수의 독자들을 향하여 글을 써본 적도 없고 전문적인 글쟁이도 아닌지라 망설여졌던 마음은, 나의 첫 번 칼럼에서 나눈 바 있다. 산정호수와 한탄강 등 몇 번 가본 적이 있는 포천은
김승태 본지 발행인 겸 편집인 '포천좋은신문'이 창간 1주년을 맞아 가장 먼저 독자 여러분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독자 없는 신문은 있을 수 없고, 독자가 외면한 신문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창간사에서 '포천좋은신문'은 '좋은 기사'를 많이 담겠다고 약속했듯이, 그 마음 그대로 또 다시 힘찬 발걸음을 내딛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격려 부탁합니다. '포천좋은신문'은 지난해 9월 1일 창간했습니다. 그리고 오늘로 창간 1주년을 맞습니다. 지난해 코로나와 뜨거웠던 폭염 속에 창간 준비를 하고, 풍요의 계절인 9월 첫날에 독자 여러분 앞에 첫선을 보였던 기억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란 세월이 지났습니다. '포천좋은신문'이 창간 1주년을 맞이할 수 있도록 그동안 물심양면으로 큰 도움을 주신 고마운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신문과 독자의 관계는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독자 없는 신문이란 있을 수 없고, 독자가 외면한 신문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포천좋은신문'이 지난 1년간 무탈하게 지내오면서 창간 1주년을 맞게 된 것은 모두 '포천좋은신문'을 아끼고 사랑해주신 독자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독자 여러분께 머리 숙여 감사의
▲김은성 작가 아름다운 자연과 넓은 영토가 주는 무한한 잠재력, 총 차고 말 타고 가축을 몰고 다니는 단순함과 강인함, 야생성과 촌스러움까지…. 그리고 넓은 자연 가운데 제멋대로 뛰놀며 자라는 가축들의 이미지가 요즘 와서 더욱이나 설명하기 힘든 미국의 모습을 그나마 상징성 있게 설명해 준다고 생각되었다. ▲미국의 카우보이. 카우보이는 소 떼들을 돌보는 목동이라는 직업군을 표현한 단어일 뿐이다. 구약의 유명 인사 다윗도 양을 돌보는 목동이었고, 요즘도 중동지방에선 고대처럼 양을 치며 살아가는 베드윈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유럽의 알프스 근처 마을에서도, 커다란 종을 목에 달은 소나 양들을 계절에 따라 산 위로 아래로 몰고 다니는 것을 여러 번 보았다. 카우보이는 구대륙보다 스케일이 훨씬 넓은 신대륙 광활한 땅에서 말을 달리며 소 떼들을 몰고 다니는 목동을 일컬으며 생겨난 신조어인 거 같다. 한마디로 표현하기 힘든, 미국의 정서와 문화의 상징성은 카우보이의 이미지가 함축적으로 표현한다는 생각이다. ▲스위스 목동. 박완서 작가의 수필집 '호미'에 해방 후 개성에 들어온 미군들을 묘사한 대목이 기억난다. 질서정연하고 절도 있는 일본 군인들의 모습에 익숙해진 눈에,
▲필자 김은성 작가. 워싱턴 디시를 둘러보는 관광코스에 꼭 포함되는 장소 중 하나는 알링턴 국립묘지이다. 포토맥강을 건너면 바로 만나는 버지니아주 영토에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물론, 그리스 부자에게 시집갔던 영부인 재클린 케네디 오나시스, 그리고 무명 용사들에 이르기까지 국가에 봉사한 많은 역사적 인물들이 묻혀있는 곳이다. 재클린 오나시스가 첫 남편 케네디 대통령 옆에 잠들 수 있게 해준 것은, 나이 많은 그리스 부자에게 시집가 버렸을 때 국민들이 느꼈던 섭섭함보다는, 나라를 위해 일하던 남편을 총탄에 잃은 사실에 무게를 두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워싱턴 디시 중심부에서, 국립묘지가 있는 버지니아주 방향을 향해 가다 보면, 도시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의 아름다운 언덕 위에 네오 클래식으로 지어진 하얀 저택이 보인다. 이 저택은, 남북전쟁 때 남군의 가장 존경받는 장군이었던 로버트 리 장군의 소유였다. ▲알링턴 국립묘지. 남북전쟁 당시 남군의 가장 존경받는 장군이었던 로버트 리 장군의 소유였다. 조지 워싱턴 대통령의 부인, 마사 워싱턴의 전남편 소생인 아들 John Parke Custis이 산 농지 1,100에이커에 그의 아들
필자 석인호. 그때였다. 조금 안쪽에 타고 있던 할머니 한 분이 조용한 소리로 말했다. “나는 바쁘지 않으니 내렸다가 다음번에 타야겠네.” 그러자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 할머니에게 쏠렸다. 키는 작았지만 단정한 차림새에다 가볍게 웨이브 진 흰 머리카락이 뭔가 모를 기품이 느껴졌다. 할머니는 문 쪽의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면서 비집고 내리셨다. 그 사이 그 아가씨와 문 쪽에 섰던 청년 둘이 잠깐 내렸다가 냉큼 다시 올라탔다. 나는 속으로 ‘뭐 이런 맹랑한 애들이 다 있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윽고 문이 닫히고 승강기는 지상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며칠 전 지하철 5호선 신금호역에서 정말 예의를 모르는 젊은 여자를 보았다. 그 여자의 얼굴 가죽 두께는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그렇게 경우 없음에 놀랐다. 아무리 급하게 열차를 타야 할 상황이라도 그렇게 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날 그 여자를 보니 6년 전 10월 어느 날 똑같은 일을 겪고 다른 매체에 기고한 글이 생각났다. 그 때에 썼던 글을 전재해 며칠 전의 심정을 밝히고 싶다. 다음 글의 상황과 며칠 전의 상황이 똑같이 닮았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지하철을 탈 때 나는 노
▲필자 김은성. Day-41, Icefields와의 해후 그리고 작별 이곳에서 허락된 마지막 날, Canadian Rocky 여행의 하이라이트를 재조명해본다. 어젯밤의 폭우로 말끔하게 세수하고 그 찬란한 미모를 구름 사이에서 훤하게 드러낸 캐나다 로키를 보며, 빙하라고 부르기에도 너무 방대하고 넓게 퍼져서 icefield(얼음 벌판)라고 부르는 고대의 얼음덩이들이 즐비한 길, 캐나다의 자랑거리, Icefields parkway를 달린다. 가는 길에, 이곳에 수다한 아름다운 호수 중 하나. Bow lake에 잠시 서서 귀여운 기념품을 발견하고 구입하려는 순간, 신용카드가 없어진 걸 알게 된다. 숙소로 돌아가 확인하고 없으면 분실 신고하자고 하니, 남편은 '오늘 놀 거 다 놀고 돌아가서 확인할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며 잊으라고 한다. 조바심이 났지만, 그 말도 맞는 듯 해서 잊으려고 엄청 노력하기도 전에, 말도 안 되게 잘생긴 로키산맥의 미모에 정신이 빼앗겨 금방 잊는다. 빙하에 매료된 남편이 제일 행복해 하며 8시간 운전을 즐겁게 해낸 건 좋은데 너무 신나게 달려서 재스퍼 가는 길목에서, 캐나다 경찰에게 속도위반 딱지도 선물받는다. 벌금 액수가 기둥뿌리 뽑힌
▲포천좋은신문 창간 때부터 칼럼을 연재해 온 임후남 시인이 최근에 산문집 '나는 괜찮아지고 있습니다'를 펴냈다. 이 책은 저자가 시골책방을 하면서 직접 겪고 느낀 이야기들을 담았는데, 작가 특유의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문체가 독자들에게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전해준다. 가끔 트럭을 타고 오는 할아버지가 계시다. 이런 비밀스러운 곳을 당신이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휴식이 된다는 분. 처음에는 아메리카노 한 잔을 시키고 내 책장에서 낡은 책 한 권을 보다 가셨다. 어느 날 말씀하셨다. “나, 그냥 믹스커피 주면 안 돼요? 통 쓰기만 해서.” 그래서 믹스커피를 드렸다. 우리 카페에 믹스커피가 있는 이유다. 처음에는 3천원을 받았다. 그러다 어느 날 책을 한 권 사셨다. 내 책 <시골책방입니다>였다. 이후 오실 때마다 책을 한 권씩 구입하셨다. 당연히 믹스커피는 서비스가 됐다. 며칠 전 새로 나온 나의 <나는 이제 괜찮아지고 있습니다>를 사 갖고 가셨다. 그리고 긴 문자가 왔다. 참 좋은 날씨입니다. 코로나 백신 접종을 기다리며 <나는 이제 괜찮아지고 있습니다>와 함께하는 시간이 감사합니다. 번뇌로부터 보호받는 느낌입니다. 소중한 시
지난 5월 어버이날에 부인이 희한한 사실을 발견하면서 사달이 벌어졌다. 그날 아침 아들이 보내온 카카오톡 메시지를 확인하다가 며느리가 대화방에서 빠져나간 것을 발견한 것이다. 부인은 이를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직접 며느리에게 물어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부인은 며느리를 다시 대화 방에 초대하고 기지를 발휘해 “아가, 너 전화기 새로 바꾸었니? 네가 대화방에서 나갔다는 메시지가 떴네”라고 문자를 보냈다고 했다. 그러다가 나중에 보니 며느리가 또다시 대화방에서 퇴장해 버렸더란다. 얼마 전 친구가 찾아와 함께 술을 마셨다. 그는 현재 대학교에서 소통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그는 입담이 좋아 친구들 사이에 인기가 아주 좋다. 그와 함께 있으면 모두가 자연스레 즐거움에 빨려든다. 그런데 이날 그의 표정엔 평소와 달리 뭔가 난처한 일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술잔이 몇 잔 오간 후 그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하나밖에 없는 며느리의 알 수 없는 행동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고 했다. TV 방송국 프로듀서 출신인 그는 특유의 입담과 친화력 때문에 대인관계가 매우 원만하다. 그런 그가 자기 집안일로 속을 썩인다니 얼른 이해가 가지 않았다. 대학 시절 사귄 여자 친구와 결혼한 그
▲필자 김은성 작가. Day-37, Yoho 국립공원 대충 보기 Banff라고 하면 이 근처 5개 국립공원을 합쳐서 통용되는 유명관광지라고 보면 된다. 제일 유명한 Banff와 Jasper는 3년 전에 하루에 10마일 정도 발품 팔며 꼭 봐야 하는 곳을 거의 섭렵했고, Waterton은 몬태나에서 국경 넘나들며 진도 떼었으니, Waterton에서 하이킹할 때 만난 캐나다 노부부들이 추천한 나머지 두 공원, British Columbia 주에 속하지만, 앨버타주에 위치한 Banff와 붙어있는 Yoho와 Kootenay 국립공원을 보고 갈 생각이다. 아침에, 느긋하게 준비하고, resort에서 숙식하는 휴양객답게 11시에나 슬슬 행동 개시다. 일기예보대로 비가 줄줄 내리는데, 처음 이곳에 왔다면 낭패다... 싶을 깜깜하게 흐린 하늘과 비 오는 밴프가, 두 번째 오니 이런 날씨의 경치도 보게 되는 기쁨이 된다. 인접해 있는 British Columbia 주로 넘어가 Yoho로 가는 길도 화려한 로키의 파노라마가 계속되고, 인구 167명이라는 작은 마을 Field로 들어서니, 샤모니 계곡에 있던 시골 마을같이 이쁘게 꾸며놓고 장작도 줄 맞추어 쌓아놓았다. 모든 집이
미국 워싱턴에 거주하고 있는 필자 김은성은 현재 본지에 '미국 대륙횡단 여행기'를 절찬리에 연재 중인 작가다. 그가 수년 전, 한 달 이상을 자동차로 미 대륙을 횡단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사진과 함께 담백한 글로 써내려간 여행기는 현재 코로나로 해외 여행을 꿈도 못 꾸는 우리들에게 커다란 위안과 함께 대리만족을 주고 있다. 본지는 필자에게 2회 정도 남은 '미국 대륙횡단 여행기'를 잠시 중단하고, 2020년 봄 지구를 뒤덮어 버린 팬데믹과 백신 개발 이후 미국 사회의 새로운 변화의 물결에 대한 글을 요청했다. 평생 의료계에서 근무해온 그의 직접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실제로 피부에 와닿는 '백신 접종 이후 미국 이야기'에서 그는 "어두운 터널 속에서 빛의 속도로 세상에 나와준 백신이 우리에게 소소하지만 소중한 일상을 되돌려주고 있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1년간 미국의 코비드 사망자 수는 제주도 인구와 비슷한 60여만 명, 인구 대비해서 남한 인구로 계산한다면 대한민국에서 10만 명이 사망한 거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숫자다. (미국 인구 3억, 남한 인구 5천만에 비례) 코비드로 순직한 간호사(RN)의 숫자도 400명에 달한다. 그 밖의 의료인들의
Day-34, 몬태나에서의 마지막 날 어젯밤엔 별똥별이 쏟아지는 날이라고 해서 오밤중까지 안 자고 버티려 했으나 10시부터 비가 내린다. 이곳의 비는 텐트 지붕에서 후드득 소리를 꽤 오래 내면서 내려도, 아침에 일어나면 땅이 여전히 보송보송한 인색한 비다. 그래도 구름으로 하늘을 덮으니 별을 볼 수가 없고, 그냥 잠든 게 억울해서 새벽 두어 시쯤 밖에 나가보니 비는 그쳤어도 별이 총총하진 않다. 어제 집어온 mountain goat 꽃바구니가 나뿐 아니라 오가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준다. 요즘 재활 중이라 꽃이 달리지 않은 내 꽃들도, 오가는 사람들이 이뻐해 준다. 우리 동네 셰넌도어에는 꽃바구니 데리고 캠핑오는 사람들도 종종 보는데, 여긴 먼 곳에서 오는 사람들이 주를 이르니 나처럼 극성맞게 꽃 들고 온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오늘은 묵직한 사랑으로 내 안에 자리 잡고 앉은 몬태나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Logan pass에서 Highland trail과 continental divide까지 올라갔다 온 남편은, 이제 다른 트레일이 시시해졌는지 별로 연연해하지 않고, 역사박물관에서 공부한 지식에 따라 Flathead Indian reservation과 미
“아니, 그게 말이 됩니까? 못 믿을 게 따로 있지!” “왜 말이 안 됩니까? 짐을 다 내가야 돈 드리는 게 맞지요!” “그렇게만 고집하면 안 되지요. 입장 바꾸어 생각해 보세요.” 손녀를 돌봐주기 위해 2년 전 딸네 집 근처로 전세를 얻어 왔었다. 계약이 만료돼 주인이 비워달라고 했다. 그래서 며칠 전 이사를 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 부부는 지금까지 겪은 적이 없었던 일들로 심한 마음고생을 했다. 그 당혹감은 말할 수 없이 컸다. 같은 사안을 두고 생각과 행동이 그렇게도 다를 수 있음에 놀랐다. 가히 절벽에다 대고 얘기하는 기분이었다. 전세 계약 기간이 석 달쯤 남았던 어느 날 집주인 여자가 연락했다. 우리도 계약연장 여부를 물어보려던 참이라 잘 됐다 싶었다. 그러나 주인 여자는 연장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새집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그 여자는 우리더러 계약 기간 만료 후 3개월만 더 살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자기네가 사는 집의 계약 기간이 우리의 계약 기간 만료일보다 3개월쯤 뒤라는 것이다. 참말로 자기들 생각만 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그렇게는 할 수 없으니 차질 없이 전세
모름지기 사람에게는 사람값이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어린이가 아닌 어른에게는 어른에 해당하는 만큼의 어른 값도 있지 않겠는가. 어른이기가 버거운 까닭은 그 어른값을 다하고 있지 못한 까닭은 아닐까. 그 때문에 '어쩌다 어른'임을 겁내는 것은 아닌지. 시간이 날 때 방송 프로를 돌리다 보니 한 번은 눈에 띄는 제목이 있어 유념해 본 일이 있다. '어쩌다 어른'이라는 공개방송 형식의 1인 토크 프로다. 이즈음의 방송 프로를 보면 한 마디로 수준 미달이랄까,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공중파니, 종편, 케이블방송 등으로 방송국은 수도 없이 늘어났는데 채널마다 똑같은 연예인, 혹은 똑같은 패널들이 나와 온통 먹고 놀고 수다 떨기가 극악을 부리며 경쟁한다. 수다 떨기의 질도 갈수록 저질이다. 방송이 이래도 되는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그런데 내가 지금 하고 싶은 얘기는 방송에 대한 이야기, 혹은 그 내용에 대한 것이 아니라 '어쩌다 어른'이란 제목이 던져주는 포괄적 사고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한 미팅에서의 일이다. 나이 차가 다소 있는 선후배 전직 직장 동료들이 구성원이다. 미팅에선 언제나 세상 돌아가는 얘기, 건강 얘기들이 흔한 화제로 오른다. 그런데 그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