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분 드론쇼에 혈세 30억 허공으로 사라져
한국 외 4개국 출전에 '세계제전' 제목도 과장
백 시장, "포천이 드론 산업을 선도 도시 도약"
지난 10월 9일부터 12일까지 나흘 동안 포천에서 치러진 한탄강 세계드론대전에 대한 대부분의 언론 평가는 '역대급 실패작'으로 보는 쪽이 압도적이다. 언론은 입을 맞춘 듯 30여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퍼붓고, 포천시에 전담 추진팀까지 구성해 1년여의 준비 기간 동안 노력한 것에 비해 모든 면에서 실망스러운 결과였다고 보도했다.
우선 언론에 보도된 제목만 나열해 보아도 "고생도 즐겁게...'드론축제' 포천시 대응에 뿔났다"(한국일보), "전쟁터 같았다....역대급 최악 축제 비난"(뉴시스), "교통지옥·최악의 축제 오명...총체적 부실 작심 비판"(내외경제TV), "첫날 대혼란...드론은 20분, 교통지옥은 4시간"(인천일보), "우천에 드론쇼 취소...축하공연은 정상 진행"(중앙신문), "포천 한탄강 세계드론제전 '최악의 주차란' SNS에 비난 봇물"(중부일보)등 비난 일색의 기사가 나왔다.
행사 첫날부터 시민들은 교통 대혼잡과 주차난, 안내 부족 등으로 불만이 폭증했다. 거기에 날씨마저 도와주지 않으면서 비까지 내려, 첫날 이후 드론 행사의 모든 스케줄이 취소됐다. 세계드론대전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행사 첫날에 한국과 미국에서 띄운 드론 이외에는 다른 나라의 드론 쇼는 구경조차 못한 셈이었다. '세계드론제전'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어느 시민은 "네 시간이나 걸려 겨우 도착한 현장에 주차할 곳이 없어 그대로 돌아왔다"거나, "줄을 서서 들어가는 현장에 안내원이 없어, 또다시 몇 시간씩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SNS에서도 "다시는 포천에서 하는 행사에는 가지 않겠다"라는 시민들의 이야기가 퍼지면서 이번 한탄강 세계드론제전은 '최악의 축제'로 불렸다.
첫날 한국과 미국이 띄운 드론이 하늘에 떠 있었던 시간은 고작 16분. 시민들은 이후의 드론 쇼 스케줄이 모두 취소되자 실망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4시간 넘게 교통지옥을 뚫고 행사 장소에 입장했는데, 시민 혈세 30여억 원이 일순간에 물거품처럼 한탄강으로 사라지는 순간만 목격한 것이다.
이처럼 각종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은 포천시는 행사 폐막 후 열흘가량이 지났지만, 아직 이렇다 할 공식 입장 표명이 없다. 다만, 행사 폐막 후 일부 매체와 인터뷰한 백영현 포천시장은 "포천시가 대한민국 드론 산업을 선도하는 도시로 도약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확고하게 구축했다"며, "이 행사는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포천을 대표하는 지속 가능한 축제로 계속 발전시키겠다"고 자화자찬식 인터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포천시 한 간부 공무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탄강 드론 쇼, 페북에서 말들이 많다"며 "보고 싶어서 갔으면 고생쯤은 즐겁게 받아들여야"라는 글을 올리며 방문객들의 불만을 비꼬는 듯한 태도를 보여 언론의 입방아에 올랐고, 포천시 내부 공직자들 가운데는 "이 정도면 성공적"이라며 자성 태도를 보이지 않는 등 시민들의 불쾌감을 증폭시켰다.
손세화 포천시의원은 "공무원들은 시민의 불편함을 개선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는 것이 맞는 것인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손 의원은 이어 "인터넷상에서는 포천이 '교통지옥'과 '역대 최악의 축제'로 도배되고 있다. 그런데 일부 공직자들이 '사람이 많이 와 성공'이라는 반응으로는 문제를 개선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포천시가 이처럼 드론에 목을 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번 행사를 주도한 담당 부서에서는 "포천의 미래 먹거리 가운데 가장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분야가 바로 드론 산업"이라고 입을 모으지만, 포천 시민들이 이 의견에 동의할 지는 의문이다. 현재 포천에는 드론에 관련된 중소기업이 한 곳도 없는 실정이고, 드론을 기반으로 하는 거의 모든 산업은 이미 타 도시에서 활성화 중이어서 기존 사업체의 포천 유치에 대한 기대 가능성은 낮다.
포천에서 드론이 회자하기 시작한 것은 전 국회의원인 최춘식 의원 때 윤석열 정부가 드론사령부를 포천에 설립하면서부터다. 드론작전사령부는 포천 시민들의 반대 시위에도 불구하고 2023년 9월 1일 설운동 옛 6공병여단 자리에 창설했다.
백영현 시장과 국민의힘 시도의원들은 처음에는 드론사령부의 포천 창설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는데, 결국 드론사 창설 강행을 주장하는 최 의원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급기야는 백영현 시장은 "포천에 드론사령부 창설은 천금 같은 기회"라는 기고문과 함께 포천시청에 대형 플래카드까지 걸면서 드론사령부 유치에 적극적인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 이후 백 시장은 포천시의 가장 중요한 정책 사업을 말할 때 드론에 관한 이야기를 빼놓지 않았다. 드론 관련 행사에는 거의 빠짐없이 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드론 관련 사업자들을 자주 만나 의견을 들었다. 급기야는 이번 세계드론제전을 열기로 결정하고 1년 전부터 전담 부서까지 만들었다. 시의회의 예산 삭감 등 반대 의견에도 아랑곳없이 이 행사를 밀어부쳤다.
그러나 최종 성적표는 쏟아부은 예산과 노력에 비해 너무 초라했다. 이 정도면 가히 낙제점이다. 언론의 뭇매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시민들의 신뢰에도 상당히 금이 갔다. 시민들 사이에는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가 가랑이가 찢어졌다"거나, "능력도 안되는데 시민의 혈세로 너무 욕심을 부렸다"는 과유불급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다.
백영현 시장은 첫 행사 다음날, 포천시 과장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질책을 했다고 한다. 기차는 이미 떠나갔다. 이제는 더 늦기 전에 시민들에게 세계드론대전 행사를 제대로 진행시키지 못한 책임에 대해 포천시의 최고 책임자로서 사과해야 할 시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