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한 며느리

필자 석인호는 연세대를 졸업하고 1974년 중앙일보 기자로 입사하면서 언론인의 길을 걸었다. TBC 방송기자, 중앙일보 싱가포르 특파원, 중앙일보 사회부 전국부장 등을 거쳤다. 국정홍보처 국정브리핑팀 위원과 언론중재위원을 지냈다. 2014년 '좋은수필'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했다.

지난 5월 어버이날에 부인이 희한한 사실을 발견하면서 사달이 벌어졌다. 그날 아침 아들이 보내온 카카오톡 메시지를 확인하다가 며느리가 대화방에서 빠져나간 것을 발견한 것이다.

 

부인은 이를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직접 며느리에게 물어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부인은 며느리를 다시 대화 방에 초대하고 기지를 발휘해 “아가, 너 전화기 새로 바꾸었니? 네가 대화방에서 나갔다는 메시지가 떴네”라고 문자를 보냈다고 했다. 그러다가 나중에 보니 며느리가 또다시 대화방에서 퇴장해 버렸더란다.

 

 

얼마 전 친구가 찾아와 함께 술을 마셨다. 그는 현재 대학교에서 소통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그는 입담이 좋아 친구들 사이에 인기가 아주 좋다. 그와 함께 있으면 모두가 자연스레 즐거움에 빨려든다. 그런데 이날 그의 표정엔 평소와 달리 뭔가 난처한 일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술잔이 몇 잔 오간 후 그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하나밖에 없는 며느리의 알 수 없는 행동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고 했다. TV 방송국 프로듀서 출신인 그는 특유의 입담과 친화력 때문에 대인관계가 매우 원만하다. 그런 그가 자기 집안일로 속을 썩인다니 얼른 이해가 가지 않았다.

 

대학 시절 사귄 여자 친구와 결혼한 그는 아들 하나만 키워 결혼시켰다. 따로 사는 아들 부부는 맞벌이란다. 그에게는 올해 여섯 살짜리 손자가 있다. 그들 부부는 이 손자가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일하는 며느리를 위해 친구 부인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낮 동안 손자를 돌봐주었다. 친구는 아들 내외가 휴일이나 쉬는 날엔 아기를 데리고 와서 함께 보내 더 좋았다고 했다.

 

그런데 지난봄 어느 날 집안일을 하던 부인이 허리를 다쳐 통원치료를 받게 됐단다. 그래서 부인이 며느리에게 앞으로는 일주일 중 3일만 손자를 봐주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화요일과 목요일엔 병원에 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 말을 들은 며느리는 아무런 말도 없이 돌아갔다고 했다. 그리고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나갔다.

 

친구부 부는 아들 내외와 카카오톡 대화방을 통해 일이 있을 땐 소통해왔다. 따로 살기 때문에 마주할 기회가 적어도 이 대화 방이 있어 지금까지는 소통에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지난 5월 어버이날에 부인이 희한한 사실을 발견하면서 사달이 벌어졌다고 했다. 그날 아침 아들이 보내온 카카오톡 메시지를 확인하다가 며느리가 대화방에서 빠져나간 것을 발견한 것이다.

 

부인은 이를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직접 며느리에게 물어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부인은 며느리를 다시 대화 방에 초대하고 기지를 발휘해 “아가, 너 전화기 새로 바꾸었니? 네가 대화방에서 나갔다는 메시지가 떴네”라고 문자를 보냈다고 했다.

 

그러나 며느리한테서 회신이 오지 않았다. 처음엔 일하느라 바빠서 메시지를 못 보았을 걸로 생각했단다. 그러다가 나중에 보니 며느리가 또다시 대화방에서 퇴장해 버렸더란다. 그 후 화가 단단히 난 부인은 아예 손자를 보아줄 생각을 않고 있단다. 물론 며느리도 찾아오지 않는다고 했다.

 

요즘 소통이란 말이 사회의 각 분야에서 이슈가 되고 있다. 가족끼리는 물론이고 개인, 집단, 계층 사이에도 소통이 원활하면 전혀 문제가 안 생긴다. 그러나 소통은 어디까지나 쌍방이 대화해야만 이루어진다. 한쪽이 거부하면 불가능해진다. 이 며느리가 바로 그런 경우가 아닐까? 남은 술잔을 비우고 일어서며 던진 친구의 말이 가슴을 찌른다.

 

“그래도 내가 소통을 강의하는 교수인데 정작 내 집 문제는 못 풀겠네.”

 

▲요즘 한창인 원추리꽃이 예쁘게 봐달라고 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