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문학산책

강돈희 시인의 '구겨진 희망'외 2편

시인, 사진쟁이, 한국문인협회 포천시지부장 역임, 문학동아리 '시를 읽다' 회원

 

 

구겨진 희망 

 

복권을 사면서
희망을 걸고

 

추첨을 보면서
실망을 한다

 

다음엔 되겠지
혹시나 하는 마음

 

세월도
내 편이 아님을
또 다시 절감하면서

 

그래도
남는 미련 버리지 못해
질긴 목숨 간수하듯
꼬깃꼬깃 희망을 접어

 

남 볼세라 부끄러워
보이지 않게
호주머니 한 구석에 쑤셔 넣는다

 

 

숨바꼭질

 

살아가면서 우리는
수많은 숨바꼭질을 합니다

 

돈을 찾아서 헤매고
명예를 찾아 또 헤매죠

 

그 중에 제일 강한 것은
사랑을 찾는 숨바꼭질이겠죠

 

돈은 눈에 보이지만
사랑은 눈에 보이지도 않습니다

 

보고 싶어 찾아오면 없고
내가 가면 그는 오지요

 

계속되는 엇박자에
나는 그저 한숨만 쉴 뿐입니다

 

그리움은 왜 이리도 아픈 겁니까
사랑은 왜 이리도 목마를까요

 

사랑의 아픔으로 붉게 물든 내 가슴
점점 뜨겁게 익어만 가는데

 

오늘도 계속되는 사랑의 숨바꼭질

 

술래는 여전히 접니다.

 

 

자업자득

 

아침부터살생을 하였다
찜찜한 하루의 시작이었지만
나로선 참을 만큼 참았다

 

한 마리 파리가
나를 시험에 들게 하였고
나는 그 시험에 졌다

 

견딜 수 없었다
나의 단잠을 깨운 죄의 댓가는
가혹한 죽음이었다

 

자업자득
나는 살생을 원하지 않았으나
파리는 나를 시험하였다

 

 

 


강돈희 

시인, 사진쟁이

* 시집 '가을비 지나간 뒤', '빨래 너는 남자' 등 13권

* 한국문인협회 포천시지부장 역임

* 문학동아리 '시를 읽다'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