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문화

향토시인 강돈희, 12번째 시집 '빨래 너는 남자' 발간

"포천문화관광재단의 지원금 받아 시집을 발간 더욱 의미가 큽니다"

 

"또 하나의 구슬을 꿰었습니다. 아직도 갈 길은 멀고 꿰어야 할 구슬은 많이 남아있지만, 이제는 그 길이 조금은 더 가까워졌고, 또 가벼워진 느낌이어서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향토 시인 강돈희가 최근 12번째 시집을 냈다. 시집 제목은 '빨래 너는 남자'다. 여러 번 시집을 내어 이젠 덤덤할 때도 되었을 텐데도, 이번에 새 시집을 다시 엮으면서 그는 유난히 설레는 마음에 며칠째 잠을 설쳤다고 고백한다.

 

이번 시집이 2년 만에 다시 내게 되어서 새삼스럽기까지 하다. 코로나가 극성을 떨던 그 긴 시간 동안 강돈희 시인은 시 쓰는 일을 멈추지 않고 꾸준히 시를 써오면서 시와의 데이트를 즐겼다. 특히, 이번 시집은 포천문화관광재단(대표 이중효)에서 문화예술가들에게 제작비를 지원한 '포도당(포천에 도착한 당신의 예술) 사업'에 응모해 받은 3백만 원의 지원금으로 제작해 더욱 뜻이 깊다.

 

강돈희 시인의 시 경력은 이제 20년을 훌쩍 넘었다. 2001년 포천 예술인 동호회에 참가해 마홀지에 첫 시를 발표한 것이 시인으로서 첫 등단이었고, 시집은 '꿈을 찍는 사진쟁이'(2005년)라는 제목의 책을 처음 냈다. 이번 시집이 열두 번째 시집인 만큼 그는 이제 중견 시인을 넘어섰다.

 

'빨래 너는 남자'는 1부에서 4부까지 단락이 나누어져 있다. 1부 '한편'에는 32편의 시가, 2부 '삶'에는 31편의 창작시가 담겨 있다. 3부 '마음고생' 편에는 20편의 시가, 4부 '가슴앓이' 편에는 41편의 시를 담았다. 모두 124편의 시로 시집을 구성했다.

 

"저는 시인 등단을 따로 한 적이 없습니다. 어느 선생님의 추천을 받은 적도 없습니다. 젊어서부터 시가 좋아서 시를 썼고, 제 시집을 직접 내면서 시인의 길로 들어섰지요. 저는 시집을 낸 것이 바로 등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후 '어떤 그리움'(2006년), '내가 그리는 풍경'(2009년), '기을향기'(2012), '아버지는 역사다'(2015년), '거꾸로 도는 아침'(2016년), '가을비 지나간 뒤'(2017년), '고봉밥'(2018년), '고급 인생'(2019년), '생각 부자'(2020년), '등이 가렵다‘(2021년) 등 매년, 혹은 적어도 2년에 한 번은 시집을 펴냈다. 그 외에도 동인지 및 여러 문인지에 시를 발표하며 잠시도 시와 떨어졌던 적이 없는 작가였다. 그만큼 그는 매사에 부지런한 사람이다.

 

 

강돈희 시의 가장 큰 장점이자 특징은 짧고 쉬우면서 재미가 있다는 점이다. 그의 시는 어려운 시가 없다. 쉽게 읽히면서 읽으면 누구나 금방 이해가 되는 시들이다. 그는 어려운 시를 싫어한다. 그래서 그의 시에는 어려운 표현과 어휘가 없다.

 

내용 또한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모습들을 시로 쓴 것이라 쉽게 다가갈 수 있다. 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는 장점도 지니고 있다. 속살거리는 삶의 이야기들이 강돈희 작가의 시 소재이자 주제이다.

 

 

빨래 너는 남자

 

빨래를 넌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서

방금 빤 따끈한 빨래를 넌다

 

빨래를 너는 기분이 싱그럽다

더럽고 냄새나던 빨랫감

새것으로 탈바꿈시키는 일도 즐겁겠지만

 

깨끗하게 뽀송뽀송해진 새것들을

행거나 빨랫줄에 하나둘씩 너는 하얀 마음은

언제나 갓 시집온 새댁 맘처럼 상큼하고 풋풋하다

 

빨래도 하면서 마음도 같이 빤다

더러워지고 거칠어진 영혼

세탁기에 넣어 함께 잡아 돌려

깨끗하게 새 마음 만든다

 

 

이번에 발간된 강 시인의 시 '빨래 너는 남자'다. 이 시를 읽으면 시인이 빨래하고 따사로운 햇살 아래에서 빨래를 너는 모습이 저절로 연상된다. 빨랫줄에 빨래를 널면서 갓 시집온 새댁의 하얀 마음처럼 상큼하고 풋풋함을 느끼는 시인의 감성. 그는 빨래하면서 자신의 마음도 깨끗하게 변신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저는 포천에서 나고 자란 포천 토박이면서 포천에서만 작품 활동을 해온 향토 작가입니다. 그리고 포천에서 시집을 10집 이상 낸 첫 작가이면서, 지금도 꾸준히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시에 대한 창작 활동과 열의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도 저의 장점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강돈희 시인은 어찌 보면 별거 아니지만, 또 다르게 보면 쉽지 않은 문학적 성취를 스스로 이루고 있는 셈이다. 나이 마흔이 넘어 뒤늦게 눈 뜨기 시작한 문학의 길이 운명처럼 그의 평생 직업이면서 과업이 된 것이다.

 

"저는 시집을 내서 인세를 받아본 적도 없고, 시를 쓰는 시인이라는 것도 아는 사람 별로 없는 무명작가이지만, 그것으로 충분히 만족하며 살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강돈희 시인. 1957년생으로 올해 예순다섯 된 그는 포천초·중·고를 졸업하고 평생을 포천에서 살아온 포천 토박이다. 한국문인협회 포천시지부 지부장을 역임했다. 호는 도니, 소소, 소소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