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다원화, 문화의 다양성에서 생기는 ’다름‘이 ’다툼‘이 되는 사회가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여 ’타인의 다름‘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21세기, 변화의 핵심과 그 대책은?
문명사적 측면에서 본다면 선사 이래 20세기 말부터 현재까지 변화 속도를 어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싶다. 수천 년의 변화보다 최근 몇십 년의 변화가 훨씬 더 크다는 생각이다. 변인의 핵심, 요체는 과연 무엇일까? 학자마다,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디지털, AI 인공지능, 인터넷, 신제국주의적 국가관, 개인주의 및 이기주의 등이라는 생각이다.
세계는 새로운 문명과 자본주의 시스템의 폐단 및 붕괴, 약육강식의 글로벌 외교 질서 등으로 인한 격랑과 태풍에 휘말려 일엽편주처럼 흔들리며 표류하고 있다. 이런 급박한 상황 속에 놓인 우리 민족, 대한민국은 풍전등화나 다름이 없다는 생각이다. 생존하고, 현상 유지하고, 발전하려면 고민과 진통, 노력이 필요하다. 시련 극복의 방안을 모색하고, 새로운 동력(動力 : 어떤 일을 발전시키고 밀고 나가는 힘)을 찾아 육성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동력을 찾아야 한다
대한민국이 지금까지 경제, 정치, 문화 등 여러 면에서 비약적으로 발전한 요인을 찾고자 하는 작업은 활발했다. 우리 민족이 한반도에 나라를 이루고 살아 온 지정학적 조건, 자연과 기후 등 환경 요인, 역사 및 사상적 측면, 농경문화와 같은 경제 문화적 영향,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거점이라는 지리적 측면 등에서 형성된 이른바 민족성, 민족정신을 통해 그 동력과 정신, 덕목, 에너지원을 규명하였다.
학자마다 조금씩은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근면 성실성, 인내(끈기), 신바람(신명), 단결성, 슬기와 지혜, 악바리 정신(악착성, 집요함), 교육열, 정(가족애 등), 적응력(유연성 등) 등을 공통 분모로 손꼽는다. 바로 이러한 요소들을 대한민국의 경제적 풍요로움, 글로벌 위상, 정체성의 밑거름과 원동력으로 파악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요소가 서로 어우러져, 이른바 얼과 정신이 되어 우리 민족의 DNA와 뼛속에 면면히 전해져 내려온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문제는 도입부에서 말한 급박하게 변화하는 세계적 상황 등으로 인하여 새로운 위험이 대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다문화 다인종 국가로 진입하며 빠르게 달라지는 국내 변화, 양극화 문제, 파편화되어가는 사회, 가치관 및 패러다임의 변화, 극단적인 개인주의 및 이기주의로 인한 혼란스러운 상황 등은 고단위의 처방과 대책, 문제 극복을 위한 새로운 동력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생존, 성장, 발전, 도약의 갈림길에 처해 있다. 앞에서 말한 얼과 정신은 오늘을 있게 한 원동력이기에 잘 계승, 변화 발전시켜야 한다. 세계적 현상과 상황에는 잘 대응하고, 여러 우리 내부적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모색하여 새 발전 원동력을 찾아야 한다. 그것을 함께 공유하고 효율적 방법을 통해 함양해야 한다. 필자는 새로운 동력과 덕목 가운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몇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문해력과 리터러시 능력
문해력(文解力) 또는 독해력(讀解力)은 글을 읽고 그 뜻을 이해하는 능력을 뜻한다. 그 능력은 음성적 읽기를 넘어 의미적 읽기까지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문해력은 문장, 문단, 글 전체의 유기적 단위를 다층적으로 나눠서 이해하고, 그것들을 스스로 재구성하는 능력에 초점을 맞춘다. 그것은 장기간의 꾸준한 연습을 통해 체화되는 역량이다. 글을 읽거나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그 내용을 잘 이해하고, 핵심을 파악하고, 문제점을 알아채는 것이 핵심이다.
한편, 문해력은 소통 능력의 기본이다. 현대 및 미래의 언어생활에 있어 한국어를 외국어로 번역하거나 외국어를 우리 언어로 바꾸는 것은 인공지능이 대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어를 구사하거나 인공지능이 외국어를 번역하여 제시하는 문장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문해력이 필요하다. 문해력은 모든 말귀(남이 하는 말의 뜻을 알아듣는 총기)와 글귀(글을 듣고 이해하는 능력)의 핵심이며, 소통 능력과 외국어 능력의 핵심으로 전인적 이해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온갖 미디어 매체, 스마트 미디어를 통하여 쏟아져 나오는 정보 가운데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선별하여 제대로 활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새로 등장한 말이 리터러시(Literacy)라는 외국어이다. 이 말는 일반적으로 문자 해독 능력을 의미했으나, 지금은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이해하고 분석하며 활용하는 능력을 포함하는 의미로 변화되었다.
현대의 디지털 환경에서는 정보를 다루는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와 미디어 콘텐츠를 해석하는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가 중요한 리터러시 개념으로 자리잡았다. 미디어 매체를 잘 다루고, 이해하고, 그가 제공하는 정보를 정선하고,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모두 리터러시 능력이다. 유튜브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미디어, 가짜 뉴스와 가짜 정보가 판치는 상황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능력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외교 등 모든 부문에 있어 개인, 국가의 소통 능력과 미디어가 갖는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이 능력의 중심에 있는 것이 개인, 사회, 국가의 문해력과 리터러시 능력이다.
호모 프롬프트로서의 능력과 인문학의 필요성
그림, 소설, 언어 구사 등 모든 영역에서 창작까지 하는 생성형 인공지능(AI : artificial intelligence)이 등장하였다. 우리는 유저로 그를 이용하고자 경쟁적으로 많은 돈을 지출하고, 피나는 노력을 한다. 일부 지각 있는(?) 사람은 “내가 인공지능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라는 실존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인공지능 시대가 오는데 나는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가?”를 고민한다.
현재는 생성형 AI 사회이다. 전문가들은 2061년 안에 인간 수준의 생성형AI가 등장할 가능성이 50%에 이른다고 전망한다. 필자는 위에서 예로 든 일부 지각 있는 사람들이 제기하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서 ‘호모 프롬프트(Homo Prompt)’라는 신조어를 제시한다.
호모 프롬프트는 인간이 고유하게 가지고 있는 창의성, 인간성을 더욱 높게 함양하여 각종 인공지능과 자유로운 소통을 하고 나아가 인공지능 서비스를 제대로, 적절하게 쓸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인공지능의 혜택은 우리가 현대 및 미래 사회생활 각 영역에서 기존에 사용하던 서비스를 한층 고도화하고 업그레이드하는 것에서 진가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국가, 인간 사이에서는 이것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이러한 시대에 있어 개인, 국가 모두 주도권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사색과 해석력을 겸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자유자재로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그 성취를 극대화하려면 인본주의적 비판 능력이 필요하다. 적극적으로 역발상 해야한다. 극단적 디지털 시대, 생성형 AI가 발전을 주도하는 시대를 아날로그적 시각, 인본적 시각으로 차분히 직시하며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디지털, 생성형 AI와 조용하고 재미있고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해 그를 콘트롤할 수 있는 계책, 지혜를 짜내야 한다.
인간만이 가진 생각과 시각으로, 인공지능이 만들어 내는 결과물에 흥분하고 심취하고 매몰되지 말고, 그것의 경계를 넘어서서 그것을 장악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러한 방안을 만들기 위한 대책 중의 하나가 인문 교육을 강화하여 인간의 인문적 소양을 높이는 것이다. 그래서 인문학의 필요성은 점점 커가고 있다.
다양한 사고, 다원화에 대한 열린 생각과 타인에 대한 배려
현대 사회는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온갖 문제를 해결하려면, 다양한 사고방식이 절대적이다. 그것은 문제 해결 과정에 있어 여러 강점을 제시한다. 다양한 시각으로 창의성을 증진시켜 좋은 해결책을 제공한다. 또한 비판적인 사고를 촉진시키고, 의견이 상충할 때는 다양한 주장으로 검토하고 논쟁함으로써 사고의 깊이를 심화시켜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낸다. 협업의 중요성을 부각하여 좋은 해결책을 만들어내고 조직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도 한다.
다양한 사고는 문제나 사안을 바라보는 관점이나 시각의 차이에서 비롯되기도 하지만, 사고와 생각을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에 따라서 만들어진다. 예를 들면 유연하고 민첩하게 사고하느냐, 연역적 또는 귀납적으로 사고를 하느냐 종합적으로 사고하느냐 등이 예이다.
한편, 사물을 형성하는 근원을 여러 측면에서 찾고자 하는 것을 다원화라고 한다. 다원화라는 관점에서 정책을 수립, 추진하려면 더 많은 정보와 지식, 자원, 그리고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21세기 들어 우리 사회는 전통적인 계급 간의 갈등과 함께 계층, 지역, 성별, 세대, 이념뿐 아니라 인종, 종교 등에 의해서 더욱 분화되어 갈등과 대립은 깊어지고 커지는 소위 초 다원 사회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구성원끼리의 관계는 이기주의 및 개인주의적 경향이 심화하여 민주적 협의, 합의를 통한 접점을 찾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사회의 다원화, 문화의 다양성에서 생기는 ’다름‘이 ’다툼‘이 되는 사회가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여 ’타인의 다름‘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서재원 교수
● 창수초등학교, 포천중, 포천일고, 서울대 졸업
● 한국방송 KBS 편성국장, 편성센터장(편성책임자)
● 차의과학대학교 교양교육원장, 부총장
● 포천중·일고 총동문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