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만난 님이시여 가을이 오면 설렘으로 시작한다 달콤한 사랑에 빠지기라도 하려나 한동안 잊고 있던 그 옛날 그분이 오려나 아침이슬 먹고 영롱한 숨을 쉬며 콩닥콩닥 가슴 두드리는 들국화 여인의 허리춤을 휘감아 주려고 하는가 억새풀 넘실넘실 은빛 파도를 가르고 산자락 바위에 올라앉아 긴 한숨 내 쉴 때면 억새풀 꺾어 집시치마 엮어 입히고 노오란 소국 한 송이 머리 위에 꽂아 주던 분이시여 광명으로 가슴에 새겨준 흔적 없는 이름 앞에 청계수 계곡물 졸졸 흐르는 곳에 하얀 옷고름에 님의 이름 새겨서 흘려보내면 내 옷고름 건져서 님의 대님 삼아 찾아오실 거라고 그리 믿소이다 길을 가다 믿음이 자리 잡고 있었기에 나를 맡겼다 바람과 구름이 있었기에 나는 그곳으로 따라갔다 흐르는 물이 있었기에 새롭게 자리 잡았다 눈보라 거센 바람 몰아쳐도 설상에 매화 본 듯 그 길을 가리다 녹 슬은 페달 보이지 않는 끝을 보이는 듯 초고속으로 페달을 밟고 달려간다 정거장 없는 활주로를 질주하며 날개 달은 구름에 어느 순간 몽롱함을 느끼며 꿈속으로 빠진다 바람에 할퀴고 너덜해진 천사의 날개가 드높은 솟대위에 걸쳐진 채로 바람에 춤을 춘다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힘들었을까 녹슨 페달은
오월의 장미 월담을 한 활짝 핀 얼굴에서 미소가 가득 퍼집니다. 피어난 검붉은 잎술에서는 향기가 코끝을 자극하는 오월의 아침입니다. 한 번에 품에 안기는 조금은 설레게 하는 당신 당신은 오월의 신부입니다. 소녀의 사랑 안갯속 희미한 곳을 나는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잠시 얼굴 내민 외딴섬 그곳은 내 고향이자 내가 사랑하는 배롱나무 한그루가 푸른 언덕 끝자리에 자리한다. 가끔은 그림을 그리고 친구와 소꿉놀이도 했던 장소 빠알간 꽃잎을 터트릴 즈음은 내 가슴은 콩닥였다. 바람이 스산이 불어대면 백일동안 꽃을 피워내던 바닥엔 분홍 양탄자가 깔린다. 잠시 들여다본 외딴섬도 지나는 통통배의 기적소리에 바람 따라 사라진다. 아직 나는 거기에 있는데. 봄은 봄은 수줍게 내미는 꽃잎처럼 당신의 미소를 닮았네요. 파르르 봄바람에 떨리는 꽃잎은 그대의 연분홍 입술 같아요. 산자락 바위틈에서 햇빛 사랑을 한껏 받고 있는 꽃속에 나는 빠져버렸네요. 그 꽃술이 아마도 당신 마음 같아서 그 마음 행여나 비구름에 다칠까봐 나는 우산 되려나 봅니다. 늘 그대생각-2 흐르는 물소리는 그대의 몸짓인걸! 스치는 바람은 그대의 손길이고 지저귀는 새 소리는 그대의 속삭임으로 나를 품는다. 물과
모든 생명은 신비하고 오묘한 느낌이 든다. 내 가족은 더 그런 것 같다. 우리 집 반려묘 유지가 새끼를 낳는 날이 돌아왔다. 병원에서 낳는 날이 지났는데 소식이 없어 걱정되어, 어제 딸에게 다시 병원 가야 하나 이야기를 했는데 드디어 소식이 왔다. 야옹야옹 울면서 아파 끙끙거린다. 말 못 하는 너의 표정 속에 큰 눈이 오늘따라 더욱 커 보인다. 이런 날은 어떻게 도와주어야 하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뭘까? 네가 좋아하는 등만 두드려 주면서 '잘한다'고 '잘한다'고 하면 될까. 고양이 새끼 낳는 것은 처음 겪는 일이기에 어색하고 겁난다. 그 오랜 진통 후 드디어 조그마한 새끼 한 마리가 뚝 떨어진다. 초산이고 온몸 반을 피가 차지하니 덜컥 겁이 났다. 세상의 오는 모든 새끼는 위대하고 그 과정은 신비하다. 어미의 산고와 함께 새끼의 어마어마한 세상과의 만남에 세상을 먼저 산 사람들은 생명의 탄생에 무한한 축복과 위로를 동시에 보낸다. 벌써 몇십 년이 흘렀다. 젊은 날 첫딸을 낳고 난 뒤 그 아이가 이 세상에서 나처럼 힘들게 살아가게 될까 봐 미안하고 절망스러워 펑펑 울기도 했다. 그런 감정은 그때나 지금이나 인생을 힘겹게 살아가는 아이들을 볼 때마
보름밤 사는 건 늘 그래 조금 올라갔나 싶으면 다시 곱절로 내려가는 생 나만 그러하겠나 어디 가속 붙는 내리막길은 누구나 반기지 않아도 맞닥뜨리게 되어있지 사돈댁 바깥양반이 출가한 딸에게 예전 물려준 빚 돌고 돌아 내 발목 잡았어도 그만이네 며느리는 애당초 죄가 없던 것이다 신용이 불량이라고 남들이 애써 전해도 네 신용은 우리가 보증하면 그뿐 신용 찾아 살만해진 게 언제 적 얘기라고 그새 짐 다시 지게 되어 딱했는지 보름달 기운 빌어 품 넉넉하게 채우라 친구가 덕담을 건네주더라 순전하게 어제 아침처럼 웃다 보면 세상 굉음 견딜 수도 있지 않겠나 만취한 달 쉼 없이 굴러간다. 풀각시 어제 정답게 나누던 말이 오늘 비수가 되어 찔렀어도 그냥 그녀의 단 몇 마디에 한 줌 머릿속 첩첩 쟁여온 배움을 전부 비웠대도 다만 그냥 너를 사랑했고 나를 사랑했으나 지금 네 사랑과 내 사랑은 무용지물 서로를 잃는 것은 춥고 떨리고 배고픈 일이지만 태양이 머리 위를 지나도 그만 비 내려도 이제는 그만이다 안개처럼 지우고 하얗게 덮고 나는 나로 너는 너로 살면 그뿐 꽃잎 밟고 서성이는 야속한 발자국에 봉숭아꽃잎처럼 으스러진 풀각시 빈 들에서 홀로 바람 따라 울다가 웃다가 시든 하루
빈 둥지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팔월의 아침 풍경이다. 한눈에 밭작물을 다 알아볼 만큼 작은 밭이다. 뜨거운 기온을 피해 아침 작업을 하려고 농부는 분주하게 서두른다. 황새처럼 하늘로 뻗친 궁둥이만 보이니 남자 뒤태가 우습다. 좀 떨어진 곳에는 작물에 가려진 왜소한 몸으로 두 손은 연신 바쁜 시누님이다. 아, 오늘도 노구를 이끌고 큰 시누님이 밭에 나와 계시구나, 가슴이 아릿해진다. 동네 입구에 출근길 차들이 오가는 큰 도로가 옆, 흙먼지 날리는 작은 밭에서 연신 무언가를 골라 따내고 있다. 한낮 더위를 피해 이른 아침 시간에 일일이 하나하나 따야 하는 까닭은 조금만 시기를 놓치면 봉선화 씨방처럼 단단한 씨앗이 사방으로 튀는 녹두가 분명하다. 까맣게 옷을 갈아입으면 잘 여문 것이니 농부의 손길을 얌전하게 기다리고 있다. 딱히 녹두밭인가 하면 또 심어 있는 작물이 여럿이다. 유난히 뜨거웠던 여름, 폭염을 견디지 못해 불쏘시개 해도 좋을 만큼 바싹 말라 추레한 옷을 입은 옥수수 대도 서 있다. 들쭉날쭉 도토리 키 재기를 하듯 불긋하고 꺼뭇한 키 작은 수수가 사춘기 얼굴로 서 있고, 과일도 아닌 것이 과일 상점에 버젓이 자리를 차지하는 볼 빨간 토마토가 실로폰을 치
아시아의 그랜드 캐니언을 만나다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10대 협곡중 의 하나로 불리는 태항산 대협곡에 3박 4일 일정으로 다녀왔다. 일명 종합병원이라 불리는 나는 중국의 그랜드 캐니언이라 불리는 태항산을 포기할 수 없었다. 일행에게 짐이 될 수 없어 제일 먼저 챙긴 것이 약 보따리였다. 첫날은 28명의 일행과 만남의 반가운 인사와 함께 중국 지난 공항에 도착해 현지 가이드와 만나 4시간에 걸쳐서 임주에 있는 호텔에 도착하는 것으로 특별한 일정은 없었다. 둘째 날, 중국 임주 태항산 대협곡의 시작이었다. 사실 중국 태항산은 산은 아니고 산맥인데, 부르기 쉽게 태항산이라고 줄인 것이라고 한다. 남북으로 600km, 동서로 250km 달하는 광대한 협곡으로 중국의 그랜드 캐니언이라 불리는 만큼 자연풍광의 웅장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다만 한 가지 3년째 가뭄으로 인해 장관을 이룬다는 폭포수가 약하다는 것이 좀 아쉬웠다. 이날 일정은 1200계단을 오르고 또다시 3000계단을 내려오는 코스로, 아,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태항산 입구 주차장 버스에서 내리는 우리를 향해 우르르 몰려들은 노인들 손에 모두 지팡이 몇 개씩 들고 있었다. 이번 중국 여행길에 처음
꽃 비 하늘 가득히 쌓여있는 밤안개속에 그려지는 님의 얼굴 달빛이여 님을 찾아 주소서 안개속으로 떠난 님이시여 사랑한다는 이 마음을 받아 주소서 어차피 헤어져야 하는 약속처럼 떠나 가기에 사랑은 그런건가요 그런줄 알면서도 사랑한 나는 바보인가요 마주 보며 걷던 길을 가면서 늘어선 잎새에 당신얼굴 그리며 호숫가의 꽃들에게 물었지 지금도 내가슴에는 꽃비가 내리네 구름가고 달이가고 비내리는 강언덕에서 솔바람과 동행하며 당신이 가는 길이 어디냐고 조용히 물어보네 내맘속에서 떠나지 않는 그대의 향기 그리운 봄향기 꽃들이 화사하게 피어나는 봄이면 육이오 전장에서 전사하신 아버지 한평생 기다리다 하늘가신 어머니 그리움이 가슴에 향기로 피어나네 이아들이 언젠가 하늘 길 다가서면 그리웠다 안아 주실까 업어주실까 보고픈 그리움을 가슴에 담아놓고 서러운 세월 속에 눈물로 살아온 길 아침안개 밤새 달님의 얼굴을 가렸던 커튼을 열고 앞산이 입었던 회색 옷을 벗으며 가슴을 내밀고 햇님이 그려준 산그림자가 내려 앉는다 태양은 멀리 빛으로 산과 들을 품으며 생명들에게 온기를 전하고 바다에서는 물결에 스며 반짝이네 노동자에게는땀을 위하여 배달부는 짐을 들고 나서는 아침은 희망의 순간 이원
껌을 나눠주던 여인 김순진 작 필자가 발행하고 있는 <스토리문학>의 주간인 지성찬 시인과 지하철을 타고 제주 출신인 현기영 작가를 취재하러 분당으로 가는 길이다. 지 선생은 일산에 사시고 필자는 은평구에 살기에 중간 지점인 녹번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서둘러 약속 장소에 가니 지 선생은 벌써 오셔서 신문 가판대 앞에 서서 신문을 읽고 있다. 이윽고 수서행 3호선 전철이 온다. 지 선생은 경로석에 앉고 필자는 서 있으려니 지 선생께서는 “여기 앉아요. 어른이 오면 그때 비켜주면 되지”라시며 내 팔을 이끄신다. 가야 할 거리가 제법 멀기에 못 이긴 척 앉았다. 세 자리 중 한 자리가 비었는데, 50세쯤 된 한 여인이 앉을까 말까 망설이다 엉덩이를 들이민다. 덩치 큰 여인의 공격에 나는 움찔하며 어깨를 오므린다. 시집을 꺼내 읽으려고 가방을 뒤척이니 그 여인과 살이 맞닿아 야릇한 기분이 든다. 그 여인도 핸드백을 뒤척이더니 뜯지 않은 껌을 한 통 꺼내 든다. 그러더니 일어서서 마주 보이는 건너편 자리로 가 “껌 하나 드릴까요?”라면서 세 사람에게 껌 한 개씩을 건넨다. 건너편 사람들은 받을까 말까 망설이는 눈치로 껌을 받아 든다. 그리고 바로 뜯어 입에
‘라이따이한’은 전쟁의 쓰나미가 쓸고 간 오늘도 적국의 아이라는 이름의 꼬리표를 달고 무거운 짐을 지고 위험한 길을 걷고 있다. 이들에게 가해진 견딜 수 없는 억압과 차별의 고통에 하늘도 보슬비로 답한다. ‘라이따이한’은 지금도 온몸으로 저항하며 거친 바다를 헤매고 있다. 이들은 과연 무슨 죄를 지은 범죄자인가. 적국의 아이 인류의 역사는 전쟁에 의한 인간을 학살해 온 역사라고도 표현한다. 이웃한 타민족 간에 이웃 나라와의 영토, 종교 문제 등으로 침략과 점령을 반복해 왔다. 전쟁은 우리 인류에게 많은 고통과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 주었다. 버트런드 러셀은 “전쟁은 승리가 아니라 둘 다 죽는 것이다”라고 했다. 전쟁은 승자도 패자도 없는 우리 인간 중 자신들의 욕망만을 추구하는 위정자들이 만들어낸 사악한 욕심의 산물로 그 피해는 힘없는 국민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베트남은 우리에겐 그리 낯설지 않은 나라로 우리나라 경우와 같이 이웃나라로부터 수많은 외침 속에서도 백성들은 몸이 부서지도록 저항해 왔다. 그들은 나라 잃은 설움도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도 함께했다. 동족 간에 남북으로 나누어 총부리를 겨누며 생사를 넘나들곤 했다. 지금도 고엽제 등 전쟁의
풀무 1. 갈탄 위에 불쏘시개를 놓았다 생명을 잉태하고 뜸을 들이던 어둠속의 터널을 빠져나와 숨을 얻으면서 세상의 타임라인을 따라 펼쳐진 공기와 시간 속을 유영한다 2. 갈탄에 불이 붙기 시작한다 하얀 캔버스를 사각의 틀에 얹고 네 모서리를 정렬하여 아직 때 묻지 않은 시간의 순결한 뼈다귀들로 만들어진 이젤위에 올려 놓는다 3. 서서히 달아오른다 생명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아무것도 기약하지 않는 텅 빈 캔버스의 밑그림일 뿐인 것을 4. 활화산처럼 활활 타오른다 너를 향하여, 네가 소유한 시간의 나이테를 향하여 돌진하는 불나방 같은 영혼이 핏빛으로 물들고 스러져간 잿더미 위로 유영하는 시간 여행자 5. 그곳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잿더미마저 바람에 날려버리고… 도시의 25시 문을 나서면 검은 도시 계곡과 황량한 아스팔트 벌판 위로 거리를 스캔하듯 펄럭이는 현수막 갈기가 파도처럼 밀려와서 졸고 있는 가로등을 두드려 깨우고 별 빛도 비켜가는 좁은 골목 안에서 들고양이와 유기견의 앙칼진 비명이 하수구를 돌아 시큼한 냄새를 풍기며 기울어 가는 여인숙의 담벼락에 기대어 서서 노상방뇨중인 거렁뱅이의 발가락을 물어 젖히니 피 흘리는 도시는 썩어 문드러져 새벽의 대지
꽃잎에 든 향기를 따라 눈만 뜨면 병원으로 가야 할 것 같은 무의식과의 실랑이는 엄마의 부재를 실감케 한다. 어느 날, 어머니는 육 남매의 김장을 해줄 밭 한가운데서 속 가득 찬 배추포기 위로 짚단 넘어지듯 쓰러지셨다. 그런 와중에서도 정신 줄을 붙들고 집까지 기고 걷고 오셔서 응급실로 달려갔다. “뇌졸중입니다”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 결과는 서러운 이름이었다. 붉은 낙엽이 지는 날부터 눈이 내린 저녁에도 벚꽃이 흩날리어 바람에 눈처럼 내리는 햇살 좋은 봄날까지 어머니는 하얀 병실에서 세 살짜리 걸음마 연습을 했다. 뼈대 있는 집안에 신랑감이 성실하고 똑똑하다는 매파 말에 시집이라고 와보니 큰집 아래채 두 칸 방이 우리가 살아야 할 신혼집이었다. 목수 기술이 있는 시아버지는 일본에 끌려가 병만 얻어 아랫목을 차지하고 있었고, 시어머니는 일자무식이었다. 신랑은 여순 반란 사건 때 이념이 다른 육촌형님을 숨겨줬다고 전기고문을 당한 후유증에 병약했다. 문중 논 두어 마지기 지어 5대 시제 상 차린 값으로 쌀 구경할 수 있었고, 품앗이에 길쌈에 밤잠 줄여가며 고단한 시집살이 줄줄이 딸만 셋 낳아 금줄까지 걷어 재낀 남편이다. 넷째 땐 삼복더위 산고에도 혼자 낳아 돌
'팬덤(fandom)에서 배우다' 나라는 잘살게 되었는데 개인의 삶은 그다지 나아 보이지 않는다. 날로 심화하는 빈부 격차를 실감하고 청년층 취업난과 더불어 불안정한 현실 탓에 삼포 세대니 오포 세대니 하며 삶의 재미가 덜한 게 현실이다. 삶을 재미로만 사는 것은 아니지만 재미없는 삶만큼 힘든 삶도 없지 않을까. 그래서일까. 네덜란드의 역사학자이자 문화학자인 요한 호이징가는 인간을 놀이하는 인간으로 규정하며 호모 루덴스라 불렀다. 인간의 이런 욕망은 사회, 정치, 예술, 스포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되었다. 서로 좋아하는 관심사를 함께하는 많은 사람은 팬덤으로 발전했고 현재 대중문화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팬덤은 어느덧 시대의 새로운 풍속도가 되었고 많은 사람이 즐기고 있다. 무언가에 혼신으로 몰입하면 자신도 모르게 모든 것을 잊는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밥 먹는 것도 잊고, 누군가 부르는 것도 잊은 채 일하게 된다. 그런 순간에는 슬픔도 고통도 아픔도 잊고 오직 그 일에만 몰두한다. 좋아한다는 것은 오로지 한 곳만 보는 몰입이다. 한 곳에 마음을 쏟고 어떠한 실익도 따지지 않는 순수한 마음이다. 얼마 전, 방탄소년단(BTS)
'조국에의 향수 속에서' 그 후 내가 철학자이신 연세대학교 김형석 교수님을 처음 만나게 된 것은 교수님의 저서 '조국에의 향수 속에서'라는 에세이를 읽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당시 새파란 청춘이었던 나는 그저 교수님이 처음 미국 유학을 떠나면서 겪은 생소한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워서 별 어려움 없이 책장을 넘겼는데, 하와이에 도착해서 배가 고파 음식을 시키려고 음식점에 들어가셨단다. 메뉴판을 봐도 아는 것이 없어서 그냥 파인애플 망고 레이를 시켰더니 밥이 아니고 온통 과일만 나왔더라는 이야기였다. 그 당시 가난한 대한민국에서는 파인애플이나 망고는 구경조차 할 수 없었던 시기니까 당연한 이야기였다. 벌써 50년도 넘은 아득한 시절의 이야기가 되었지만, 교수직에서 물러나신 노철학자님은 아직도 103세라는 연세에도 글을 쓰시고, 가끔 후세들에게 본받을 만한 말씀을 해주시니 얼마나 존경스러운지 모른다. 1920년에 태어나셔서, 일제강점기와 해방공간을 지나 신생 대한민국이 70년 동안 성장하는 모습을 고스란히 겪어오신 산 역사의 증인이시자 새로운 시대의 정신적 지주이셨던 김형석 철학자님! 17세에 도산 안창호 선생의 강연을 직접 들었고, 광복 후 학교 선배인
고토(古土) 작게 매우 가늘게 젖은 꽃잎 스물 그 중 하나 또 하나 떨어져 가늘고 긴 줄기에 위태롭게 올라 앉아 바람에 휘둘리다 운악산 바라보는 분홍빛 구절초 여린 시선 별처럼 하얗게 모여 소곤소곤 젖어 생을 짓는 방울 꽃 비처럼 깊게 자라는 게 보이지 않았는데 비처럼 깊게 나무처럼 굵게 자랐습니다 고양이 겨울을 창문 너머로 즐길 때 헤아비 흙은 밤에도 빛을 발하고 농부는 고단에 고단을 더해 흙을 뒤집는다 발걸음으로 땅에 선을 만들고 씨앗을 넣어 숨은그림 만들기를 준비한다 달도 없는 밤 화가의 붓칠처럼 섬세하게 내일에 내일을 그려낸다 비바람 천둥 농부의 뜻을 헤아려 쨍한 햇볕 시간으로 대지에 채색을 시작한다 초록초록 똑같이 생겼다고 하지만 각자 다른 사투의 시간 이슬을 기다린다 생의 끝에서 말없이 잎을 틔우며 햇살에 햇살을 살아 낸다 송동현 본명 송계원 1975년 포천 출생 2001년 시집 『꿈을 펼쳐!』로 작품활동 시작 포천문인협회 전 사무국장 맥놀이창작동인회 부회장 사랑방시낭송회 회원 도담도담한옥도서관 시창작교실 강사 도서출판 담장너머 대표 시집 『꿈을 펼쳐!』, 『사랑水』 jinu514@hanmail.net
건강 새벽 4시만 되면 알람 시계처럼 잠에서 깬다. 무릎이 아프고 혈액순환이 안 되니 저절로 눈이 떠진다. 비가 오려나 보다. 내 나이가 몇 살인데 이렇게 오른쪽이 콕콕 쑤시고 아플까? 벌써 할머니가 되었나 보다. 예전에 어머니께서 비가 내리면 온몸이 쑤신다고 하셨는데 지금 내 심정이 그러하다. 조금이라도 일찍 운동했다면, 스트레스도 받지 않고 일을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리고, 부탁한다고 다 들어주지 말고 못 한다고 했으면 좋았을 텐데 지나고 후회하는 인간의 습성은 과연 무슨 심보인지 모르겠다. 그러면 거절도 할 수 있는 내가 되었을 때. 승낙하고 전전긍긍 앓지 말고 가감 없이 안 된다고 이야기했으면 나의 건강에 이런 불상사는 없었을 때 말이다. 이제부터는 상대방의 기분을 배려하여 거절하는 방법을 배워야겠다. 건강을 잃으면 다 소용이 없다. 지금 나를 되돌아보니 무리한 과로와 스트레스를 받으니, 몸을 망치게 된다. 지금 내 상태에서 운동에 집중하여 백 세 인생 자녀 고생시키지 말고 살아야 한다. 요즘은 삶의 나이가 의료의 발달로 늘어나 건강한 몸으로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 내가 갖고 있는 욕심도 조금 버리고 놀아야겠다. 근데 그게 가능할까? 삶은 어떻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