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하나의 소녀상 두 번의 '기림의 날' 행사, 왜?

’연대‘는 '포천시' 행정에 깊은 '불신'을, 포천시는 연대에 대한 이해 부족·함께 진행하려는 의지 없었다

 

8월 14일은 국가에서 정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다. 포천에서도 포천시의 주최로 청성역사공원 앞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기림의 날 행사가 열렸다. 그런데, 정작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한 ‘포천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의 후신인 ’포천시민사회연대(이하 연대)‘는 이틀 전인 8월 12일 같은 장소에서 '2023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 추모문화제'라는 이름으로 행사를 따로 열고 행사 도중 포천시를 향한 강력한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서와 행사 순서를 분석하고 취재를 통해 얻은 정보를 가지고 포천에서 두 번의 '기림의 날' 행사가 열린 이유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기자가 파악한 첫번째 이유는 ’연대‘는 '포천시'의 행정에 오래되고 깊은 '불신'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연대의 성명서 제일 앞에는 '기림의 날'의 유래와 '포천 소녀의 상' 건립 추진에 관한 내용이 요약되어 있다.  그 다음 문장에서 그 '불신'의 이유가 나온다.

 

"매년 8월14일이 ‘기림의 날’로 2017년 12월 법률로, 국가기념일이 되었어도 포천시에서는 이를 기념하지도 않았고 ‘포천 평화의소녀상 건립추진위’에서 시민의 중지를 모아 제작한 ‘평화의 소녀상’마저 공공장소로의 이전 없이 1년 여를 방치하였다"고 하였다.

 

2018년부터 '기림의날' 기념식을 시행해야 했으나, 포천시는 시행하지 않았다는 것과 시민들이 만든 소녀상도 갈 곳이 없도록 만들었다는 두 가지 이유 때문에 포천시의 '기림의날' 행사 추진에 대한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기자가 파악한 두번째 이유는 '포천시'의 대응이 '연대'의 정체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연대 측이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연대는 성명서 1번 조항에서 "우리 ‘포천시민사회연대’는 ‘기림의 날’ 행사를 포천시로부터, 청성역사공원 내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기념일 당일인 8월14일 10시에 개최하며, 포천시민사회연대는 전년도 기념식 참석단체라 연락을 했을 뿐, 당일 시장의 기념사 외에는 다른 발언은 일체할 수 없으며, 별도로 진행하려면 포천시 행사시간을 피해서 하라는, 문서도 아닌 전화로 일방적인 통보를 받은 바, 국가지정기념일로 제정된 ‘기림의 날’이, 시민의 참여와 이야기가 배제된 상태에서, 시장이 주도하는 요식 행위 성격의 기념행사로 치러지는 것에, 우리 ‘포천시민사회연대’는 함께 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혀두는 바이다"라고 했다.

 

이 부분에 대해 담당 팀장은 "지난해 행사를 담당했던 팀장이 휴직을 해서, 행사를 기획해야하는 입장에서 지난해 행사를 서류로 확인했다. 당시는 ‘포천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가 참석해서 '추진 경과 보고'를 하는 순서가 있었다. 이후 그 단체가 이름을 바꿔 '포천시민사회연대'로 바뀌었고, 이미 소녀상이 완성이 된 후에는  '추진 경과 보고'가 의미가 없는 순서라고 생각해서 빼기로 결정했다. 인사말 등이 많은 것보다 좀 더 추모하는 분위기로 진행하자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연대 측의 대표자 중 한 사람과 통화 내용에 대해 "행사 결제를 올려야하니 연대 측에서 참석할 수 있느냐고 물으니,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이냐고 되물어 참석만 해 주시면 된다고 답했다. 그러자 연대 측에서 집행부와 의논해서 참석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첫 통화가 끝났다고 말했다. "이후 확인 차 한번 더 통화를 하였으나,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답을 들었다. 이후 연대 측이 따로 행사를 한다는 사실은 연대 측이 부착한 현수막을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포천시가 의미없다고 생각해서 뺏다고 하는 '소녀의 상 건립 추진 보고'라는 순서가 사실은 ‘포천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에서 이름을 바꾼 ' 포천시민사회연대'의 정체성이라는 것을 간과한 실수라고 기자는 판단한다.

 

두 행사의 식순을 비교해보면 추모공연, 묵념, 추모의 말, 추모시 또는 편지 등은 두 행사가 동일하다. 그러나 포천시의 행사에는 '헌화'의 순서가 있는 것이 차이점이었고, 연대의 행사에는 '평화의 소녀상 건립 경과 안내'가 있다는 것이 다른 점이었다.

 

이러한 점으로 비추어 연대 측은 포천시가 연대의 정체성을 훼손하여 행사를 진행하려 한다고 충분히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기자가 생각할 때, 연대 측에는 행사에 역할을 요구하는 적극성이 아쉬웠으며, 포천시도 연대에 대한 이해 부족과 시민 단체와 함께 행사를 진행하려는 의지 없음이 이런 두 개의 기림식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소통의 부재'인 것이다.

 

민선 8기 백영현 시장의 슬로건은 '소통과 신뢰의 시민중심 포천'이다. 하지만, 기림의 날 행사 진행에 있어서는 '소통의 부재와 시민이 아닌 포천시 행정이 중심인 포천시'가 된 것 같은 인상을 지울 수 없다.

 

[ 포천좋은신문 문석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