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석완 칼럼]

과장님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행감장은 시의원이 행감자료를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자료를 토대로 집행부가 잘못한 것을 질타하여 바로 잡거나, 제대로 잘 한 일은 칭찬을 해야하는 자리이다.

 

기자는 지난 2019년 가을 쯤에 경기신문 포천 담당부장으로 발령을 받아 포천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그 때는 포천시의회가 제5대 시의회 2년 차였던 시기이다. 의장 조용춘, 부의장 강준모, 운영위원장 연제창, 손세화, 박혜옥 등 5명이 현 더불어민주당이 된 당 소속이었고, 송상국, 임종훈 등 2명이 현 국민의힘이 된 정당 소속이었다.

 

지금은 포천시의회의 모든 본회의와 소위원회 활동이 유튜브로 생중계되지만, 그 때는 직접 취재하지 않으면 의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알지 못하던 시기였다.

 

기자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포천시의회가 개회되면 본회의, 소위원회, 현장 탐방 등을 가리지 않고 시간이 허락되는 한 다 따라다니며 취재하여 기사를 만들었다. 

 

제5대 포천시의회는 7명의 시의원이 모두 초선이라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기자의 입장에서 보면 역동적이고 기사거리가 넘쳐나는 시의회였다고 평가해 볼 수 있겠다.

 

당시 행정사무감사, 조례등특별위원회, 예산결산위원회 등을 하면서 시의원들의 입에서 "과장님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라는 발언이 시작되면 바짝 긴장하면서 메모하고 녹음기를 켰다.

 

"과장님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라는 말의 다음 순서로는 질의와 답변이 몇 차례 오고가고 결과적으로는 담당 과장 또는 국장의 "시정하겠습니다" 또는 "사후 조치를 서면으로 보고하겠습니다"라는 답변들이 나오곤 했다.

 

즉 기자에게는 "과장님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라는 발언은 '지금부터 공격이 시작되니 공무원은 정신 바짝 차리고 제대로 답변해야 할 것이다. 기자도 잘 듣고 제대로 기사를 작성해야 할 것이다'라는 뜻의 선전포고로 들렸던 것이다.

 

시간이 흘러 2022년 7월 제6대 포천시의회가 개원하고 2번의 행정사무감사가 있었다. 그리고 어김없이 의원들의 입에서 "과장님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라는 발언이 나왔고, 기자는 하던대로 긴장하며 듣고 메모를 준비했으나, 그 끝은 허무하였다. 담당 공무원의 입에서 마지막 말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질문했던 의원의 입에서 "잘 알겠습니다"라는 마지막 말이 나왔다.

 

기자의 입장에서는 김이 팍 새고 허탈한 기분이 드는 순간이다. 행정사무감사를 하던 현장에서 읽던 자료에 그 의원에게 궁금한 것이 생겼고, 진짜로 궁금해서 질문을 했던 것이다. 말하자면 "과장님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가 먼저 예로 들었던 '선전포고'의 뜻이 아니라 정말로 몰라서 물었던 것이다.

 

이 대목에서 기자는 화가 났다. 행감 자료는 공무원들이 만들어서 행감이 시작되기 전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시의원들에게 배포한다. 그러면 시의원은 미리 자료를 공부해서 궁금한 것은 행감장에 들어오기 전에 담당 공무원에게 전화를 하든, 부르든 해서 모두 다 해소해서 와야 하는 것이다. 

 

행감장은 시의원이 행감자료를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 자료를 토대로 집행부가 잘못한 것을 질타하여 바로 잡거나, 제대로 잘 한 일은 칭찬을 해야하는 자리이다. 

 

비유하자면 학생이 시험장에서 시험 감독관에게 답이 뭐냐고 묻는 것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부디 제6대 포천시의원들은 다음 의회 회기에는 준비된 자료를 충분히 숙지해서, "과장님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라는 질문이 궁금증 해소가 아니라, 제대로 된 선전포고가 되기를 바란다.

 

[ 포천좋은신문 문석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