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說]신읍동에서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들 2

본지 발행인 겸 편집인

 

 

포천시노인회에서 '수천만원대 찬조금 유용 및 횡령의혹 사건'이 발생했다. 노인회에서 20여 년을 근무하던 사무국장이란 사람이 그동안 300여 노인정에서 보내온 찬조금을 마치 제 주머니 돈처럼 빼내서 사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를 수상히 여긴 각 지역 읍면동 분회장들이 사무국장에게 그동안 들어오고 나간 찬조금 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나섰고, 공개할 수 없다고 버티던 사무국장이 결국 사퇴하면서 사건은 일단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일이 터지고 난 이후 알려진 사실이지만, 포천에는 300여 노인정이 있고, 각 노인정마다 1년에 24만원이라는 돈을 포천시노인회에 회비 형태로 입금해왔다. 한 노인정에 스무 명 정도의 어른신들이 있다면, 한 사람이 1년에 1만원 정도를 회비로 냈던 셈이다. 이 돈의 액수는 대략 계산해 봐도 1년에 6~7천만원이나 된다. 이렇게 노인들이 한 푼 두 푼 모은 쌈지돈은 오로지 노인들을 위해 쓰여져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사무국장이라는 한 개인이 아무런 제재 없이 이 돈을 마음대로 유용해 왔다는 사실이 놀랍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다.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물도 오래 두면 썩는다. 환부는 말끔히 도려내야 다시 도지지 않는다. 노인회 각 분회장들은 찬조금의 입출금 내역조차 제대로 없는 장부를 보고 결단을 내렸다. 사무국장이 근무했던 20여 년은 그만두더라도 최근 3년 동안 쓴 돈이라도 물어내고 자진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맨 처음 사무국장은 자신의 범행을 부인했지만, 경찰에 고발할 수밖에 없다는 노인회 분회장들의 강경한 조치에 결국 손을 들었다.

 

포천시는 그동안 노인회 사무국장 급료로 1년에 3600만 원을 책정해 보조금 형태로 지급해 왔다. 사건 발생 이후 노인회 사무국장을 앞으로 시에서 직접 임명하고 더욱 철저하게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포천시노인회도 각 노인정에서 내는 1년 회비를 대폭 낮추고, 모든 비용은 철저하게 공개하며, 모든 돈은 오로지 노인들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사후약방문이지만 그래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이와 함께 수천만원대가 넘는 금액을 유용한 사람들을 자진 사퇴 형식으로 그만두게 한 포천시노인회의 솜방망이 처사는 미흡하다는 것이 이 사건을 접한 대부분 시민들의 의견이다. 사건 당사자들은 자진 사퇴가 아닌 해고를 했어야 했고, 또 경찰에 고발해서 자신들이 벌인 범죄를 낱낱이 밝혀서 그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

 

왜 이런 보도가 나오면 창피하고 부끄러움은 시민의 몫이 되어야 하는가. 중국 송나라 때 인물 범중엄은 "위정자는 백성이 근심하기 전에 먼저 근심하고 백성이 기뻐한 후에야 기뻐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시민들이 부끄러워 하기 전에 먼저 부끄럽지 않도록 처신하는 것이 맞는 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