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사람들

전통의 맛과 추억이 담긴 곳 ‘청산솔둥우리’ 유재근 부부 이야기

된장, 한식 고추장, 한식 간장 등 다양한 전통 식품 판매, 체험, 교육 견학 등 다양한 활동 펼쳐

 

신북면 갈원1리는 흔히들 말하는 산 좋고 물 맑은 고랭지로 청산이라 불리는 고장이다. 1970년대 당시 여름 장마철 때 포천 중·고등학교로 가는 통학로 아래쪽 개울물이 넘쳐서, 학생들이 지각이나 결석을 해도 선생님들이 웃으면서 넘어갔던 깡촌이었다.

 

‘굽은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라는 속담처럼 청산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고향을 품에 안은 ‘전통 식품 농사꾼’ 유재근 부부가 소박한 웃음으로 반겨줬다.

 

유재근 씨의 전통 식품 사업은 우연히 시작되었다. 군을 제대하고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마을 일과 농사일을 하면서 지금 살고 있는 집 앞 밭에 애호박을 심게 되었다. 처음 하는 농사라 애호박 175개만 수확했다. 7박스로 포장해 농협에 팔았는데 달랑 9,700원이 쥐어져 '고생한 보람이 겨우 이 가격이구나' 하는 허탈함에 못 먹는 막걸리로 마음을 달랬다고 한다.

 

1998년 어느 날 동네 선배가 매립한 논과 밭에 애호박, 참외, 토마토, 옥수수 등을 심어 길가 원두막에서 판매해 보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 실행하기로 했다. 당시 유명한 ‘신북온천’으로 오가는 통행로여서 수입이 그런대로 좋았다.

 

여름철 손님들이 수확한 참외 등을 먹기 위해 장독대 옆 수돗가에서 손을 씻고 오면서 풋고추도 맛보려 하는데 고추장이나 된장은 없냐고 물어봐 집된장 등을 가져다주자 너무 맛있다며 팔 것을 부탁해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전통 식품'을 만들게 됐다고 그 시절을 회상했다.

 

지금은 수천 평의 밭에서 콩(백태, 쥐눈이), 차조, 고추, 도라지 등 직접 재배한 농산물로 전통 방식으로 장류 제품을 생산하는 데 정성을 쏟고 있다. 블로그를 운영하고 교육 견학, 체험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통 방식에 따라 콩 세척→가마솥(6시간가량 끓임)→으깸→메주(메주틀)→매듭→발효의 과정을 거쳐 2~4년 숙성시켜 전통 재래식 된장이 탄생한다.

 

 

 

‘청산솔둥우리’는 참 농사꾼이 이곳 청정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수작업해 만든 무첨가 전통 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아담한 판매장 옆에 전통 된장, 한식 고추장, 한식 간장 등이 담겨 있는 장독대가 운치를 더해 준다.

 

 

‘전통 식품 농사꾼’ 유재근 씨는 “한 마디로 순수 농사는 골병이다. 하지만 고향에서 부모님께 물려받은 건강과 정직으로 만든 안전 식품에 대해 누구보다 자부심을 가지고 산다”라며 털털한 웃음을 지었다.

 

“농협이나 포천시에서도 조합법인에만 각종 지원을 하는 경향이 있다”며 "전통 식품 개인사업자에게도 지원 방안을 강구해 주면 좋겠다“라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어 “모든 일을 수작업으로 해야 하는데 말없이 함께하는 동료이자 지원군인 아내에게 항상 고맙다”라며 “우리 부부가 일하는 동안 ‘소비자는 내 가족이다’라는 초심으로 살겠다"라고 다짐했다.

 

옛 어른의 말에 건강의 최적 요소이자 행복의 기본은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는 것’이라 했다. 전 세계적으로 K-FOOD가 인기를 얻는 이유는 발효 식품인 까닭일 것이다. 한평생 전통 발효 식품을 만드는 개인 사업자들이 6차 산업 시대의 일꾼으로 마음껏 꿈을 펼치기를 기대한다.

 

정부의 ‘잘 키운 농산물로’, ‘제품을 잘 만들고’, ‘체험 문화까지 잘 즐기는’, ‘참 잘하는 6차 산업’ 홍보 문구이자 관련 지원 사업 핵심 기조가 ‘전통적 농가공’을 외면한 구호가 되지 않도록 포천시 농업 관계자는 곱씹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