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이경구 교수, '이벽 자살설' 발표 후 번복 파문

(사)포천미래포럼이 25일 개최한 '광암 이벽 학술 연구 세미나'에서 잘못된 내용 발표

 

(사)포천미래포럼(회장 김덕진)은 지난 25일 한국 천주교의 창립 주역인 '광암 이벽 학술 연구 세미나'를 포천시청 신관 2층 대회의실에서 시민 2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변기영 몬시뇰의 '광암 이벽 강론'과 이경구 한림대 한림과학원 교수의 '광암 이벽의 생애와 사상, 그리고 신앙'이라는 제목의 발표, 그리고 마지막으로 최동원 포천시 관광과 지질공원팀장의 '광암 이벽 유적지 건립 과정과 활성화 방안'에 대한 이야기가 뒤를 이었다. 

 

1940년생으로 올해 85세인 변기영 몬시뇰은 "몇십 년 전, 광암 이벽의 묘를 찾기 위해 연천, 동두천, 화천, 포천 등지를 찾아 헤맸던 경험이 있다. 포천의 화현면만 50번을 넘게 방문했다"고 회고했다. 이벽 광암 묘지는 1979년 화현면에서 발견했다.

 

변기영 몬시뇰은 "이벽 선생은 우리나라에서 혼자서 천주교를 공부하고 천주교인이 된 전 세계 역사에서 유일무이한 최초의 사람"이라고 하면서 그의 해박한 학문과 뛰어난 성품에 대해 30여 분 동안 강론했다. 천주교에서 몬시뇰은 65세 이상의 사제 중 교황이 임명한 특권 사제를 뜻한다.

 

이어서 이경구 한림대 교수가 무대에 올라 '이벽의 생애와 사상, 신앙'에 대해 강연했는데, 이 교수는 강연 도중 "이벽은 자진했고, 한국 천주교에서 두 번째 순교자다. 또 이벽의 출생지가 포천이 아니라는 논란도 있다"라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는 전혀 다른 주장을 펼쳐 청중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이에 현재 화현면 이벽 성지의 고봉연 주임신부는 "제가 2년 동안 이벽 성지에서 강론하고 있는데, 조금 전 이경구 교수님이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해서 바로 잡으려고 한다"며 "광암 이벽은 자살하지 않았다. 이벽이 자살했다는 자료는 하나도 없다. 이 교수께서 잘못 연구를 한 것 같다. 이벽이 자신의 신앙을 버리지 않자, 대들보에 목을 매고 자살을 시도한 것은 그의 아버지였다"고 반박했다.

 

고 신부는 "현재 이벽 선생은 로마 교황청에 복자로 시복되어 있는데, 천주교에서는 자살한 사람은 절대 성인품에 오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의 아버지가 나라에서 반대하는 천주교를 믿지 못하게 하자, 이벽이 "그럼 천주교에 나가지 않겠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자진설이 아닌, 배교설 이야기는 있다"고 주장했다. 

 

고봉연 신부는 2009년 포천시청을 찾아가 이벽 유적지 사업을 최초로 권유했고, 2010년 이벽의 출생지에 관한 문제까지 모두 정리하고 사업을 시작했다며 이경구 교수의 잘못된 발언을 지적했다. 이에 이 교수는 "자신이 잘못 알았던 것 같다"고 토론회 자리에서 관객들 앞에서 사과했다.

 

한편, 김승한 이벽 성지 해설사는 "이 교수가 광암 이벽 선생을 한국 천주교에서 두 번째 순교자라고 했는데, 1785년 사망한 이벽은 최초의 순교자다. 천주교를 지키기 위해 아버지의 말까지 거역하면서 아사와 역병 등에 걸려 죽은 것으로 알려진 첫 순교자인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두 번째 순교자는 1786년~1787년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김범우 토마스이고,  1791년에 사망했고 이미 복자 시복이 된 윤지충 바오로도 순교자다"고 반박했다. 

 

(사)포천미래포럼이 모처럼 좋은 기획으로 진행하며 많은 시민의 호응을 받았던 '광암 이벽 학술 연구 세미나'. 그런데 이 세미나에 초청한 가장 중요한 발표자인 이경구 교수가 여러 사람들 앞에서 사실과 다른 발표를 해서 오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