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說]신읍동에서

약빠른 고양이 밤눈 어둡다

본지 발행인 겸 편집인

 

 

상대방도 훤히 알고 있는 자신의 잘못을 승진 결정자가 모를 리가 있겠는가. 자신의 흠은 사람들의 말을 타고 이리저리 떠돌다가 나중에는 자신 이외에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퍼지게 된다. 자신만이 자신의 잘못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니 아이러니다.

 

 

우리 속담에 '약빠른 고양이 밤눈 어둡다'는 말이 있다. 약삭빨라서 여간해서 실수를 할 것 같지 않은 사람도 부족한 점이 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밤눈 밝기로는 고양이를 당할 동물도 없다. 고양이는 야행성이어서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밤눈이 밝다. 100%의 빛이 있어야 밤에 활동하는 사람과는 달리 고양이는 15%의 빛만 있어도 자유롭게 활동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런 고양이를 두고 '밤눈 어둡다'는 말이 생겼으니 여기에는 필경 까닭이 있다.

 

밤중에 도로 위를 나가보면 쌩쌩 달리는 자동차에 그 빠르다는 고양이가 치어죽는 것을 가끔 볼 수 있다. 과학자들의 말에 의하면 고양이는 자신이 달리는 자동차보다 훨씬 빠르다고 착각해 자동차 사이를 뛰어들다가 처참한 죽음을 맞이한다고 한다. 남을 경시하고 자신을 과신해서 생긴 일이다.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남들이 보면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도 않은데도 자신이 상대방보다 우월하다고 느끼고, 자신의 행동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신경쓰지 않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자신이 인식하지 못할 뿐 잘못된 행동을 너무나 자주, 즐겨(?)하고 있음에도 이들은 자신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티끌만 험담한다.

 

이런 이들은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는 오로지 직진만 할뿐이고 주위를 살필 여유가 없다. 특히 승진을 앞둔 공무원들 사이에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의외로 자주 보게 된다. 자신이 했던 잘못된 행동은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이번에 본인이 승진 대상자라고 굳게 믿고 있는 이들이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보면, 옛 속담 '약빠른 고양이'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사람일수록 남들이 자신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 말을 듣게 되면 전혀 의외라는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주위에서는 이미 그가 승진 대상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거의 알고 있다. 본인만 모르는 것이다. 자신이 했던 잘못된 행동이나 태도를 남들이 더 자세히 알고 있는 게 대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상대방도 훤히 알고 있는 자신의 잘못을 승진 결정자가 모를 리가 있겠는가. 자신의 흠은 사람들의 말을 타고 이리저리 떠돌다가 나중에는 자신 이외에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퍼지게 된다. 자신만이 자신의 잘못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니 아이러니다. 이런 경우는 승진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얽혀 있는 거의 모든 인간사에서 나타나는 모습이다. 

 

'약빠른 고양이' 같은 사람을 만나면 곧 싫증이 난다. 그리고 아무도 그의 말에 진정으로 귀 기울이지 않게 된다. 처음에는 그럴 듯 한 말에 솔깃하게 되지만, 결국 자기 이야기만 늘어놓으니 대화가 이어질 리 없다. 그 고양이는 자신이 멋있게 말하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결국에는 그는 벽을 보고 이야기한 셈이라는 걸 알게 되면 그나마 다행이다. 

 

곧 승진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승진 대상자들은 이러저러한 소소한 이야기에도 귀를 솔깃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겸손함과 진실됨이다. '약빠른 고양이'처럼 남을 가벼이 보고 자신을 과신하는 것이 결코 자신에게 득이 되지 못함을 명심해야 한다.

    

 

 

 

[ 포천좋은신문 김승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