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빌 언덕이 단풍밖에 없네 그려
천 원짜리 물파스 하나로,
허리 꼬부라진 물파스 하나로
수십 년 통증을 지우고 살아
허리 구부러진 달동네 영석이 할배
텅 빈 연탄 광문을 여닫는
구순의 손길이 으슬으슬해진다
댕강댕강 잘려 나가는 늦가을 볕만큼씩
늘어나는 한숨 소리에 섞여 나온
허연 입김을 소처럼 내뿜으며
물 바랜 곤색 추리닝 지퍼를 턱까지 올리고
길 건너편 벌겋게 타고 있는 가을 산으로 들어간다
장끼가 뿌드득 날아오른다
그래, 단풍아, 장끼의 꽁지깃에 불 댕기듯
흥청흥청 갑질하는 꼴사나운 세상도
모두 불살라 버리거라
가을 산이 달궈지고,
달궈지면
바위까지 달궈지면
바위 한 조각 등짝에 떼어 붙이고
황소바람 밤새 불던 동짓날 한밤중도
짧았었다고 얘기하리니
체면을 벗어던지면
저 산이 해를 삼키고 구름이 달을 재우는 시간
까마귀는 자유를 얻는다
귀 쫑긋 세운 고양이 발톱이 우습고
눈 부라리는 올빼미 눈동자도 무섭지 않다
나를 놓아주지 않는 것으로부터
내가 놓지 못하는 것들로부터
멀어져 보면 알게 되지
낙엽 지는 소리가 얼마나 평온한지
날갯짓이 얼마나 가벼워지는지
알게 되지, 알게 되지
깜깜한 밤에 까마귀로 날아 보자
멀리, 더 멀리
보이는 것으로부터
지우지 못하는 것들로부터
멀어지면 알게 되지,
알게 되지
내 안에 부처의 미소가
들어있었다는 걸체면을 벗어던지면 / 박성환
저 산이 해를 삼키고 구름이 달을 재우는 시간
까마귀는 자유를 얻는다
귀 쫑긋 세운 고양이 발톱이 우습고
눈 부라리는 올빼미 눈동자도 무섭지 않다
나를 놓아주지 않는 것으로부터
내가 놓지 못하는 것들로부터
멀어져 보면 알게 되지
낙엽 지는 소리가 얼마나 평온한지
날갯짓이 얼마나 가벼워지는지
알게 되지, 알게 되지
깜깜한 밤에 까마귀로 날아 보자
멀리, 더 멀리
보이는 것으로부터
지우지 못하는 것들로부터
멀어지면 알게 되지,
알게 되지
내 안에 부처의 미소가
들어있었다는 걸
서민의 위안
펑펑 터지는 배터리 공장
미친 자동차에 풍비박산되는 거리
모난 것들만 고개 드는 것 같은
어지럼 세상
익숙한 집 앞 골목도 오뚝한 길입니다
어떻게 걸어야 하나
어디로 가야 하나
목발로도 의지할 수 없는 상처 입은 걸음,
첩첩산중 밤길을 절룩거리며 갑니다
나라를 지켜 내겠다고
두 날개 활짝 편 용산 골 봉황의 날개에
내 입이 되고 내 발이 되겠다던
여의 섬 금빛 무궁화 꽃잎에
눈동자 매달면 모난 것 무뎌질까
발길 닿으면 진한 걱정 희석될까
높은 분들 찾아가는 길
빗줄기는 더욱더 사나워지는데
봉황은 들이치는 빗줄기에
즈그 둥지만 보송보송 매만지고
금빛 무궁화는 꽃 이파리 떨어질까
즈그들 꽃봉오리만 오므리고 오므립니다
집 나선 서민 걸음들, 금방이라도
날 세운 모난 것들에게 발목 잡힐지 두렵지만
어제 아무 일 없었던 그 걸음 그대로
오늘, 또바기 걸음을 할 수 있는 건
그래도,
그래도
달빛도 둥글고
지구도 둥그니까요서민의 위안/박성환
펑펑 터지는 배터리 공장
미친 자동차에 풍비박산되는 거리
모난 것들만 고개 드는 것 같은
어지럼 세상
익숙한 집 앞 골목도 오뚝한 길입니다
어떻게 걸어야 하나
어디로 가야 하나
목발로도 의지할 수 없는 상처 입은 걸음,
첩첩산중 밤길을 절룩거리며 갑니다
나라를 지켜 내겠다고
두 날개 활짝 편 용산 골 봉황의 날개에
내 입이 되고 내 발이 되겠다던
여의 섬 금빛 무궁화 꽃잎에
눈동자 매달면 모난 것 무뎌질까
발길 닿으면 진한 걱정 희석될까
높은 분들 찾아가는 길
빗줄기는 더욱더 사나워지는데
봉황은 들이치는 빗줄기에
즈그 둥지만 보송보송 매만지고
금빛 무궁화는 꽃 이파리 떨어질까
즈그들 꽃봉오리만 오므리고 오므립니다
집 나선 서민 걸음들, 금방이라도
날 세운 모난 것들에게 발목 잡힐지 두렵지만
어제 아무 일 없었던 그 걸음 그대로
오늘, 또바기 걸음을 할 수 있는 건
그래도,
그래도
달빛도 둥글고
지구도 둥그니까요
박성환 시인
1962년 경기도 포천 출생
계간 <스토리문학> 시조 부문 등단
한국스토리문인협회 회원
문학공원 시동인, 독백 시조동인
2015년, 2019년 서울지하철스크린도어 시 게제
한국디카시인모임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