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석완 칼럼]

도대체 너희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아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인 1월 24일 오전에 포천시청 신청사 2층 대회의실에서 '포천시 교육 발전 특구'' 지정을 위한 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의 도중에 많은 의견들이 있었지만, 모든 참석자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면서 시작하는 말이 있었다. 그것은 "열악한 포천 교육"이라는 말이었다.

 

나는 대학 입시에 있어서는 그 말에 결코 찬성할 수 없다.  이러한 말들은 '포천의 교육은 열악하다'는 이상한 신앙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4년 이상 꾸준히 취재하면서 포천을 다닌 결과 여러가지 객관적인 지표 중, 열악한 교육의 분야는 '사교육' 분야 밖에 없다. 경기도 연구원의 2018년 자료에 따르면 '사교육 접근성'이 경기도 31개 시군 중 30위로 나온다.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접근성'이라는 것의 조사도 실재로 얼마나 떨어져 있는 것인지를 조사한 것이 아니라, 설문 결과 즉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은 결과이다. 나는 이것도 "열악한 포천 교육"의 신앙이 작용한 결과라고 본다.

 

교육청에 등록된 사교육 업체 즉 학원의 수는 포천이나  의정부나 거의 비슷하다. 내가 이 말을 하면 다들 놀란다. 그런데 왜 우리 집 주변에는 보낼 만한 학원이 없지? 하고 물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체감상 그렇게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포천의 넓이는 약 800k㎡이고 의정부의 넓이는 약 80k㎡ 즉 10배의 넓이이다. 그런데 인구는 포천이 약 15만, 의정부는 45만 즉 3분의 1이다. 체감으로 느끼는 학원 접근성은 30분의 1인 것이다.

 

포천의 교육에 대해 경기신문 재직시 썼던 기사를 인용해 보려 한다.

 

"포천의 대학진학 현황을 취재하면서 두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첫째는 정부와 경기도 교육감의 고교 서열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각각의 학교들이 진학 결과에 대해 대외적으로 발표하기를 꺼리고 있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각각의 학교들의 진학 성적을 발표하지 않고, 포천 전체의 진학 인원만 발표하기로 하고 자료를 취합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국내 어느 지자체도 관내 진학 성적을 발표하지 않기 때문에 비교할 대상이 없었다는 점이다. 세계 공통으로 사용하는 ‘4년제 대학 진학률’이라는 지표가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의미 없는 지표가 되었다. 진학을 위해 수능을 치르는 학생 수보다 전국의 4년제 대학 또는 학사학위 수여 교육 기관들의 정원이 더 많기 때문이다.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고 수능 응시자(재수생 포함)들의 서울 시내 4년제 대학(소위 인서울) 진학률과 수도권 소재 4년제 대학(소위 인수도권) 진학률을 구해 비교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3년간 조금씩 줄어가고는 있지만, 재수생 포함 수능 응시생은 약 50만명 정도이다. 서울 시내 4년제 대학의 정원은 약 8만명(16%), 수도권 소재 4년제 대학의 정원은 약 13만명(26%) 정도이다. 조금씩의 오차가 있겠지만 인서울의 경우 2.5등급, 인수도권의 경우 3.5등급 정도가 합격선이 된다. 


취재를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포천의 열악한 사교육 사정으로 보아 포천의 인서울 진학이 1000명 중 40~60명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실제로 자료를 취합한 결과는 놀라웠다. 2018년 입시에 120명(12%), 2019년 입시에 140명(14%), 2020년 입시에는 120명(12%)이 서울 시내 4년제 대학에 진학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의 전국 평균에 근접한 인서울 진학률을 나타낸 것으로 포천에서 2점대 내신을 가지고 충분히 인서울할 수 있다는 결과를 보여준 것이다. 특이한 점은 수도권 4년제 대학 진학률이다. 조사한 3년간 290명(29%)에서 310명(31%)까지 진학한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이는 전국 평균을 상회하는 놀라운 결과라고 할 수 있다.

 

https://www.kgnews.co.kr/news/article.html?no=604352

 

 [출처] 경기신문 (https://www.kgnews.co.kr) 2020년 9월 20일 자."

 

이 기사를 취재하면서 소위 SKY에 많이 보내지 못했다고 자책하던 공무원들에게 내가 했던 말이 있다. "너희가 도대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아니? 서울의 입시 학원은 고3을 천 명 데리고 있는 학원이 제법 있다. 그런데 어떤 학원이 고3 천명 중에 120명을 인서울 시켰다면, 그 학원은 그 다음해에는 고3이 2천명이 된다. 바보들아"

 

[ 포천좋은신문 문석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