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說]신읍동에서

과장 전화번호도 모르는 팀장, 공무원 기본이 문제다

본지 발행인 겸 편집인

 

며칠 전 포천시 모 과장과 취재 중에 몇 가지 질문을 했다. 과장은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더욱 정확한 대답을 하기 위해서 그 자리에서 담당 팀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전화를 걸던 그 과장의 얼굴이 점차 흙빛으로 일그러졌다. 전화를 걸었던 담당 팀장으로부터 "누구시죠?"라는 황당한(?) 질문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 과장은 분명히 자신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는데 그런 대답이 나왔다는 것은 담당 팀장이 자기 과장의 전화번호를 아예 입력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방증한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담당 과장의 전화번호 정도는 입력해 놓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라고 말하는 과장 곁에서 처음부터 상황을 지켜보던 기자가 오히려 민망해졌다. 팀장이 이 정도인데 그 밑에 부서원들은 과연 어떨까, 이런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담당 과장의 전화번호도 모르는 팀장. 같은 부서에서 함께 일을 하면서 담당 과장의 전화번호에 아예 관심이 없는 팀장을 우리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만일 긴급한 일이 생겨 담당 과장에게 보고해야 할 일이 생긴다면 그 팀장은 어떤 행동을 취할까 궁금했다. 옆에 있는 다른 동료에게 과장의 전화번호를 물어서 통화를 할까, 혹은 카톡으로 보고할까. 카톡은 전화번호를 모르더라도 다른 사람과 공유하면 대화가 가능하니까 과장의 전화번호를 굳이 입력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인가.

 

카톡으로 오는 글은 바로 보지 않고 한참 뒤에 보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정작 긴급을 요하는 사항을 카톡으로 보고한다? 기자의 시각으로는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이해 불가한 일이었다. 이 지경이라면 평소에는 과장과 팀장이 진지한 대화는 아예 하지 않고 건성으로 인사치레만 한다는 것인데, 이래서 무슨 팀워크가 생기며 선후배 간의 돈독한 동료애라는 것이 생길 수 있을까. 한숨이 나왔다.

 

기자는 포천시를 출입하는 다른 동료 기자 한 사람과 이 이야기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어봤다. 그런데 그 역시 담당 과장의 전화번호를 모르는 공무원들의 숫자는 상당수에 달할 거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기본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공무원들이 자주 눈에 띈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또 "포천시 공무원들 가운데는 포천시를 직장이 아닌 놀이터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상당수가 있다"고도 했다. 이것은 공무원들의 기강 문제가 아니고, 기본에 관한 문제로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것. 공무원들은 대체로 '기강이 해이하다'라는 말은 무척 싫어하지만, 기본이 없는 공무원들이 있다는 것에는 어느 정도 수긍을 하는 편이다.

 

이 이야기를 들은 포천시의 또 다른 과장은 "인사가 나서 새로운 곳으로 발령이 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부서원들의 명단이 모두 기록돼 있는 연락망부터 만들고 자신의 전화기에 새로운 과장이나 후배들을 입력해 두는게 첫 번째로 하는 일"이라면서 "이런 간단한 일이 공무원의 기본"이라며 자신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머리를 저었다.     

 

백영현 시장이 들어선 지난 1년 동안 공무원들은 전임 시장 때보다는 몸과 마음이 훨씬 편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공무원 출신인 현 시장이 공무원들의 애로사항을 너무 잘 알아서 퇴근 시간과 휴가를 낼 때도 전임 시장 때처럼 눈치 볼 일이 없다는 것. 또 결제를 맡으려고 예전처럼 밤늦게까지 대기할 필요도 없으니 나름 살맛이 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무원이 편하면 시민이 불편하다는 말이 있듯이 여기저기서 자꾸 구멍이 생기고 시민들의 불만의 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모든 일은 기본에서부터 출발한다. 기본을 갖추기 위해서는 시장 이하 모든 선배 공무원들의 올바른 가르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