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순종과 비판적 사고

김우석 · 더불어민주당 주거복지특별위원회 부위원장, 前 경기도의원

건전한 시민은 건전한 공동체를 형성합니다. 내가 내 이웃의 문제를 외면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내 이웃은 공동체 안에서 고립되고 결국 그러한 고립의 악순환이 공동체를 병들게 합니다. 우리는 그 누구도 희생당하지 않도록 방법을 생각하는 사회를 꿈꿔야합니다. 그런 사회는 비판적 사고로 시작됩니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부모님, 선생님 말씀 잘 들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그러나 이 말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순종은 있을지언정 비판적 사고는 불가능합니다. 부모님과 선생님 말씀은 무조건 옳다는 묵시적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그러나 어른들의 말씀이 모두 정답일 수는 없습니다.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의견과 다른 의견이 표출되면 불편한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내 자식, 내 제자라는 소유와 계급체계의 관념이 작동되기 때문입니다.

 

지식은 옳고 그름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명백한 근거를 바탕으로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쉽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일 더하기 일이 삼이 아님은 쉽게 받아드린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싫은 일, 해야 하는 일과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은 다릅니다. 여기에는 이유와 설득이 있어야 합니다. 동의가 필요합니다. 나와 다를 수 있다는 다양성의 존중이 있어야 합니다. 그 이후에야 비로소 대화와 토론이 가능해집니다.

 

대부분 순종적인 아이들이 교육 시스템에 잘 적응하고 학습도 잘하는 편입니다. 칭찬도 많이 듣고 특별대우도 받습니다. 우리는 이들을 ‘엘리트’라 합니다. 엘리트의 사전적 정의는 사회에서 뛰어난 능력이 있다고 인정한 사람 또는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부정적 의미로 사용된 지 꽤 오래된 것 같습니다.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에 불합리나 부당함은 자신과는 무관하고 특별히 불편함 없이 살아가는 그런 사람들. 우리의 교육은 그런 사람들을 길러냈습니다. 사회에 진출한 순종적인 엘리트는 조직 내의 불합리에 저항하기 어렵습니다. 훈련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역사의 진보는 불합리에 저항하는 일반 대중의 역사입니다. 집단지성이 강조되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지금도 ‘엘리트’를 좋아합니다.

 

국가 시스템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런 역사적 경험을 많이 보았습니다. 모든 정권의 출발은 국민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시스템 오류로 그 목적이 사라지는 순간 국민적 저항에 부딪혔습니다. 국가 시스템도 국민의 행복이라는 목적을 잃어버리면 여지없이 국민의 심판을 받았습니다. 교육의 목적은 순종적 엘리트의 육성이 아닌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민주 시민을 길러내는 것이어야 합니다.

 

“주변은 신경 쓰지 마라. 너만 잘살면 된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주변은 다 네 경쟁자다. 너만 알고 있어라. 모른 척해라.” 익숙한 말들입니다. 내가 아니라, 내 자식이 아니라 다행일까요?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도 잘못된 국가 시스템 하에서는 악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엘리트 집단이라 불리는 검찰 권력을 보며 악의 평범성을 고민하는 시대에 살고 있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언제든 나의, 내 자식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이건 한 개인, 한 가족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다시 생각해봐야 할 주제입니다. 아이들 스스로 이러한 주제에 대해 많은 토론을 해야 합니다. 교육 시스템은 이런 활동을 지원해야 하고 응원해야 합니다. 비판적 사고의 힘은 토론을 통해 형성될 수 있습니다. 사회 문제에 대해 스스로의 의견을 자유로이 말할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독일의 초등학생들은 토론을 통해 그들의 의제를 선정하고 합의를 이끌어냅니다. 그들은 미래에 물려받아야 할 깨끗한 자연환경을 요구합니다. 그들의 권리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연을 훼손하고 파괴하는 정부의 정책을 비판합니다. 그리고 개선을 요구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능할까요?

 

그래서 저는 초등학생부터 헌법을 알려주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영어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권력의 주인은 국민, 국민의 권리와 의무, 인간으로서의 존엄, 행복을 추구할 권리, 평등할 권리, 우리를 위해 존재한다는 입법부ㆍ사법부ㆍ행정부의 기능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헌법과 마찬가지로 역사 공부의 중요성을 말하고 싶습니다. 수학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피눈물 나는 역사의 반복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왜 그러한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알려주어야 합니다. 역사 공부는 비판적 사고를 통해 불합리에 저항하는 힘을 만들어줍니다. 공동체의 중요성을 알게 해 줍니다.

 

건전한 시민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건전한 시민은 건전한 공동체를 형성합니다. 내가 내 이웃의 문제를 외면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내 이웃은 공동체 안에서 고립되고 결국 그러한 고립의 악순환이 공동체를 병들게 합니다. 우리는 그 누구도 희생당하지 않도록 방법을 생각하는 사회를 꿈꿔야합니다. 그런 사회는 비판적 사고로 시작됩니다.

 

학교폭력 피해자가 억울함을 외칠 때, 학교생활이 지옥 같다고 외칠 때, 장애인들이 전철에서, 버스에서 이동권을 보장하라고 외칠 때, 지구가 뜨거워져서 인류가 멸망할지도 모른다고 외칠 때, 화물운송 노동자들이 먹고 살게 해달라고 외칠 때, 건설 노동자들이 현장의 위험성을 외칠 때, 일제의 강제노동 부당성과 피해 보상을 외칠 때, 굴욕스러운 대일 외교를 비판할 때, 검찰개혁을 외칠 때, 물가를 잡으라고 외칠 때, 권력형 비리의 처벌을 외칠 때, 가짜 뉴스를 퍼뜨리면 징벌적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외칠 때, 위력과 갑질 때문에 못 살겠다고 외칠 때, 정치적 탄압을 중단하라고 외칠 때 그 시스템과 시스템을 구성하는 엘리트를 비판하고 개선을 요구해야 합니다. 불편부당을 외치는 우리의 이웃을 우리는 이해하고 응원하고 행복한 공동체를 위해 함께 외쳐야 합니다. 나를 위해! 내 아이를 위해 !

 

 

 

김우석 프로필
전 국회 선임비서관
전 포천석탄발전소 반대 시민모임 ‘공존’ 공동대표
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전 제10대 경기도의회 의원
전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접경지 균형발전 공동연구위원회 전문위원
전 경기도의회 포스트코로나Post-COVID 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
현 더불어민주당 주거복지특별위원회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