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문화

[특집] 포천시 공무원들, '우리는 이렇게 일한다' 컬쳐덱 발행

‘THE RIGHT WAY’

 

포천시 공무원들이 컬쳐덱(Culture Dec)을 만들었다. 시는 보도자료에서 '규범집'이라는 말로 번역해서 발표했는데, 우리 말의 '규범집'과는 조금 다른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 글에서는 그냥 '컬쳐덱'으로 사용하겠다. 이 글은 총 세 가지를 말해 보고자 한다. 첫째는 컬쳐덱이 무엇이고, 어디에서 유래했나? 둘째는 포천시 공무원들은 컬쳐덱에 무엇을 담았나? 마지막은 이에 대한 기자의 생각과 평가 등 이다. [편집자 주]

 

컬쳐덱은 '집단의 목적'을 위해 '합의와 선포'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행위의 기준'이라고 컬쳐덱 등을 만드는 회사인 '에프터모멘트'의 대표인 박창선 씨가 AM(에이엠)에서 2023년 펴낸 'CULTURE DEC'이라는 책에서 정의했다.

 

그 책에서 박 대표는 컬쳐덱에 꼭 들어갈 내용으로 집단의 목적을 설명, 합의와 선포의 내용을 기재, 행위의 기준을 제시라는 3가지가 꼭 들어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컬쳐덱은 조직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법전 또는 나침반 같은 것이다. 컬쳐덱이 널리 알려진 것은 2011년부터 해마다 만들어서 공유되는 넷플릭스의 컬쳐덱 '자유와 책임'이 1,50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부터이다. 

 

우리에게는 'Dec'이라는 용어가 생소하지만, 영어권 국가, 특히 미국과 전산 쪽에서 일하는 사람에게는 매우 친숙한 단어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드는 모든 프로그램에는 ".dec(점 디이씨)"라는 확장자를 가진 파일들이 있는데, 이 확장자를 가진 파일 안에는 프로그램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정의들이 들어 있다.

 

이제, 포천시 컬쳐덱 ‘THE RIGHT WAY’를 들여다 보자. ‘THE RIGHT WAY’는 포천시 직원들이 ‘주도적으로 시작해 함께 해내는 사람들’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업무에 임할 수 있도록 5가지의 인재상과 8가지의 행동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5가지 인재상은 소신(포천시청의 구성원은 자기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자신 있게 외칠 수 있습니다. 불필요한 눈치나, 습관적인 당연함에 굴복하지 않습니다), 책임(포천시청의 구성원은 맡은 일을 확실히 마무리합니다. 문제를 이겨내고 나의 뒷사람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이해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듭니다), 합리(포천시청의 구성원은 자원을 고려한 합리적인 선택을 할 줄 압니다. 원하는 모든 걸 다 할 순 없습니다.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찾아내죠), 존중(포천시청의 구성원은 강한 책임감을 지닌 각 분야의 전문가입니다. 따라서 의견의 무게는 동등하며 대화는 일이 되는 방향으로 흘러가야 합니다), 성장(포천시청의 구성원은 끊임없이 성장하고 싶어하고, 동료의 성장 또한 지원합니다. 나는 일의 과정과 결과를 통해 성장하고, 동료는 올바른 피드백으로 성장시킵니다)이다. 

 

8가지 행동원칙은 '주도적으로 시작할 때'와 '함께 해 내야 할 때'의 두 가지 주제에 각각 4개 씩의 키워드를 담았다.

 

주도적으로 시작할 때에는 순위(취향과 고집이 아닌, 순서와 근거로 일을 시작합니다), 자원(손에 쥔 것으로 최선을 만드는 것이 진짜 실력입니다), 해결(문제는 당연하고, 해결은 가능합니다), 관점(외면당한 것들엔 호기심이, 익숙한 것들엔 관심이 필요합니다)의 4가지를 담았다.

 

 

 

 

 

함께 해 내야 할 때에는 방향(결과는 깜짝 공개하는 게 아니라, 중간중간 맞춰가는 겁니다), 인정(우리는 서로 다르기에 해낼 수 있습니다), 성장(피드백은 일로 서로를 성장시키는 대화입니다), 배움(일이 끝났다는 건, 무언가를 배웠다는 것입니다)의 4가지를 담았다.

 

 

 

 

 

끝으로 이 컬쳐덱이 포천시의 공무원들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졌다는 데에, 민선 8기 포천시가 지향하는 '인문도시'의 비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인문학적 결과물'이라고 보고 싶다. 

 

이 컬쳐덱의 제목인 ‘THE RIGHT WAY’를 번역하면 '올바른 길' 쯤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THE  WAY’라는 단어는 '길'이라는 뜻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방법' 그리고 '문화'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즉 '올바른 방법' 또는 '올바른 문화'라고 해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추측하기로 이 세 가지의 뜻이 중의적으로 드러나도록 영어로 제목을 정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인문학적 결과물'이라고 표현한 것은 문화를 기록하였기 때문이다. 포천시와 포천시의 공무원들은 어떤 일을 할 때, 항상 이 컬쳐덱을 펼쳐보고 일을 해야 할 것이며, 인사 고과를 매길 때도 이 컬쳐덱에 부합하게 일을 한 사람에게 상을 주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벌을 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 컬쳐덱은 책상 위를 차지하는 한 권의 쓰레기가 될 뿐이다.

 

한편으로 '주도적으로 시작할 때'의 4가지와 '함께 해 내야 할 때'의 4가지가 각각의 주제 안에서 어떻게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으면서 작동할 수 있을 지를 보여주는 플로우 차트나, 모식도가 있었다면 좋았겠다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이렇게 조직 문화를 기록해 두었지만, 문화는 시간이 지나면 변하게 된다. 넷플릭스처럼 해마다는 아니더라도 2~3년 주기로 컬쳐덱을 다시 만들어서 조직 문화가 바뀌면 바뀐대로 계속적으로 기록이 이어가길 바란다. 특히 조직 문화가 극적으로 바뀌는 시기는 수장이 바뀌는 시기이다. 이럴 때, 한 2년쯤 지나 컬쳐덱을 만든다면 두말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이 컬쳐덱을 만들기 위해 발로 뛰며 고생한 자치행정과 이태림 주무관과 참여한 모든 팀장들에게 칭찬을 보낸다.

 

[ 포천좋은신문 문석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