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안중근은 살아 있다”

안재웅 포천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상임회장

 

혼란과 대결이 점철된 이 시대에

되돌아보는 살신성인

 

올해는 우리 근현대사 불세출의 영웅, 안중근(安重根, 1879∼1910)의사 서거 113주년이다. 안중근 의사께서는 다음과 같이 유언을 남기셨다.

 

"내가 죽은 뒤에 나의 뼈를

하얼빈 공원 곁에 묻어두었다가

우리 국헌이 회복되거든

고국으로 반장해 다오.

 

나는 천국에 가서도 또한 마땅히

우리나라의 회복을 위해 힘쓸 것이다.

 

너희들은 돌아가서 동포들에게

각각 모두 나라의 책임을 지고

국민 된 의무를 다하고

마음을 같이하고

힘을 다하여 공로를 세우고

업을 이루도록 일러다오.

 

대한 독립의 소리가 천국에 들려오면,

나는 마땅히 춤추며 만세를 부를 것이다."

 

32세 청년이 다가올 자신의 죽음에 초연한 채, 앞으로 험난한 미래를 살아가야할 동포들의 단결과 성업을 걱정하며 남긴 글이다.

 

다음은 중국의 군벌 지도자였던 위안스카이의 '안중근 의사 애도시'이다.

 

"평생에 벼르던 일

이제야 끝냈구료.

죽을 땅에서 살려는 건

장부 아니고 말고.

몸은 한국에 있어도

이름은 만방에 떨쳤소.

살아선 백 살이 없는데

죽어 천년을 가오리다."

 

당시 최고 중국 지도자의 경외에 찬 시구다. 하지만 지금 중국은 사뭇 다른 자세다.

 

안중근 의사는 이미 한국의 영웅을 넘어, 동양과 세계의 영웅이다. 하지만 우리 후손들은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신속히 봉환해야할 의무를 저버리고 있다.

안중근 의사의 유해는 그저 유해가 아니라, 살신구국과 세계평화구현이라는 위대한 웅혼을 담고 있고 범시대적 가치를 품고 있다.

그럼에도 그 유해가 이역만리 여순감옥 공동묘지에 묻혀있을 것이란 추측뿐, 확인된 바도 없다.

안중근 의사의 유언대로 우리는 유해를 하루속히 봉환해야 하나, 무려 1백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대로된 유해발굴과 봉환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최소한 예우도 못 해드리고 있다.

 

또한 오늘을 살아가는 후손들인 우리는 안중근 의사 말씀대로, 각각 모두 나라에 대한 책임을 지고 국민 된 의무를 다하며 마음을 같이하고 힘을 다하여 공로를 세우고 업을 이루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볼 일이다.

 

우리 포천시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누군가는 ‘포천시’의 발전에 대해 말할 때 흔히 도로망을 확보하고, 기업을 유치하고, 관광산업을 활성화하며, 자연친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포천의 시 승격 이후, 무엇이 얼마나 실현됐는지 묻고 싶다. 대부분 공약만 남발해왔을 뿐이라는 생각이다.

‘마음을 같이하고, 힘을 다하라’라는 안중근 의사의 유언이 귀에 맴돈다. 시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는 거짓과 기만을 일삼는 무리들이 있다면 안 의사의 충혼 앞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안중근 의사는 진정한 인류애를 말씀하셨다. 커다란 국제평화를 주창하셨다. 요즘말로 지속 가능한 세상을 원하셨다고 생각한다. 포천시의 변화와 혁신이 곧 한국의 발전이요, 세계의 발전이다. 인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은 바로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말이다.

 

최근 들어 국회의원 여럿이 안중근 의사의 유해 발굴과 송환을 위한 모임을 결성한 것은 잘한 일이다. 그러나 백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실상 진행된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과 같다. 이번에도 탁상에서 말로만 그쳐버린 봉환사업이되면 안될 것이다.

 

백골진토된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뵙기 전에라도, 안중근 의사가 이룩하신 민족 정기와 국권 회복의 기틀이 바로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자유와 평화의 터전임을 명심해야한다.

 

의사님께서 그토록 기다리신 ‘대한 독립의 소리’를, 이제는 시민 화합과 국민 통합, 더 나아가 세계 시민의 하나 된 목소리로 하늘까지 외친다면 의사님은 덩실덩실 춤추시며 "대한민국 만세, 함께 사는 세상 만세"를 외치실 것이다.

 

끝으로,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처단 거사 바로 전날인 1909년 10월 25일 밤, 안중근 의사가 지은 '장부가(丈夫歌)'라는 제목의 시 일부다.

 

丈夫處世兮 其志大矣

장부가 세상에 처함이여! 그 뜻이 크도다.

 

時造英雄兮 英雄造時

시대가 영웅을 지음이여! 영웅이 시대를 만들도다.

 

同胞同胞兮 速成大業

동포여 동포여! 속히 대업을 이루소서.

 

萬歲萬萬歲 大韓獨立

만세여! 만만세여! 대한독립이로다.

 

‘죽어서 살아계신’ 안중근 의사. 지금 이 시대를 만들어갈 걸출한 영웅이 있다 하더라도, 안중근 의사의 그림자에 묻혀버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