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인문도시 포천’으로 가는 길

이병찬(李秉讚) · 문학박사, 대진대학교 한국어문학과 명예교수, 포천문화원 포천학연구소장

인문도시 구축사업이 기본적인 요소들을 모두 갖추고

순차적으로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가장 우려되는 바는 포천 인문도시자문위원회 구성 및 개최가

금년 4월로 계획되어 있는 점이다.

이 위원회는 포천시와 관계자들이 협의를 통해 서둘러 구성되어야 한다.

4월까지 미룰 이유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인문도시로 가는 길목에서 해야 할 일은 태산 같은데

포천시의 행보는 멀고 더디기만 한 듯해 안타깝다.

 

올해 포천시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의 하나는 인문도시로 가는 구체적인 추진 전략과 방안 마련이다. 모두가 주지하듯 민선 8기 시대를 맞이한 포천시는 시정 방침 4대 전략으로 인문도시를 표방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대장정을 지난해부터 시작했다.

 

오늘날 포천시를 포함해 지역발전의 화두를 인문도시로 정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과거에도 문화도시, 교육도시, 평생학습도시 등을 표방하며 인문정신을 고양하려는 시도들이 있었다. 하지만 포천시처럼 인문도시를 정면에 내세우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도시의 발전과 연계하려는 의도를 정면에 내세우는 경우는 드문 일이었다.

 

과거 인구절벽시대를 맞아 지방의 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시대에 경제적인 부의 증대나 개발지상주의를 추구하는 도시보다는 생태도시, 창조도시, 문화도시, 인문도시 등을 지향하는 지자체들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인문학적으로 도시를 재생하고 시민 삶의 질적인 성장을 최우선시하는 도시들이 출현했다. 이런 도시들은 각 도시의 전통적인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지역민들의 자긍심을 키우고 공동체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하는 데 목적을 둔다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포천 지역사회에서도 인문도시와 관련된 논의들이 몇 차례 시도됐다. 그 중 하나는 포천미래포럼에서 주최한 ‘인문도시 포천의 구현 방안 세미나’가 두 차례 있었고(2022.06.24., 2022.10.28.), 포천시, 대진대학교 등이 공동주최한 ‘품격있는 인문도시 구현을 위한 열린 혁신 세미나’(2022.11.25.)는 인문도시 거버넌스 형성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매우 의미 있는 활동으로 평가된다.

 

이들 세미나에서 제기된 내용들을 정리해 보면 나름대로 인문도시로 가는 원론적인 차원의 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 “인문도시는 문사철(文史哲)을 축으로 한 인문학을 통한 인간의 이해와 보편적인 정신과 가치의 추구”(양호식, 2022.06.24.), “포천 지역의 인문학적 전통은 인문도시를 수립하기 위한 좋은 자산”(김현철, 2022.06.24.), “포천은 인문도시로 가기 위한 자연환경의 뛰어남은 물론 인물의 고장으로 선비향, 인물향으로 자랑스런 고장”(이종훈, 2022.10.28.) 등이 주목할 만하다.

 

이 중에 대진대 허훈 교수의 발제가 비교적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인문도시 포천에 대한 생각과 추진방안으로 첫 번째로 지역 인문자산의 발굴을 장려하는 측면을 들고 있고, 둘째로는 대학이나 지역의 인문 단체들과 연계하는 측면, 셋째는 지역주민의 학습을 장려하는 측면 등이 있으며 넷째로는 작은 재정지원으로 지자체의 발전에 토대를 유인하는 측면이 있다.”, “인문도시를 표방하는 것은 개발위주의 도시발전을 벗어나 한 지역의 삶의 철학, 역사, 발전 논리를 바꾸는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것”, “인문도시는 다양한 타인-원주민, 이주민, 아파트거주자, 임대주택거주자, 다문화가족, 학교 밖 청소년, 장애인 등-을 자신의 삶의 반경 안으로 끌어들여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교양과 문화를 습득하는 도시를 만들자는 것이다. 즉 타자에 대한 관용의 정신을 배우는 것이 인문학이고, 자신의 한계를 사유하고 성찰하는 힘이 배양되는 도시가 인문도시”(허훈, 2022.11.25.)라고 밝히고 있다.

 

이상의 논의를 통해서 분명하게 드러나듯 포천은 한반도의 남북, 동서의 중간지점에 위치하여 자연환경이 뛰어난 곳이다. 한탄강, 한내천, 영평천, 산정호수, 명성산, 백운계곡 등이 있고, 여기에 영평8경, 한탄8경 등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산재해 있는 지역이다.

 

포천의 인문환경도 매우 다채롭다. 많은 충신・효자・열녀를 배출하였고, 명현(유응부, 오성과 한음, 조경, 면암, 이해조 등)이 즐비한 선비향, 인물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여러 서원, 단, 영당 등의 유교문화재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곳이 포천이기도 하다.

 

여기에 포천의 역사적 환경은 6.25의 다양한 체험과 삼팔선으로 상징된다. 다시 말하면 포천은 인문도시를 실현할 수 있는 자연환경, 인문환경, 역사적 환경이 골고루 갖춰져 있는 최적의 조건을 구비한 지역이다. 그렇다면 포천이 인문도시를 지향하면서 이와 같은 유리한 조건들을 어떻게 연결하여 적절하게 활용해야 하는가의 문제가 남는다. 그에 대한 답은 실현 가능한 계획의 수립과 충분한 예산의 지원 등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시에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포천시의 강력한 추진 의지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호응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당연히 포천시에서도 인문도시와 관련하여 전담부서를 지정하여(교육지원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이 사업은 “품격있는 인문도시 포천 구현을 위한 2023년 추진 계획(안)”에 담겨 추진되는데 그 내용을 보면,

Ⅰ 품격있는 인문도시 포천 조성 관련 주요 환경 분석(SWOT 분석, 도출 과제 및 대책)

Ⅱ 2023년 비전 및 전략 목표(비전-시민이 만들어가는 품격있는 인문 도시 포천, 전략 목표-누구나 쉽게 접근 가능한 생활 인문 환경 조 성, 인문도시 포천-기(基)・통(通)・찬(贊) 프로젝트)

Ⅲ 2023년 주요사업 현황(基-기반구축, 通-홍보, 贊-인문 확산)

Ⅳ 향후 주요 추진 계획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2023년 본예산이 편성된 사업은 基(기반 구축)-포천시 인문도시 조성 중장기 기본계획 수립(5,000만원), 읍・면・동 단위 행복학습센터 전면 구축(인문 연계 사업, 1억 4,000만원), 贊(인문 확산)-인문・교양・건강 주제 강연, 인문콘서트 「學숲 아카데미」-3,200 만원, 학교 독서 연계 인문 사업(미래인재핵심역량육성사업-4억 4백만원) 등이 전부이다. 결과적으로 현재 확실하게 본예산이 편성되어 추진되는 사업의 규모는 합계 6억 2,600만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사업은 3월의 제1회 추경으로 계획한 사업으로 그 규모는 12억 1,900만원이다. 2023년 포천시 인문도시 관련 사업은 본예산과 추경을 합하여 전체 예산은 모두 18억 6,500만원을 산정해 놓았다.

 

위의 추진계획에서 향후 주요 추진 계획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품격있는 인문도시 조성을 위한 시민간담회(22’ 12.), 포천시 인문도시 조성 중장기 기본계획 용역 발주(23’ 01.), 포천시 인문도시 조성 조례 제정(23’ 03.), 포천 인문 기록 아카이브 구축 용역 발주(23’ 03.), 인문도시 포천 컨텐츠 공모전(매월, 23’ 04.), 포천시 인문도시자문위원회 구성 및 개최(23’ 04.), 교육부 주관 인문도시지원사업 공모 신청(대진대학교와 협업-23’ 04.), 인문도시 포천 브랜드(명칭, 인문 사업) 공모 완료(23’ 05.), 포천시 인문도시 조성 중장기 기본계획 용역 준공(23’ 11.), 인문도시 포천 메타버스 구축 용역 발주(23’ 11.) 등이다.

 

이처럼 현재 포천시가 마련하고 있는 인문도시 포천 추진 계획(안)은 여러 부문에서 우선순위가 바뀌어 있기도 하고, 사업 예산도 6억 2,600만원 정도가 본예산으로 편성된 상태로 나머지 12억여 원은 3월의 추경으로 미루어져 있음을 알게 된다. 무엇보다도 시급한 조례의 제정이나 중장기 기본계획도 없는 현실에서 읍・면・동 단위 행복학습센터 전면 구축(인문 연계 사업, 1억 4,000만원)이나 학교 독서 연계 인문 사업(미래인재핵심역량육성사업-4억 4백만원) 등이 본예산에 편성되어 주력사업으로 설정, 진행되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물론 인문도시 구축사업이 기본적인 요소들을 모두 갖추고 순차적으로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가장 우려되는 바는 포천 인문도시자문위원회 구성 및 개최가 금년 4월로 계획되어 있는 점이다. 이 위원회는 포천시와 관계자들이 협의를 통해 서둘러 구성되어야 한다. 4월까지 미룰 이유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그것이 인문도시 조성에 있어서 자발적으로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독려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포천시 관계자・포천문화원・포천문화재단・포천예총 등을 중심으로 ‘포천 인문도시자문위원회’가 빠른 시일 안에 구성되어 인문도시 포천으로 가는 길의 방향타와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포천이 인문도시로 가는 여정에서 문화원의 위상과 역할은 더없이 중요하다. 포천문화원은 그 정관에서 지역문화의 계발, 연구, 조사 및 문화진흥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위해 포천학을 정립하고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큰 사명으로 두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지역문화는 포천에 전승되는 민속과 유적·유물 등과 정신적 유산 등을 일컫고, 이를 수집·연구·개발하여 우리 후대에 넘겨주는 것이 바로 문화원의 역할이다. 그러므로 문화원은 포천지역의 문화 관련 네트위크가 가장 잘 이루어지는 최적의 단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문화원은 포천시의 지원으로 대진대학교와 연계하여 포천학, 인문학, 일반 교양학 등 50여 개 강좌를 개설하여 1년에 7-8개월 수업을 통해 인문도시 추진을 위한 지도자 양성(연간 40여 명 배출 준비) 사업을 진행하는 중이다. 이와 함께 포천학을 관내 각급 학교, 특히 초등학교에 특강의 형식으로 제공하는 사업도 시행될 예정이다. 향후에 이러한 사업들은 인문도시 구현의 일환으로 연계하여 함께 조정되면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포천문화재단의 각종 공연, 포천예총의 예술대학, 포천문협의 문예대학, 중앙도서관의 ‘길위의 인문학’, 포천향교의 명륜대학, 각 지역에서 운영되는 노인대학 등도 인문도시 구현을 위한 큰 틀에서 재조정될 필요가 있다.

 

바야흐로 포천시는 인문도시 구현을 위한 첫발을 조심스럽게 내딛고 있는 중이다. 시 단위에서의 각 유관 부서들과의 협업 체계의 구축도 필요하다. 지금처럼 교육지원과 평생학습팀에서 관할할 것이 아니라 적어도 부시장을 책임자로 해서 사업과 연관된 교육지원과, 문화체육과, 관광과 등을 아우르는 협의체가 꾸려져 사업을 총괄 지휘해야 한다. 현단계에서 자발적으로 사람들의 의견을 결집해낼 수 있는 ‘인문도시자문위원회’ 같은 기구도 시급히 구성되어야 한다. 인문도시 실현을 위한 마스터플랜 수립·중장기 조성계획·사업 추진계획도 마련해야 하고, 관내 대학·기관단체·기업·문화단체, 종교 단체 등과 시민이 함께 하는 인문도시 선포식도 있어야 한다. 또 필요하면 포천인문도시사업단도 결성해야 하며 인문·역사·문화도시로서의 포천을 브랜드화하고 시민들의 소통·치유·동행을 위한 인문학 전파 사업도 추진해야 한다.

 

포천시 인문학 사업의 지표 및 매뉴얼 개발을 위한 학술연구용역도 필요하고, 시청 관계자의 주도로 포천문화원을 중심으로 교육청, 각급학교, 도서관, 주민센터, 주민자치위원회, 관내평생학습기관, 노인회관, 노인대학, 종교시설과 단체, 유림단체, 예총과 산하단체, 포천문화재단 등 문화관련 단체들과 관계자들을 하나로 연계하는 네트워크의 결성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인문도시로 가는 길목에서 해야 할 일은 태산 같은데 포천시의 행보는 멀고 더디기만 한 듯해 안타깝다.

 

 

위천(爲川) 이병찬(李秉讚) : 문학박사, 대진대학교 한국어문학과 명예교수, 포천문화원 포천학연구소장, 동농이해조선생기념사업회장, 포천문화재단 이사, 의정부학연구소 연구위원, 동두천학연구소 연구위원, 포천문인협회 자문위원, 면암 최익현선생 숭모사업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