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문학산책

隨筆 '옹달샘'

민천식 · 전 포천부시장, 2017년~2018년 한국작가, 에세이문예 신인작가상 수상

글쓰기를 좋아하시는 포천 분들이라면 누구나 '포천 문학 산책' 란에 시와 산문, 수필 등을 자유롭게 발표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쓴 작품을 독자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포천 문학 산책'에 문학을 사랑하시는 분들의 큰 호응을 부탁합니다. 

이번 주는 전 포천시부시장이었던 민천식 작가의 隨筆 한 편을 게재합니다.

 

 

 

▲작가 민천식.

 

   

 

옹달샘

 

 

민천식 作 

 

 

자연은 우리에게 아름다운 환경과 살아가는 데 있어 필요한 양식을 제공한다. 그러나 우리는 자연이 준 귀중한 선물을 잊고 지나치듯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한다. 목마른 사람과 산짐승에게 생명수인 옹달샘은 그래서 더욱 소중한 것인지도 모른다. 간혹 당연한 것처럼 보여 그 소중함을 잊고 살기도 하지만, 자연이 준 천혜의 자원을 자칫 무한할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어느 해 여름 장마철이라 아침부터 제법 빗방울이 세차게 뿌리고 있었다. 나는 다른 때보다 이른 시간에 아침을 한술 뜨고 대문을 나섰다. 깊은 산속 옹달샘 같은 산정호수의 물안개를 보기 위해 그곳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산속에 있는 호수는 수정처럼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날따라 내리는 비는 그칠 줄 모르고 온종일 쉴 새 없이 구슬프게 내렸다.

 

산정호수의 물안개를 볼 수 없어 못내 아쉬운 발길을 돌리려다 오랜만에 산정리 마을로 향했다. 마을 분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었다. 그들은 오랜만에 만났어도 전혀 낯설지 않았다. 그곳 사람들은 나를 늘 따뜻하게 맞아주고 포근히 감싸주었다. 마치 오래전에 만난 고향마을 친척처럼 정겨웠다. 나는 산정리 마을 사람들을 만나면 인간은 본래 태어날 때부터 선하다는 맹자의 성선설을 믿고 싶다.

 

산정호수는 경기도 포천 북쪽에 있다. 강원도 철원과 인접한 영북면 산정리에 자리한 산중의 우물, 산자수명한 아름다운 산정호수가 자태를 뽐낸다. 흔히들 사람들은 포천은 휴전선 인근에 있는 우리나라의 최북단에 위치한 작은 도시로 알고 있다. 북측이 가까운 것도 맞지만 서울과는 그리 멀지 않는 거리에 있어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다.

 

산정호수 말고도 한탄강 지질공원과 비둘기낭, 와룡암, 화적연, 등 영평8경이 만들어낸 수려한 산수를 자랑하기도 한다. 드라마를 통해 더욱 유명해진 궁예의 전설이 살아 숨 쉬는 명성산이 있고, 관음산, 망무봉으로 둘러싸인 보석같이 아름다운 인공호수는 단연 압권이다. 농부들에게는 필요한 농업용수가 되어주었고, 사시사철 아름다운 주변 경관은 관광객을 불러 모았다. 사람들의 눈마저 멀게 한다는 명경지수를 간직한 산정호수는 이 지역의 최대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다.

 

산정호수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의 기술에 의해 개발된 관개용 저수지 용도로 건설되었다. 호수는 이 일대의 운천 뜰과 자일리 뜰의 곡창지대를 품고 있다. 당시 농업이 국가 주력 산업이었으니 일제강점기 때부터 오랫동안 농업용수로 사용해 왔다. 그 후로 정부는 1970년대 중반에 와서 산정호수를 관광지로 지정하여 이곳을 전국각지의 외부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며, 오늘에 이르기까지 많은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관광지와 함께 농업용수로 병행 사용해 온 탓에 농번기에는 산정호수의 물이 바닥을 드러낼 때도 있었다. 그러나 대체 용수의 개발로 지금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산중 옹달샘의 신비한 자태를 변함없이 선보일 수 있어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산정호수 본래의 이름을 되찾게 되었으니,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있을까.

 

산정호수는 그리 크지 않은 아담한 규모의 호수이다. 당시 산중에 이렇게 보물 같은 호수를 건설할 생각을 어떻게 하였는지 경이롭기만 하다. 지금은 산정호수가 이 도시의 소중한 관광자원이며, 보물로 받아들이고 있다. 호수를 품고 있는 주변의 늘 푸르른 산에는 소나무 숲이 잘 가꾸어져 있어 마음의 풍요로움을 더한다. 호수를 끼고 돌 수 있는 둘레길이 잘 조성되어 있어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예부터 산정호수 비경에 사로잡혀 이곳을 지나던 많은 시인 묵객들이 시문을 지었다고 하듯이 가끔은 서툰 시적 표현을 끌어내려 애써본다. 명성산, 관음산, 망무봉이 품고 있는 산중의 우물 산정호수는 무엇이 그리 수줍은지! 그 모습 몰래 감추었구나. 너의 자태 방방곡곡 소문이 나, 사람들도 차량도 내를 이룬다. 부지깽이 손 빌리는 농번기에는 네 담수 모두 내어주는 흉한 몰골이 더 당당하여라! 봄, 여름, 가을, 겨울. 아름다운 네 모습 옛 모습 사라질까, 나 홀로 못내 조바심친다.

 

산정호수에는 많은 역사적 숨결이 숨어 있는 곳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와 북한과의 관계는 북한에 대한 유엔의 경제제재로 긴장과 불안의 늪에서 더욱 숨죽이며 살아왔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국제사회와 북한과의 관계가 있어 평화로 가는 길이 아직은 멀기만 하다.

 

산정호수의 상류, 폭포 부근에는 지금은 사라져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지만, 건물터만 덩그렇게 남아 있는 김일성 별장터가 있다.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속칭 울음산은 왕건의 추적을 받던 궁예의 옛이야기가 서려 있어 명성산의 신비로움을 더한다. 후고구려의 궁예가 자신이 가장 믿었던 부하에게 배신당해 쫓기다 명성산에 숨어들어 의지했다. 그는 이 산으로 피신 후 발각되어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부하들에게 맡기게 된 곳이기도 하다. 궁예가 망국의 슬픔을 통곡하자 산도 함께 울었다는 전설이 묻혀 있는 곳이다.

 

하늘은 맑고 푸름이 더한 10월 어느 날 명성산 정상에 오르면, 이 산이 자랑하는 억새꽃이 새하얀 눈꽃이 되어 바람결에 날리는 장관을 연출한다. 산 아래 산정호수와 함께 매년 10월의 명성산 일대 은빛 억새 축제는 사람들의 눈을 멀게 하고, 가을의 정취를 눈과 가슴으로 만끽할 수 있다.

 

눈요기와 먹거리가 있는 곳, 산짐승이 옹달샘을 찾듯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아 관광과 휴양을 위해 예부터 많은 사람이 찾았다. 수정처럼 맑은 산정호수의 명성을 듣고 오래전부터 이곳을 찾던 곳이 아니었던가. 요즈음 산정호수가 상업성에 밀려 주변이 너무 무질서하고 무계획적으로 개발되는 것은 아닌지 내심 걱정이 앞선다. 발전에 밀려 옛 모습을 잃고 쇠락해 갈까 깊은 우려와 상념에 잠긴다.

 

옹달샘은 생명수일 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정신적인 마음의 고향이요 안식처이다. 우리에게 깨끗한 생명수를 변함없이 제공할 수 있도록 자연의 소중함을 가슴 깊이 간직해야 하지 않을까. 내 마음속에 있는 아름다운 옹달샘이 옛 모습을 찾은 산중의 우물로 수정처럼 맑은 보석으로 오래도록 남길 간절히 기도해 본다.

 

 

 

 

 

 

민천식 약력

 

호 운암, 연세대학교 도시공학박사

전) 포천부시장, 전) 포천시장 권한대행, 전) 포천시 체육회장

 

한국작가, 에세이문예. 소설(2016). 시(2017). 수필(2018) 등단

2017, 2018년 한국작가. 에세이문예 신인작가상 수상

홍조근정훈장(2018), 저서: 희망스토리『함께 꿈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