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둔(愚鈍)은 악(惡)보다 위험한 선(善)의 적(敵)이다"
이 말은 나치 독일 시절 목사이자 신학자이며, 히틀러암살미수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체포되어 독일 패망 직전 사형을 당한 디트리히 본훠퍼가 옥중에서 쓴 글을 사후 책으로 펴 '옥중서간'이라는 책으로 발간되었는데, 여기에 사용된 문구이다. '옥중서간'은 우리나라에도 번역되어 대한기독교서회에서 출판되었다. 그의 말을 조금만 더 들어 보자.
"우둔은 악보다도 훨씬 위험한 선의 적이다. 악에 대해서는 대항할 수 있으며 그것을 폭로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힘을 가지고 방해할 수 있다. 악은 적어도 인간 속에 불쾌함을 남겨놓기 때문에 언제나 자기해체의 싹을 자기 속에 품고 있다. 그러나 우둔에 대해서는 무방비하다. 우둔에 대해서는 항거를 가지고 해도, 힘을 가지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중략) "우둔한 자는 악을 행하는 자와는 달리 스스로 만족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실 우둔한 자는 간단히 흥분하여 위해를 가하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그러므로 악인에 대해서보다 우둔한 자에 대해서 보다 많은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유를 들어 우둔한 자를 설득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무의미하고 위험하다. 우둔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알기 위해서는 이 우둔의 본질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둔이 본질적으로 지적인 결함이 아니라 인간적인 결함이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그는 이 편지들에서 자신의 조국 독일을 칭할 때, '독일'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사랑하는 조국이 패망하여야 할 나라임을 알고 있고, 이를 대체할 신앙적으로 순수한 나라를 가르켜 '우리 기독교 세계'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당시 나치 독일의 경례 구호는 '하일 히틀러'이다. 이 '하일'이라는 단어는 구세주, 그리스도라는 뜻으로 '히틀러가 우리 구세주입니다'라는 뜻이다. 이 표현이 군대에서만 사용한 것이 아니라, 독일 교회가 이를 인정하였고, 본훠퍼는 이에 반발해 '고백교회'를 조직한다. 그가 우둔하다고 한 것은 바로 히틀러를 구세주로 여긴 자기 조국 독일 국민 전체와 독일교회에 대한 쓴 소리이다.
히틀러의 인종 청소는 '유대인'에 이르러 거의 완성되었지만, 처음부터 유대인을 핍박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아리아인의 순수성을 지킨다면서 '장애인'과 '노숙자'들을 한 군데 모았다. 그들을 모은 다음 무슨 짓을 벌였는지는 말 안 해도 알 것이다.
그 때, 유대인들과 이후 나치에게 해를 입은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없으니, 그들의 불행에 입을 닫았다. 나치는 이렇게 야금야금 사람들을 제거해갔고, 유대인이 희생자가 될 즈음에는 이 악행에 대해 항의 할 사람들이 남아 있지 않았다.
"우둔(愚鈍)은 악(惡)보다 위험한 선(善)의 적(敵)이다"
[ 포천좋은신문 문석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