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훈, 시의장 되기 위해 민주당과 야합
당론 파기한 몰염치에 시민 반응 싸늘해
임종훈 의원이 국민의힘 당론을 어기고 민주당과 야합해 제6대 포천시의회 의장에 당선됐다. 부의장은 민주당 연제창 의원이, 운영위원장도 역시 민주당의 손세화 의원이 선출됐다. 4석의 국민의힘이 의장단 3석을 모두 차지하려다가 오히려 3석의 민주당에 의장단 2석을 내주며 패배했다.
7월 1일 오전 10시, 제180회 포천시의회 임시회가 개회하면서 시의원 7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6대 포천시의회의 하반기 의장단을 선출하는 투표를 진행했다. 전반기 의장직 임기를 마친 서과석 의원이 임시 의장으로 나서 먼저 시의장 투표를 진행했는데, 투표 결과 서과석 의원이 3표를 얻은 데 비해 임종훈 의원은 4표를 얻어 1표 차이로 시의장에 당선되는 예상 밖의 이변이 일어났다.
이어 새로운 시의장으로 선출된 임종훈 의원이 단상에 올라가 의장으로서 첫 사회로 부의장을 뽑는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 결과는 안애경 의원 3표, 연제창 의원 4표로 연 의원이 부의장으로 재선됐다. 운영위원장 투표에서도 조진숙 의원 3표, 손세화 의원 4표로 손 의원이 운영위원장으로 결정됐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최악의 결과였다. 국민의힘은 6월 24일 시의회 하반기 의장단 구성을 위해 첫 회의를 열었지만, 4명의 의원이 모두 자신이 의장단에 들어가야 한다는 당위성만 주장하다가 아무런 결론 없이 회의를 끝냈다. 또 6월 30일 의장단 투표 하루 전날, 오후 4시부터 국민의힘 당협위원회에서 김용태 국회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두 번째 회의를 열고 2시간이 넘도록 이견을 조율했다.
당시 서과석 의원과 임종훈 의원은 의장직을 원했고, 조진숙 의원과 안애경 의원은 부의장직과 운영위원장직을 두고 서로 자신이 적임자라며 격론을 벌였다. 의장직을 원한 서 의원과 임 의원이 의견 조율이 순조롭지 않자 4명의 의원은 투표했고, 서과석 의원을 시의장으로 정했다.
임 의원은 1차 투표 결과에도 인정하지 않았고, 자신이 의장이 되어야 하는 당위성을 다시 설명한 뒤 2차 투표까지 들어갔다. 결과는 같았다. 김용태 국회의원이 '의장은 서과석'이라는 당론 통과 의미로 의사봉까지 두드렸다. 부의장은 안애경 의원이, 운영위원장은 조진숙 의원이 하기로 했다. 임 의원은 당대표를 맡기로 최종 결정했다.
그 후 당사 밖 치킨집으로 옮겨 간단하게 치맥을 먹으면서 다음날 시의회에서 있을 투표를 위해 파이팅을 했다. 임종훈 의원은 치맥 자리에까지만 함께했고, 자리를 옮긴 2차 식사 자리에는 이런저런 핑계로 빠졌다.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것이 배신의 서막이었음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임 의원은 그날 밤 늦게 민주당 의원들을 만났고, 이 자리에 없었던 손세화 의원과는 전화통화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 의원에 의하면 민주당 의원들에게 자신을 시의장이 되도록 밀어달라고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은 "임 의원 말대로 시의장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그러나 임종훈 본인의 입으로 직접 말하지 않았을 뿐, 그동안 임 의원 쪽 사람들은 임 의원을 시의장이 되도록 밀어달라고 여러 차례 제의했다. 엎치나 메치나 도긴개긴이지, 상식적으로 그 이야기가 곧 임 의원의 제의였다고 확신했다"고 말하며 "이제 와서 직접 시의장으로 밀어달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는 둥 그러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의아해했다.
실제 투표 결과를 보면, 임 의원은 자신을 시의장으로 밀어준다면 민주당에 의장단 두 자리를 내주겠다는 약속이 있었음은 삼척동자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이런 임 의원의 행위는 당과 동료들에게 해당 행위일 뿐 아니라 정치적인 배신이었다.
박윤국, 민주당 압승 이끈 정치력 돋보여
김용태,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힌 꼴
욕심이 크면 일을 그르치는 법. 네 석의 국민의힘은 세 석의 민주당을 이번 의장단 투표에서 아예 염두에도 두지 않았다. 투표 과반수인 네 석이나 있는데 무슨 걱정을 하느냐고 자기 과신과 자가당착에 빠져 미리 축배를 들었던 것인데, 이것은 큰 실수였다.
당협위원장 김용태 국회의원도 너무 안일했다. 그는 자신이 참가해 의사봉까지 두드리며 당론을 결정했으니, 의원들이 그대로 따라올 것으로 생각했다가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모양새였다. 뒤늦게 임종훈 의원을 당 윤리위에 제소하겠다는 둥 뒷이야기가 나오지만, 이미 시위를 떠난 화살이요 엎질러진 물이다.
반면, 정치 9단이라는 박윤국 민주당 지역위원장은 꽃놀이패를 두듯이 여유로웠으리라. 민주당 의원들은 의장단 투표 전날 저녁부터 투표 당일 새벽까지 박 위원장과 투표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의원 수가 국민의힘보다 한 석이 적지만, 의장단 세 자리 가운데 두 자리나 차지했다. 만약 임 의원이 국민의힘에서 출당된다면 민선 6기 시의회 하반기에는 국민의힘 의장단이 한 사람도 없게 되는 셈이다.
맨 처음 연제창 의원은 임 의원 쪽의 제의를 거절했다. 그는 임 의원이 시의장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해 박윤국 지역위원장과 상의했다. 결국 민주당은 연제창 의원이 부의장에, 손세화 의원이 운영위원장에 가는 조건으로 임종훈 의원 쪽의 제의를 받아들이기로 당론을 정했다.
처음에 3석을 가진 민주당 입장에서는 4석의 국민의힘이 협치 차원에서 부의장직 하나만 내주어도 만족하려고 했다. 그렇게 국민의힘 제의가 올 경우, 5대에서 이미 시의장을 했던 손세화 의원이나 6대 전반기 부의장을 했던 연제창 의원 두 사람은 아직 의장단 경험을 해보지 않은 김현규 의원에게 부의장을 권유했다. 서로 자신이 의장단에 들어가야 한다며 한 치의 양보도 없었던 국민의힘 의원들과는 너무도 대조적이었다.
더구나 김현규 의원은 자신을 부의장이나 운영위원장으로 추천한 연제창 의원과 손세화 의원의 제의를 거절하고, 두 선배 의원들에게 모든 자리를 양보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손 의원과 연 의원은 이번에 민주당이 의장직 두 석을 아무런 잡음 없이 차지하게 된 것은 순전히 김현규 의원의 통 큰 양보 때문이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임종훈 의원이 국민의힘 당론을 파기하고 시의장이 된 것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싸늘하다. 국민의힘 당원 A 씨는 "임종훈은 국민의힘 배신자다. 사람은 절대 고쳐 쓸 수 없다는 것을 임종훈의 이번 배신 행동으로 절감했다"며 "국민의힘을 떠났다가 재입당한 게 불과 엊그제인데, 한 번 배신한 사람이 두 번 배신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옛말을 실감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국민의힘 당원 B 씨는 "배신의 아이콘이 된 임종훈 의원이 포천시의회 의장이라는 게 창피하다. 지난 총선 때도 무소속으로 2년 가까이 있다가, 총선 막바지에 권신일 후보 지지 선언했다가 이틀 뒤에 번복하고 김용태 후보 캠프로 들어왔다"며 "임종훈 의원처럼 소신 없고 줏대 없는 사람은 절대로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 포천을 망칠 사람이다"며 혹평했다.
이제 포천 정치계에서 '배신의 아이콘'으로 찍힌 임종훈 시의장. 영화 '대부'의 이런 명대사가 나온다. "협상을 요구하는 자가 바로 배신자다."그가 과연 후반기 시의회를 정상적으로 이끌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