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문화

[특집] 포천의 새로운 희망, 인문학 봇물...'인문도시' 시동

문화대학·예술대학·문예대학·노인대학 등 일제히 개강
9~10년 전 열풍보다 다채롭고 즐기는 인문학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와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방이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인구는 제로섬게임이다. ‘지방 소멸’이란 섬뜩한 위기의 시대에 포천은 어떤 모색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과거 노무현 정부의 균형발전 드라이브는 행복도시와 혁신도시 사업으로 실제로 인구가 유입되면서 수도권 인구집중 현상을 일부라도 억제하면서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지방균형발전 이슈가 거의 구체화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실행전략 측면에서 노무현 정부에 비해 부족했다. 주로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벌였는데, 226곳의 시·군·구 기초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한 개발사업이었다. 수도권의 거대한 밀집현상과 맞설 수 있는 대책은 아니었다. 윤석열 정부는 아직 명쾌한 그림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민선8기 들어 포천시는 백영현 시장이 '인문도시'의 기치를 내걸고 때아닌 인문도시 열풍이 불고 있다. 양호식 포천미래포럼 회장이 지난해 10월 12일, 포천시청 대강당에서 '인문도시 포천 What Why & How'를 강의하면서다.

 



◆인문도시란 무엇인가 (What)

부(富)의 쏠림과 99%의 좌절, 갑질, 구조적 소시오패스(sociopath)의 증가 등 신자유주의, 방임주의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 이어지던 9~10년 전 ‘인간답게 사는 법 연구’ 즉 인문학 열풍이 일었다.

코로나19 감염병 사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등 국가 간 전쟁, 절제와 방종 간의 갈등이 전쟁처럼 벌어지는 요즘, 다시 국내에 인문학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인문학은 인간사에 대한 근원적인 탐구와 사람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배움과 익힘을 말한다.

양 회장은 "최근 인문학 열풍의 배경에는 기업이 자리하고 있다"라며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에게서 답을 찾기 위해 언어, 문학, 역사, 철학 등을 연구하는 학문이 인문학"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인문도시는 인문학적 소양을 실천하고, 이를 시정의 기초로 하는 도시"라고 정의하며, "인문도시는 모든 도시의 기본이자 꽃"이라고 설명했다.

인문도시는 사람이 근본이 되는 도시, 평생학습을 실천하는 도시, 성장하고 완성을 지향하는 도시, 감사하고 자족하는 도시, 흥과 멋을 누리는 도시, 새로워지고 상상 창의를 발휘하는 도시, 브랜드 가치가 높은 도시 등의 매력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먹고살기도 어려운데 왜 굳이 경제도시가 아니라 인문도시를 하려고 하느냐, 살기 힘든 사람도 많은데 복지도시, 갈등이 많은데 평화도시해야 하지 않느냐, 아이들 잘 가르치려면 교육도시 아니냐 등의 말씀도 많지만, 이 모든 도시의 근본에는 인문도시가 자리 잡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교육도시, 문화예술도시, 경제도시, 과학도시, 스마트도시, 관광휴양도시, 평화도시 등 모든 도시가 저마다의 특색을 내세우지만, 인문도시의 기반 없는 도시설계는 기초 없이 집을 짓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인문도시야말로 민선 8기 포천시의 슬로건인 '더 큰 포천 더 큰 행복'을 이루는 방법이라며,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면 아직도 늦지 않았으니, 지금이라도 시작하면 도시는 장기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인문도시가 왜 필요한가 (Why)

팬데믹 시대를 맞아 현재의 ‘소멸 위험’ 지역이 오히려 살기 좋은 공동체로 전환될 수 있을까. 감염병의 위험이 덜한 청정지역으로 인구와 기업이 이전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까. 다시 말해 지방 소도시와 농촌이 팬데믹 시대를 맞아 새로운 기회를 잡는다는 역설이 성립될 수 있을까. 감염병을 피해 여행·이주·이직하려는 사람들을 끌어들일 유인 요소(pull factors), 또는 머물게 하는 장치(retaining mechanism)를 적기에 마련하는 것이 핵심일 것이다. 그러나 아직 그 전망은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양 회장은 "인문도시가 주는 이익과 효과를 알면 필요성이 높아진다"면서 인문학적 소양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인들의 특징은 지갑이 얇아지고, 외로워지고, 질병에 시달리고, 의욕을 상실하고 겪는 굴욕감 등"이라며, 하지만 "인문도시에서는 누구나 성현이 되고자 하는 꿈과 열정이 식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성현은 인격, 수양, 절제, 충성, 낙업을 지닌 자로 인문도시의 시민들은 성현이 되고자 하는 뜻을 세우게 된다고 했다.

또 "유기(由己)라고 해서 나로 말미암아 내가 세상의 중심임을 인식하고 주인의식을 가지게 된다"고도 했다.

인문도시에서는 학습이 최고의 복지이며, 독서야말로 자신을 비춰보고, 스스로 변화시켜 최상으로 이끄는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독서를 통한 지적 호기심으로 날로 새로워진 자신을 발견하게 되며, 소질과 적성에 맞는 일을 선택할 수 있고, 즐겁게 일할 수도 있으며,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힘과 홀로 설 수 있는 힘을 길러, 위기를 극복하고 문제점을 해결해, 자존감과 자존심을 갖게 된다는 것.

인문도시의 시민은 "자신을 낮추고, 비우고, 물러나고, 뒤에 서고, 그치고, 절제하고, 덜어내고, 자신의 부족함을 알게 되면 겸형(謙亨)이라고 겸손하면 형통한다"면서 "말을 아끼고 자랑하지 않을 것"을 덕목으로 꼽았다.

이어 "당신이 있어서 내가 있다"라는 '우분투'를 예로 들며, 관계, 이해와 용서, 감사, 건강, 몰입, 극기(克己), 회합, 공렴(公廉), 친절, 생각, 명상, 미흥(美興) 등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서 모이면 즐겁고, 동질성을 확인하면 즐거움과 안도감을 느끼고, 이것이 모임이나 각종 축제와 행사 등의 이유가 된다고 했다.

또 "생각대로 이뤄진다(아브라카 다브라)는 말이 있듯이 좋은 생각이 좋은 운명을 만든다"라고 했다. "좋은 생각은 건강한 신체에서 얻을 수 있고, 걸을 수 있는 사람은 건강하다"라며 "이것이 우리가 둘레길을 걷는 이유"라고도 했다.

양 회장은 "인문학의 목표는 인간의 행복 증진에 있다"면서 "공무원이 행복해야 시민이 행복해진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글쓰기는 독서의 마지막 단계"라며 "인생은 짧고 문장은 길어, 순간적인 착상(영감) 등을 꼭 메모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어떻게 인문도시를 구현할 것인가 (How)

양 회장은 인문도시 구현은 "개인에서 전체로 확산하는 것"이라며 "점이 모여 선이 되고, 선이 모여 면을 이루는데, 시민은 점, 단체는 선, 포천시는 면"이라고 설명했다.

시민 개개인이 스스로 인문학적 소양을 쌓고, 인문학적 삶을 사는 것이 합해져 인문도시를 만든다는 것.

그는 "포천에는 읍면동 법정단체 약 300여 개에 4000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시청직원 등 행정공무원 1000여 명, 교사 등 교육공무원 2000여명, 자원봉사자 약 4500여 명, 종교계 종사자 등이 있다"면서 이들이 인문도시 구현을 위한 '선'이 되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인문도시 조성 조례를 제정한 수원시의 사례를 들며, 인문도시 구현을 위한 인문도시 포천의 지표를 제안했다.

△인문도시 추진협의체 구성 및 활동 △인문학 및 인문정신 진흥에 관한 조례제정 △인문활동가 양성 및 지원 △포천시민인문대학 운영 △포천시청 총괄부서 지정 및 전담부서 신설 △인문도시 추진 중간지원조직 신설 △포천인문학 교재 발행 △각종 축제에 인문학적 요소 포함 △인문학 강좌개설, 인문체험 실행, 인문포럼 개설 △초중고 인문학교육 △초중고 동문회 인문학사업 실행 △도서관 프로그램 다양화 △문학관, 역사관, 미술관, 박물관 등 건립 △인문도시지원사업 신청(지자체와 지역대학 공동신청) △직업 전문교육시설 운영 △독서인구 확대 △창작 지원 등이다.

그는 "술 권하는 사회에서 책 권하는 포천시"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독서인구의 확대를 주장했다. 이를 위해 그는 △포천시민 필독권장도서 선정 △월별 독서목록 홍보 △월 1권 이상 책 읽기 선정 △가족별 월별 독서목록 선정 △읍면동별 월별 독서목록 선정 △읍면동 단체별 회의에 책 이야기 포함 등을 제안했다.

특히, 포천시장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인문도시의 비전 및 목표방향 제시로 힘을 한데 모으고 동기부여를 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케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포천시장과 함께 읽는 책 △연설에 필독도서 인용 △대시민 인사말과 대화주제 등에 책을 인용 △공무원의 모범 및 선도 등을 꼽았다.

양 회장은 "나라의 혼이 되시고 인생의 사표가 되신 면암 최익현 선생의 삶과 정신을 현시대 사람들의 귀감으로 삼고자 면암생활강령을 만들어 실천하고자 한다"면서 인문도시 구현을 위한 '면암생활강령'을 소개하기도 했다.

◆인문도시야말로 '더 큰 포천 더 큰 행복'을 이루는 방법

작금의 인문학 열기는 코로나 시대 랜선,집콕 상황이 부채질했다. 마스크를 벗고, 대면활동이 재개된 이번엔 문화대학·예술대학·문예대학·노인대학·대학원 등이 일제히 개강하면서 인문대학 열풍이 불고 있다. 대학이 인문도시 콘텐츠의 중심에 섰다.

첫 번째로 22일 개강한 포천문화대학은 올해 50주간에 걸쳐 절반은 △인문학 △철학 △사학 등에 대해, 절반은 향토사를 중심으로 한 포천학에 대해 강의한다. 포천문화지도사 양성과정으로 40명이 수강한다.

 



첫날 '포천학 개론' 강의를 맡은 이병찬 대진대 한국어문학과 명예교수는 "역사란 역사가에 의해 가치가 있다고 선택된 사실의 체계적인 기술"이라는 E.H. 카아의 말을 인용하며 "향토사란 자기 고장 사람이 애향심을 바탕으로 서술한 자기 향토의 역사"라고 정의했다.

그는 "포천시민의 삶의 질과 수준이 높아지는 것이 인문도시의 목표라고 한다면 지금까지의 삶의 방식을 고수하면 바뀌지 않는다"라며 "인문도시는 생활이 바뀌는 데서 시작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인문도시는 그냥 이뤄지지 않는다"라며 "생각이 바뀌어야 행동이 바뀌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생각과 행동이 습관이 되어야 한다"라며 "이것이 오랫동안 반복·지속되고 쌓이고 쌓여 누적되고 몸에 배어야 이제야 비로소 현실의 변화가 시작된다"라고 강조했다.

"포천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고, 이것이 여러 해 누적돼 습관이 되면 포천이 변화할 수 있다"라며 "포천만의 색깔, 포천다움, 포천의 고유성과 정체성 등이 확립될 때 외부인들의 인식도 변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런 것이 포천의 관광상품이 되고 포천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면서 "이것은 포천에서 선조들이 살아온 삶의 발자취를 다듬고 바꿔서 포천만의 문화콘텐츠로 가공할 수 있는 인문자원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포천이 인문도시로 성장하려면 가장 우선적인 과제는 각 지역마다 향토사, 향토문화에 대한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것인데, 문화담당부서의 별정직 전문인력 배치와 연구기관·단체의 전문인력 확보와 함께 각 지역에서 책임 있고 사명감 있는 반영구적인 실무인력을 양성한다는 공동인식이 있어야 한다"라며 "포천문화지도사 양성과정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라고 제안했다.

 



두 번째로 포천문예대학은 올해 제20기 수강생을 모집하고 있다. 이 대학은 포천시민과 포천에 연고가 있는 모든 분들께 문이 열려 있다. 수강료는 무료이며 포천시의 지원을 받아 운영하고 있는 역사와 전통이 있는 문예창작 프로그램이다. 오는 4월 5일부터 19일까지 수강생을 모집하며, 4월 19일부터 7월 26일까지 15주간 포천상공회의소 대회의실에서 강의를 진행한다. 70% 이상 출석하여 문예대학을 수료하면 포천문인협회에 가입할 수 있는 특전도 부여된다.

강의는 △이병찬 교수의 동농 이해조 선생 특강 1강 △김성렬 교수의 소설창작 3강 △나호열 교수의 현대시의 구조와 창작 5강 △권대근 교수의 수필의 구조 5강 △서범석 교수의 시인 김종삼의 시 세계 1강 등이다. 문학에 관심이 있거나 포천문인협회에 가입하고 싶은 시민은 망설이지 마시고 수강신청을 하면 된다.

 



세 번째로 포천예총은 제7기 포천예술대학 2023년 상반기 수강생을 모집했다. 강좌는 △현대문인화 △한국화 △사진 △연극 △성악 △오케스트라 합주반 △한국무용 등이다.

문인화는 이자희 현대문인화 전문강사, 한국화는 김만진 한국화 전문강사, 사진은 전동백 사진전문강사 등이 포천여성회관 2층 강의실에서 강의를 맡는다. 무대에서 마음껏 자신을 표현하고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연극은 고아라 연극전문강사가 극단한내 소극장에서, 성악은 박세라 성악전공 전문강사가 포천시 근로복지회관에서, 오케스트라합주반은 강철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대진대학교 음악대학 리사이틀홀에서, 무용은 전풀잎 한국무용강사가 포천전통예술원에서 강의를 맡는다. 수강료는 18주간 교육에 5만원이다.

마지막으로 지난 3월 14일부터는 영북노인대학을 시작으로 31일 포천노인대학원까지 2주동안 차례로 9개 노인대학과 1개 노인대학원 입학식이 열린다. 대학은 △영북 △군내 △포천 △가산 △일동 △신북 △관인 △소흘 △선단대학 등이다.

예를 들어 제5회 군내노인대학은 입학식(1주 2시간), 역사 및 애국심(5주 10시간), 노인건강과 위생(11주 22시간), 노인으로서의 자세(3주 6시간), 시사와 국가안보(5주 10시간), 포천문화와 역사(3주 6시간), 현장학습 (1주 10시간), 졸업식 (1주 2시간)의 커리큘럼으로 남 15명, 여 40명 등 55명의 학노생들이 30주 68시간의 학습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