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대원 작가의 '방외시인 삼연 김창흡'

포천문인협회 회원

 

오십 여 년 전쯤이다. 라디오 정오 뉴스 직전에 ‘김삿갓 북한 방랑기’라는 5분 드라마가 있었다. 김삿갓 이 북한의 실상을 보고 겪은 뒤 마지막에 짧은 시로 풍자하였다. 북한을 방문할 수 없었던 그 시절, 김삿갓이 마치 북한 전역을 돌아다니며 겪은 것을 꽁트 형식으로 쓴 것이었다. 그 무렵 아버지가 보던 '김삿갓 방랑기'라는 책을 보았다. 김삿갓이 실존했던 인물로 방랑시인이었음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얼마 전 포천문인협회를 따라 '김삿갓 문학관 '으로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면의 명칭이 '김삿갓' 이라는 사실 이 흥미로웠다. 도로명도 '김삿갓로'로 되어 있고, 문학관과 면사무소를 잇는 둘레길을 '김삿갓 문학길' 이라하였다. 주변에 '김삿갓 묘역', '김삿갓 문학공원', '김삿갓교' '김삿갓 휴게소', '김삿갓 주막' 등 '김삿갓' 을 붙여 불리는 것들이 많음을 보고 놀라웠다. 김삿갓이 남긴 유적을 지역 특화사업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 포천에는 김삿갓과 쌍벽을 이루는, 아니 더 훌륭한 분의 묘소가 있다. 단지 덜 알려져 있을 뿐이다. 우리는 삼연(三淵) 김창흡(金昌翕)(1653~1722) 선생을 잊고 있다. 삼연 선생은 김삿갓보다 150여 년 전에 태어났다. 김삿갓의 롤모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삼연을 김삿갓처럼 선양하지 못했고, 사설 문학관조차 없는 아쉬움이 있다.

 

삼연 선생에 대해 살펴보자. 삼연은 서인 노론의 핵심 가문인 최고의 권문세가로 권세를 부리던 안동 김씨 집안 출신이다. 그는 벼슬길을 포기하고 의식과 행동이 자유로운 은자적 삶을 살았다. 이념이나 권력을 도외시 한 재야의 청고한 선비이자 方外의 奇人으로 시인이었다. 그는 상투적인 관습을 타파하고 독창적인 詩風을 조성하였으며 법식에 구애되지 않았다.

 

조선조의 선비들은 시는 식견과 인격의 표현이고 풍류를 즐길 때나 가끔 애용하는 餘技로만 인식하였다. 이러한 지적인 풍토에서는 시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할뿐더러 감흥을 유발시키지도 못한다. 따라서 조선조 문인들의 시는 몇 십 수 에서 기껏해야 기백 수에 불과함을 볼 때, '삼연의 시 5,000여 수는 생활이 시이고 시가 곧 생활이다'라고 할 수 있다. 즉 시에 묻혀 살았다고 할 수 있다.

 

요즈음 시집 한 권이 시 100편을 기준으로 하는 것으로 볼 때 시집 50여 권의 분량이다. 또한 여행을 떠나면 머무르고 싶고, 머무르면 떠나고 싶었다. 한 자리에 계속 내물지 않고 흰 구름을 타고 끊임없이 여행하였다. 이를 통해 장대한 기상을 길렀고 즐겼다. 바람같이 번개같이 산천을 두루 돌아다니는 나그네가 되었다. 특히 금강산 유람을 일곱 번이나 하였으며 수많은 시를 남겼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근심하지 않고, 부귀공명을 초월하여 군자의 덕과 은자의 무욕을 겸수하였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 희작성이 농후하지만 꾸밈이 많지 않고 순수하다. 진솔한 정감을 중시하여 감흥을 유발시키며 아울러 쉽고 편하면서도 유장한 달관의 풍격을 지니고 있어 가벼운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그는 주역 상수학과 노장 사상 및 불교학에 심취한 지식인이었다. 삼연은 풍부한 학식과 폭넓은 식견을 토대로 오 천여 수에 이르는 시를 쓴 시인이다. 김삿갓과 견주어 보아도 손색이 없다. 오히려 더 뛰어나다. 김삿갓 문학관을 다녀오면서 우리가 잊고 지냈던 포천의 삼연 김창흡 선생의 시 문학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선양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겠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은 문학기행이였다.

 

 

손대원

포천문인협회 회원

광주문학상 소설부문 신인문학상

홍익대 사대 수학교육과 졸업

원광대 동양학대학원 동양학과 졸업

원광대 대학원(박사과정) 한국문학과 수료

전 서울 광문고등학교 수학교사

전 대전대 철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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