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0주년 '민족의 영산' 백두산에 오르다

포천좋은신문 창간 5주년 기념 기획 '백두산과 천지' 등정기

 

광복 80주년을 맞은 2025년 8월 15일 광복절 아침, 포천좋은신문 특별 기획 취재차 백두산에 오른 필자와 함께 간 일행은 백두산과 천지를 두 눈으로 확인하면서 감격에 휩싸였다. 포천좋은신문 창간 5주년을 맞아 특별 기획으로 마련한 백두산 등정은 이날 서파(西坡) 코스를 타고 1442계단을 강행군 끝에 마침내 천지에 닿았다. 3대가 덕을 쌓지 않으면 보기 힘들다는 백두산 천지를, 그것도 한 점 구름도 없이 선명하기 짝이 없는 완벽한 천지를 온몸으로 맞이하는 행운을 누린 것이다.

 

천지(天池)였다. 우리 조상들이 '하늘에 있는 거룩한 못'이라고 여겼던 바로 그 천지였다. 바람과 빛과 어둠과 천둥과 번개는 모두 천지에서 비롯된 듯,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신비로움에 필자는 저도 모르게 고개가 숙여졌다. 20여km의 둘레에 지름이 4km 남짓한 천지는 여의도만 한 크기였다. 짙푸른 물빛에서는 영험한 기운이 뿜어지는 것 같았고, 잔잔한 수면 위로 그 기운이 감도는 것 같았다.

천지는 내게 무슨 일로 왔느냐고 캐묻지 않았다. 왜 이제야 왔느냐고 나무라지도 않았다. 병풍을 두른 듯한 날카로운 봉우리들에 둘러싸인 천지는 무거운 침묵으로 나를 맞았다.


광복절 전날인 8월 14일에도 북파(北坡) 코스로 백두산에 올라가 신비로운 천지를 만났던 필자는 연이틀 두 눈으로 천지를 영접하는 큰 기쁨을 누려 감동이 배가 됐다. 함께 동반했던 한명환 관인면 심율리 전 이장은 “천지를 두 번 모두 조망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이번 백두산 등정은 천운이 따랐다”고 했다. 

 

2020년 9월 1일 창간한 포천좋은신문은 창간 5주년을 맞아 '민족의 영산' 백두산 등정을 기획했다. 한국 사람이라면 평생을 불렀을 '동해 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으로 시작되는 애국가에서 알 수 있듯이, 백두산과 천지는 대한민국의 상징이다. 우리 민족의 독립과 해방, 그리고 분단된 현실을 넘어서 통일에 대한 간절한 염원이 이 백두산에 고스란히 담겨 있고, 이 사실을 국민에게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기 위한 바람에서 기획한 백두산 탐방이었다.  

 

백두산은 우리 민족에게는 정말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산이다. 단군 신화의 발원지이자 민족의 정신적 고향 같은 곳이다. 백두산은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 민족의 강인함과 통쾌한 기상을 상징한다. 또 백두산 정상에 고여 있는 천지는 신비롭고 영롱한 모습으로,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호수처럼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의 순수함과 희망과 염원을 담고 있다고 전해져 왔다. 

 

1945년 8월 15일, 35년간 일제 치하에서 고난을 받았던 우리 민족은 해방을 맞았다. 그 후 6·25전쟁과 남북 분단으로 현재 백두산을 오르는 길은 비록 중국을 통해서만 갈 수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지만, 광복 80주년에, 그것도 우리 선열들이 오랜 세월 가슴 깊숙이 숨겨놓았던 태극기를 마음껏 흔들면서 목 놓아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던 바로 그날에서 정확히 80년 후 8월 15일에 백두산을 등정해 맑은 천지를 본다는 것은 가슴 뛰는 특별한 의미였다. 

 

광복 80주년이라는 중요한 시기에 우리 민족의 근원이자 성지인 백두산을 등정한다는 것은 잃어버렸던 민족의 자긍심을 회복하고 정체성을 확고히 하려는 의미가 있다. 일제강점기를 겪으며 훼손된 민족혼을 되살리는 상징적인 행위이기도 하다. 
 

백두산은 또 남북 분단의 아픔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사실 우리 남한 사람들은 직접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고, 그래서 백두산에 오른다는 건 남북이 하나로 다시 만날 날을 염원하고 민족의 화합과 통일을 기원하는 강렬한 메시지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광복을 위해 싸웠던 수많은 선열의 숭고한 희생을 기억하고, 그들이 꿈꿨던 완전한 민족 해방과 번영의 미래를 다시 한번 다짐하는 의미가 있다. 지난 80년이라는 시간을 돌아보며, 앞으로 우리 민족이 나아갈 길을 함께 고민하고 약속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동안 힘든 역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이겨내고 광복 80주년을 맞이한 만큼, 백두산의 기상처럼 더욱 힘차게 도약하고 발전해 나갈 우리 민족의 밝은 미래를 상징하는 희망찬 의미도 크다.

 

 

필자는 백두산 여행이 처음이었다. 13일 새벽부터 오후 늦게까지 하루 종일 폭우가 쏟아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연길행 비행기에 탑승했고, 2시간의 연착 끝에 이륙 후 2시간 만인 오후 6시경에 연길 공항에 도착했다. 

 

연길 공항에 도착하니 여행사에서 미리 연락이 갔는지 연변 가이드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주선으로 다음날 등정하는 백두산 북파 코스와 가장 가까운 도시이자 첫날 숙소인 연변조선자치주 이도백화(二道白河)의 황정호텔까지는 자가용을 이용했다. 3년 전에 개통했다는 연길-이도백하 고속도로의 상태는 완벽했다. 이도백화는 백두산 물이 두 줄기로 내려오다가 하나로 합쳐진디는 곳. 연길에서 약 150km 정도 거리로 요금은 80달러(약 11만 2천 원)를 달라고 했다. 시간은 1시간 40여 분가량 걸렸다.  

 

둘째날인 14일 일정은 백두산 북파 코스로 오르는 천지 탐방이었다. 새벽부터 일어나 이른 조식 후 오전 7시 10분에 호텔을 출발했다. 일행들 최대의 관심은 날씨였다. '백두산 천지'는 '백' 번 오면 '두' 번 정도 간신히 볼 수 있어서 붙은 이름이라는 설이 있을 정도다. 다행히 백두산 신령님께서 우리 일행을 굽이 살피셨는지 날씨는 대체로 맑았다.

 

오전 8시 6분에 백두산 아래 버스 환승 정류장 아래서 타고 왔던 관광버스를 내린 뒤, 다시 여권을 제시하고 순서를 기다려 백두산으로 오르는 조금 작은 버스로 옮겨 탔다. 백두산을 오르려는 사람은 인산인해였다. 요즘 북파 코스로는 하루에 2만 5천여 명이나 올라간다고 가이드가 설명했다.

 

백두산으로 오르는 길이 잘 닦여 있기는 하지만, 너무 큰 버스는 위험해 작은 2층 버스로 갈아탄다는 설명이었다. 이 버스를 타고 백두산 북파 코스를 향해 다시 30분쯤 가서 제2의 환승 정류장에서 다시 하차했다. 여기서는 10인승 지프차로 다시 옮겨 타야만 했다. 지프차는 출발점부터 도착할 때까지 거의 20미터 간격으로 연이어 백두산을 오르고 있었다. 8시 40분에 출발한 자프차는 1시간 45분 뒤인 10시 25분에 드디어 천지 바로 코앞인 천문봉 광장에 도착했다. 광장은 이미 관광객들로 인산인해였다.  

 

천문봉 정상까지는 걸어서 5분이면 닿을 수 있는데 대기 줄이 엄청나게 길었다. 사람들의 뒤를 한 걸음 한 걸음 따라 올라가는데, 사진을 찍을 만한 포토존은 말도 못 할 정도로 복잡하다. 포즈를 취하고 촬영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고, 겨우 인증샷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중국 사람들이 먹고사는데 여유가 생긴 탓인지 현지인들로 만원을 이루어 더욱 복잡하고 또한 시끄러웠다.

 

 

백두산 북파 코스는 많은 봉우리들로 둘러 쌓여 있어서 웅장하게 느껴졌다. 새벽 일출은 무척 아름답다고 알려졌으나 오늘처럼 천지를 내려다볼 수 있는 것만 해도 행운이었다. 약간씩 구름이 끼어 천지를 가리기는 했지만, 우리 일행이 북파 정상에 머무는 동안 천지는 우리에게 용안을 계속 드러내며 밝은 미소를 지어 주었다. 간간이 찾아온 구름과 안개는 오히려 백두산과 천지의 신비로움을 더해 주며 멋진 그림을 연출했다. 

 

천지 관람을 마치고는 타고 온 지프차를 타고 장백폭포를 보기 위해 산 아래로 내려갔다. 장백폭포는 높이 60m의 웅장한 규모로, 폭포로부터 200m 떨어진 곳에서도 물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폭포는 크게 두 갈래의 물줄기로 나뉘어 있고, 동쪽 폭포 수량이 전체의 3분의 2를 차지하며 떨어진 물은 송화강으로 유입된다. 북방에 위치한 폭포들은 겨울이 되면 얼어서 물이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없지만 장백폭포는 1년 내내 얼지 않아 멋진 폭포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비룡폭포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용이 날아가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드디어 셋쨰날인 8월 15일, 마침 이날은 광복절이었고 서파 코스로 백두산에 오르는 날이었다. 호텔에서 8시 10분 관광버스로 40분을 달려 서파 코스 입구에 도달했다. 오전 9시경 다시 25인승 셔틀버스로 환승하고 서파 코스 1442계단 입구까지 달려가니 오전 9시 16분이었다. 

 

서파 코스는 산책하듯이 걸어 올라가면서 자연경관을 한 몸에 느낄 수 있는 코스인데, 날씨는 어제 북파 때보다 더욱 좋아 구름 한 점 없다. 완연히 우리나라의 가을 하늘이다.

 

완만한 1442계단 길을 올라가다 보면 중간중간에 쉬는 사람이 많이 눈에 뜨인다. 2500미터가 넘는 고산 지역이라서 기압이 낮아 귀도 먹먹하고 숨을 가빠하는 사람도 있다. 관광객 중 연로하거나 몸이 불편한 사람을 위해서 두 사람이 들고 가는 가마가 운용되고 있었는데, 비용은 올라갈 때 한국 돈으로 8만 원이고, 내려올 때는 6만 원이었다. 

 

서파에서 보는 천지는 봉우리로 둘러쌓인 북파와는 달리 천지의 전체 모습이 한눈에 확 들어오며 그림 잭에서나 보는 듯한 장면을 촬영할 수 있었다. 포천좋은신문이 창간 5주년 기념으로 기획한 의도대로 독자에게 완벽한 천지 모습을 감상히게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이번 여행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뿌듯함에 피로도 말끔히 사라져 버렸다. 올라온 계단을 다시 걸어서 내려가며 보는 고지대의 야생화는 백두산 등반에서 덤으로 주는 선물처럼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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