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인권침해, ‘구조적 대전환’이 시급하다

신상록 교수, 상명대 · 포천다문화국제학교 교장

 

농어촌 인력난 해소를 위해 도입한 계절근로자 제도, 현장에서는 인권 사각지대이자 ‘현대판 노예제’로 전락하고 있다. 단발성 단속과 사후 처벌 등 임시방편으로는 이 고질적인 병폐를 뿌리 뽑을 수 없다.

 

최근 법무부가 2026년 4월 한 달 동안 실시한 외국인 계절근로자 실태 점검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다. (법무부, 계절근로자 인권 보호 위한 실태점검 '중간 결과' 발표)

 

8개 시·군 61개 사업장 임금 체불·인권침해·부적합 숙소 등 단 한 달간의 조사에서만 무려 84건의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소화기조차 없는 화재 위험지대나 다름없는 컨테이너를 숙소로 제공하고, 최저임금 체불과 언어폭력은 물론, 외부와의 소통을 차단하기 위해 휴대전화 사용까지 제한하는 야만적 행태가 백일하에 드러났다.

 

농어촌 인력난 해소의 구원투수로 도입된 계절근로자 제도가, 현장에서는 인권 사각지대이자 ‘현대판 노예제’라는 국제적 망신을 자초하는 온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단발성 단속과 사후 처벌 중심의 임시방편으로는 이 고질적인 병폐를 결코 뿌리 뽑을 수 없다.

 

현재 계절근로자 제도는 개별 농가와 영세한 지자체에 관리·감독 책임이 전적으로 전가되어 있어 구조적인 한계를 지닌다. 농가의 양심에만 기댄 인권 보호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더욱이 표심을 의식해야 하는 선거철을 앞두고 행정당국의 관리·감독이 느슨해진 틈을 타, 현장의 인권침해가 더욱 과감하고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돌아보아야 한다.

 

표 가르기와 선심성 행정에 밀려 소외된 외국인 노동자들의 권익은 안중에도 없는 것이 우리 지방자치의 민낯인가. 관행처럼 반복되는 인권침해는 단순한 일탈을 넘어 구조적 방임이 낳은 필연적 결과다. 이제는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근본적인 정책적 대전환을 단행해야 할 때다.

 

첫째, 개별 고용 중심의 패러다임을 ‘지자체 중심의 공공형 계절 근로제’로 전면 확대·전환해야 한다.

 

영세 농가가 근로자의 숙식 제공과 인권 관리를 전담하는 방식은 원천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지자체나 지역 농협이 공동으로 근로자를 고용하고, 규격화된 공공 기숙사를 건립하여 정주 환경과 안전을 책임지는 구조로 재편해야 한다.

 

농가는 필요한 기간만큼 인력을 지원받고 인건비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전환함으로써, 관리의 사각지대를 원천 차단하고 근로 환경의 표준화를 이룩해야 한다.

 

둘째, 송출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 직송 시스템’을 구축하고 불법 브로커의 개입을 원천 봉쇄해야 한다.

 

현행 제도 체계에서 인권침해의 상당수는 입국 전후 과정에 기생하는 불법 브로커로부터 기인한다. 과도한 중개 수수료와 담보 설정으로 인해 ‘빚쟁이’로 전락한 외국인 근로자는 현장의 부당한 대우에도 순응할 수밖에 없는 노예적 사슬에 묶이게 된다.

 

한국 정부(법무부·농림축산식품부)와 송출국 정부 간의 직접적인 G2G(정부 간 기구) 매칭 시스템을 의무화하고, 민간 중개업자의 개입을 법적으로 엄단해야 한다.

 

셋째, 지역 사회 정착과 밀착형 관리를 위한 ‘외국인 종합 지원 인프라’의 제도화가 시급하다.

 

외국인 근로자가 현장에서 겪는 고립감과 언어 장벽은 인권침해를 심화시키는 기폭제다. 지자체별로 외국인 지원 전담 센터의 설치를 의무화하여, 상시적인 고충 상담, 노무 관리, 언어 통역 및 문화적 역량 강화를 지원해야 한다.

 

이들이 단순한 ‘대체 노동력’이 아닌 지역 사회의 ‘상생 파트너’로 녹아들 수 있도록 문화적·정서적 동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